2021 시즌을 준비하는 KT 위즈에서 2020 시즌은 구단 역사상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제10구단으로 창단해 줄 곳 하위권을 전전했던 KT가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적도 정규리그 2위의 호성적이었다. 두산의 관록에 밀려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충분히 박수받을 수 있을 결과였다.
KT는 창단 이후 제9구단이었던 NC와 달리 신생팀에 주어지는 유망주 자원이 부족했고 그 탓에 전력의 약세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성공적이지 않았다. 구단 운영에 있어 시행착오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야구 열기가 뜨겁지 않은 수원 연고지에 정착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FA 영입과 트레이드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웠고 팀 내 유망주 육성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강철 감독의 부임과 선수 출신 이승용 단장 선임 이후 구단 운영과 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졌다.
2020 시즌 KT는 원활한 팀 운영과 함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FA 영입 선수들과 트레이드 영입 선수들의 활약, 신인들의 활약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상위권 팀으로 올라섰다. 시즌 중 고비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신생팀이 겪을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 부재의 문제도 벗어났다. 시즌 막바지까지 페이스를 유지한 KT 순위 경쟁팀들이 부진이 격치면서 최고의 시즌을 만들 수 있었다.
2021 시즌 KT는 2020 시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전력에 큰 손실이 있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던 외국인 선수 로하스가 그들과 함께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에서 4시즌을 뛰었던 로하스는 더 큰 무대에 대한 꿈을 위해 일본 리그로 진출했다. 지난 시즌 로하스는 47개의 홈런과 135타점, 0.349의 타율로 KBO 리그에 진출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가 4번 타자로 자리하면서 그의 우산 효과는 팀 타선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KT는 그와의 동행을 원했지만, 워낙 빼어난 성적이 역설적으로 그 바람을 이루지 못하게 했다. KT는 그를 대신해 메이저리그와 일본 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알몬테를 영입했다. 알몬테는 로하스와 같은 좌. 우타석에 모두 설 수 있는 스위치히터로 당당한 체격에 힘 있는 베팅이 기대되는 타자다. 로하스와 비슷한 유형의 타자로 경험도 풍부하지만, 지난 시즌 로하스의 활약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지난 시즌 로하스의 47홈런 135타점의 갭은 매우 크다.
전력 약화의 우려가 있지만, KT는 올 시즌 여전히 상위권 후보다. 타선의 약화는 있지만, 마운드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KT는 지나 시즌 큰 활약을 했던 외국인 투수 원투펀치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와의 재계약에 성공했다. 능수능란한 변칙 투구를 하는 데스파이네는 뛰어난 이닝 소화능력이 강점이다. 쿠에바스는 기복 있는 투구가 있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과 포스트시즌에서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다. 구위는 데스파이네 이상이고 경험까지 더하면서 1선발 역할도 기대된다.
이들의 뒤를 잇는 국내 선발투수진도 강하다. 지난 시즌 신인으로 13승을 기록하며 KT 상위권 도약에 긍정 변수로 자리했던 영건 소형준의 더 발전된 투구가 기대된다. 여기에 2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 자리를 굳힌 배제성이 있다. 군에서 제대한 투수 고영표의 활약도 기대된다.
고영표는 KT가 하위권을 전전하는 기간 선발투수로 고군분투했다. 그때는 팀 전력이 약한 관계로 승수 쌓기가 어려웠지만, 강해진 KT에서 달라진 투구가 기대된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투구 내용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T의 선발 마운드는 좌완 투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5인 로테이션의 투수들이 모두 각각 다른 특징이 있고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타 팀으로서는 부러움을 가질 수 있는 로테이션이다.
이에 더해 불펜진 역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로 채워져있다. 수적으로 양적으로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 경험과 기량을 갖춘 투수들과 신예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대은이라는 히든카드도 있다. 이렇게 KT는 잘 갖추어진 마운드가 올 시즌 장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KT 전력에서 이채로운 부분은 과거 롯데 출신 선수들이 1군에 다수 포함될 것이라는 점이다. KT는 트레이드가 원활하지 않은 리그 현실에서 롯데와 자주 트레이드를 했고 그 결과 다수의 롯데 선수가 전력에 가세했다. FA 선수들 중에도 롯데 출신이 더해졌다.
주전 포수 장성우는 롯데의 미래 에이스로 기대되는 박세웅을 내주고 영입했고 주전 3루수 겸 중심 타자 황재균은 롯데의 4번 타자 출신으로 FA로 영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롯데의 전천후 내야수 신본기를 영입해 내야진의 뎁스를 더했다. 이들 3인은 올 시즌 KT 야수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선수들이다.
마운드에서도 롯데 출신 선수들이 보인다.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할 배제성은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해 트레이드 성공사례로 자리했다. 트레이드로 영입된 하준호는 외야수였지만, 투수로 전향해 좌완 불펜진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또 다른 좌완 불펜 조현우는 트레이드로 롯데에 갔다 2차 드래프트로 재 영입된 이후 주력 불펜 투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불펜 투수 박시영도 이에 포함된다. 박시영은 시즌 롯데에서 부진했지만, 속도감 있는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포크볼이 있다. 멀티 이닝 소화능력도 있어 KT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불펜 자원이다.
이들 롯데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2021 시즌 KT 1군 라인업에 포함될 선수들이고 그 비중도 크다. 2년 연속 상위권을 기대하고 있는 KT에게 이들의 활약 여부는 중요하다. 무엇보다 롯데에서 영입된 선수들 중 상당수는 KT에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거나 존재감을 키웠다는 점에서 KT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올 시즌 영입된 신본기, 박시영은 지난 시즌 롯데에서 내부 경쟁에서 밀렸지만, KT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됐다. 주전 포수 장성우는 롯데 시절 강민호에 밀려 백업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당당한 주전이고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선발 투수 배제성도 롯데에서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KT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하준호, 조현우 두 투수도 롯데에서는 활약이 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롯데에게는 다소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들을 보내고 KT에서 영입한 선수 중 지금까지 롯데 전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선수는 선발 투수 박세웅 외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롯데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 부족했음을 방증하는 일이기 그나마 박세웅이 부상을 딛고 올 시즌 선발 10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작은 위안이다.
상반된 상황 속에서 KT는 지난 시즌 상위권 마법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의 한편에서 롯데에서 온 선수들 다수가 힘을 보태고 있다. 올 시즌 그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KT 위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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