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선 롯데와 KIA의 대결은 양 팀 에이스가 맞대결한 경기였지만, 경기 초반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 났다. 원정팀 KIA는 1회 초 롯데 에이스 스트레일리를 상대로 6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5득점했고 그렇게 잡은 리드를 경기 끝까지 유지했다. KIA의 8 : 5 승리, 연패 중인 팀들의 대결에서 KIA는 3연패를 끊었고 롯데는 5연패 늪에 빠졌다. KIA는 5할 승률에 복귀했고 롯데는 확실한 최하위로 자리했다.
1회 초 KIA의 공격에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났다. KIA는 2사 후 무서운 타선의 집중력을 보였다. KIA는 주력 타자인 최형우, 나지완과 함께 주전 3루수 류지혁마저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올 시즌 팀 타선의 부진으로 고심하고 있는 KIA로서는 타선 약화의 문제를 문제를 안고 경기에 나섰다. 2군에서 콜업한 이정훈을 4번 타순에 배치했고 최근 1군에 콜업된 유민상이 1루수 겸 중심 타선에 외국인 선수 터커가 외야수로 나섰다. 시즌 전 구상과는 전혀 다른 중심 타선이었다.
하지만 이런 KIA 타선을 상대로 롯데 에이스 스트레일리는 고전했다. 변화구 제구가 크게 흔들리면서 직구 위주의 투구를 했고 KIA 타자들은 간결한 스윙으로 직구를 집중 공략했다. 2사 후 연속 안타가 이어졌다. 여기에 롯데 외야진의 아쉬운 수비가 더해졌다. KIA는 순식간에 5득점했고 롯데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일리는 어한 타순이 돈 이후 가까스로 1회 초를 종료했다. 그 사이 투구 수는 50개를 넘어섰다.
롯데 타선의 반격이 필요했지만, KIA 선발 투수 멩덴은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롯데 타자들은 6회까지 멩덴에게 3안타만을 때려낼 정도로 부진했다. 시즌 초반 명성에 비해 부족한 활약으로 우려가 컸던 멩덴은 최근 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가며 메이저리거 출신의 위력을 보였다. 롯데전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졌다. 특히, 직구의 구위가 뛰어났다. 투구 동작에서 급하게 넘어오는 듯한 투구 동작은 처음 그를 상대하는 롯데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했다. 멩덴은 6회까지 큰 위기가 없었다. 롯데는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1회 초 5실점 이후 안정을 되찾았지만, 1회 초 KIA의 5득점은 그 무게감이 점점 더해졌다.
경기 흐름이 KIA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롯데 경기 내용과 관계없이 홈 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롯데는 5회까지 투구 수 100개를 넘어선 선발 투수 스트레일리를 대신해 6회 초 수비에서 나균안을 마무리에 올렸다. 나균안에게는 프로 데뷔 첫 1군 경기 등판이었다. 과거 나종덕이라는 이름으로 2017 시즌 롯데의 신인 2차 1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고 프로에 데뷔했던 그가 불펜 투수로 홈구장 마운드에 섰다.
나균안은 긴장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균안은 6회 초 수비를 3타자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KIA의 하위 타선이었지만, 경기에서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던 박찬호, 한승택, 김호령을 모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나균안은 직구 위주의 투구를 했고 그 직구는 힘 있고 묵직했다. 변화구 제구도 잘 이루어졌다. 경기가 크게 기운 상황의 등판으로 부담은 덜할 수 있었지만, 1군에서 첫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투구였다.
7회 초 수비에도 마운드에 오른 나균안은 2사 후 2명의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다음 투수에 넘겼다. 거듭된 KIA 좌타자에 대비한 마운드 운영이었지만, 이후 마운드에 오른 김유영이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그가 남겨둔 2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오면서 나균안의 성적은 1.2이닝 1피안타 1사사구 2실점이 됐다.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좌투수 김유영은 좌타자를 상대로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롯데는 7회 초 추가 3실점으로 반전의 마지막 가능성도 사라지고 말았다. 롯데는 이어진 7회 말 공격에서 한동희가 호투하던 KIA 선발 멩덴으로부터 2점 홈런을 때려내는 등 3점을 추격하고 8회 말 2점을 더 추격하며 8 : 5까지 따라붙었지만, 대량 실점에 실망한 홈 관중들이 보다 오래 경기장에 남아있도록 한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모두 2사후 집중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 커지는 경기였다. 1회 초 흔들리는 스트레일리를 좀 더 진정시킬 수 있는 코칭이나 7회 초 좌우놀이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롯데는 투수 나균안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작은 수확이 있었다. 나균안은 부담이 덜한 상황이었지만, 1군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아직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나균안은 투수로 전향한지 얼마 안 됐지만, 안정된 제구와 함께 구위도 지난 시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포수로 선수 이력을 쌓았던 탓에 경기를 보는 능력이 있고 수 읽기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좌타자 승부와 위기관리 능력은 아직 검증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앞으로 1군에서 나균안이 좀 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큰 첫 등판이었다.
롯데 마운드는 새로운 얼굴이 절실하다. 기대했던 영건 이승헌과 김진욱은 제구 불안으로 선발 투수로서 안정감 주지 못하고 있고 또 다른 선발 투수 노경은도 5선발 투수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역부족이다. 가장 강한 국내 선발 투수 박세웅은 기복이 있다. 제6선발 투수 서준원까지 질적으로 양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다고 자평했던 롯데 선발 마운드가 한 달 사이 불안감이 더 커졌다.
불펜진은 필승 불펜진을 새롭게 구성해야 할 정도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대우, 최준용, 마무리 김원중으로 필승 불펜진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에서 이들 역시 실점 경기가 많았다. 구승민, 박진형은 떨어진 기량을 회복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또 다른 불펜진 역시 급박한 상황에서 활용하기에는 믿음이 떨어진다. 트레이드 등 외부 영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2군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아야 하는 롯데의 상황이다. 롯데는 좌완 불펜진 박재민, 김유영을 차례로 콜업했지만, 이들은 모두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나균안은 이들과 달랐다.
롯데는 이승헌, 김진욱이 제구 불안이 지속된다면 불펜에서 등판하는 서준원의 선발 등판 가능성이 남아있다. 나균안은 서준원이 했던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롱맨 역할을 우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시험 무대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나균안은 1치 지명 포수로서 최고 유망주라는 기대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의 FA 이적으로 주전 포수의 기회를 잡았지만,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타격 부진이 그의 큰 아킬레스건이었다. 이후 롯데 포수진의 양적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경쟁에서 밀렸고 부상이 겹치면서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나균안은 재활 과정에서 시작한 투수로서 마운드 등판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 프로입단 당시 나종덕에서 나균 안으로의 개명을 계기로 그는 투수 전환을 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는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딱 맞는 야구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균안이다. 그 과정에서 나균안은 롯데 팬들에게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유망주로 안타까움의 선수이자 비난이 대상이 되기도 한 애증의 선수였다. 그런 나균안이 투수로 전향하자 롯데 팬들은 그에게 큰 응원을 보냈다. 5월 5일 어린이날 등판은 그가 롯데 팬들에서 투수 나균안의 시작을 알린 경기였다.
야수에서 투수로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하는 건 어려운 결정이고 성공보다 실패의 사례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나균안은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로 충분히 기량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 같은 팀 소속의 불펜 투수 김대우는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전향하는 우여곡절 끝에 30대 후반의 나이에 불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나균안에게는 긍정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 투수 나균안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투수로서 그의 1군 첫 등판이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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