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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가 허문회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그 자리는 2군 감독인 래리 서튼이 자리하게 됐다. 롯데는 또다시 감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롯데의 감독 자리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 성배를 영광의 성배로 바꾸기에는 허문회 감독도 역부족이다.

허문회 감독은 성민규 단장과 함께 롯데 변화의 중심 인물이었다. 2019 시즌 야수진과 마운드가 모두 붕괴하면서 최하위 성적을 낸 롯데는 시즌 중 양상문 감독은 경질했고 성민규 신임 단장은 시즌 도중 영입했다. 성민규 단장은 팀 내 최고 베테랑 선수인 이대호와 동갑으로 보수적인 롯데 구단의 성향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에 더해 롯데는 2019 시즌 이후 감독 경험이 없었던 40대 허문회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젊은 단장과 감독의 조합은 이전 롯데에서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만큼 롯데는 절박했다. 

롯데는 기존의 육성 시스템을 개혁했고 구단 프런트진도 개편했다. 이런 롯데의 변화는 고비용 저효율 구단의 부정적 평가를 바꾸려는 시도였고 변화의 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에 롯데 팬들도 구단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롯데의 변화를 주도한 성민규 단장에 대해서도 긍정 여론이 주류를 이뤘다. 롯데는 성민규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가 주도하는 야구로 구단 운영의 방향을 전환했다. 성민규 단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가 있었고 과감한 트레이드도 있었다. 말뿐인 변화가 아니었다.

큰 변화 속에 시작한 2020 시즌 롯데는 전 시즌의 무기력함을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시즌 초반 연승의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존 선수들의 분전도 돋보였다. 시즌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으로 가기에는 전력의 부족함이 있었다. 롯데는 정규 시즌 7위를 기록했다. 아쉬움이 있었지만, 5할에 근접한 승률로 가능성을 확인한 시즌이었다. 롯데 팬들의 진짜 아쉬움은 또 다른 곳에 있었다. 

 

래리 서튼 신임 감독



롯데 팬들은 허문회 감독의 선수단 운영과 승부처에서의 대처 능력에 의문을 가졌다. 프런트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허문회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단장과의 갈등을 인정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상호 소통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지만, 양측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감독과 단장은 같은 팀이지만 다른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 같았다. 

성민규 단장은 팀을 기존의 고비용 저효율 팀에서 저비용 고효율 팀으로 변모시키려 했고 2군 육성 시스템을 강화했다. 팀을 보다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선수단 정리를 했다. 그가 주도한 깜짝 트레이드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는 일이었다. 물론, 트레이드의 성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 중점을 두는 운영을 했다. 성민규 단장은 적극적인 2군 육성을 통해 1군과 2군의 교류를 보다 활발히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그는 1군 엔트리 변동을 최소화했고 주전 선수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시즌 중  엔트리 변화가 크지 않았다. 2군 선수들의 기용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는 베테랑들을 중용했다. 그 과정에서 베테랑 유틸리티 선수 정훈이 새롭게 재조명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주전 위주의 선수단 운영은 시즌 후반기 한계를 드러냈다. 

허문회 감독은 프런트의 권한이 강한 키움 히어로즈에서 오랜 기간 코치 생활을 했고 프런트 야구에 대한 이해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롯데에서 허문회 감독은 감독의 권한이 침해되는 일에 부정적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포수진 강화를 위해 영입한 포수 지시완에 대해 수비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기용을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단장과 감독 간의 갈등설을 더 크게 하는 이유였다.

구단은 미래를 위해 리빌딩에 더 중점을 두었지만, 허문회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허문회 감독은 방향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성과를 내야 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지만, 프런트와 갈등은 여전했다. 선수 운영에 있어 다소 유연성을 보였지만, 기존의 틀을 유지했다.

지난 시즌보다 선수층이 많이 두꺼워지고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허문회 감독은 스프링 캠프의 틀에서 벗어나는 선수 기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2군 선수들의 기량을 폄하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구단은 2군 시스템을 통해 육성되는 선수들이 보다 많이 1군 출전 기회를 얻기를 기대했지만, 허문회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허문회 감독은 1군 선수들에게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상호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선수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팀 운영에 중요한 프런트와의 소통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는 구단과 다른 자신의 야구를 고집했다.

그 고집이 좋은 성적과 연결됐다면 힘의 균형은 그에게 쏠릴 수 있었지만, 롯데는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리빌딩을 표방하며 신예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면서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한화에도 밀리는 상황은 그에 대한 롯데 팬들의 신뢰를 더 떨어지게 했다. 특히, 접전 상황에서의 약점은 롯데 코치진의 경기 운영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성적 부진은 허문회 감독의 입지를 더 좁게 했다.

결국, 롯데는 5월 11일 주중 3연전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고 허문회 감독은 롯데와 이별하게 됐다. 허문회 감독은 과거 로이스터 감독에 이어 양승호, 김시진, 이종운, 조원우, 양상문 전 감독과 함께 6번째 중도 퇴진하는 롯데 감독이 됐다. 성민규 단장과 함께 달라진 롯데는 상징했던 인물의 쓸쓸한 퇴장이라 할 수 있다. 

롯데는 신임 감독 자리를 2군 감독이었던 래리 서튼에게 맡겼다. 그는 KBO 리그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며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력이 있다. 이후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경력을 쌓아온 그는 지난 시즌 롯데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애초 그는 1군 감독 물망에도 올랐던 인물이었다. 그만큼 그의 팀 내 비중이 크다 할 수 있다. 그의 존재는 허문회 감독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허문회 감독이 2군 선수의 콜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그와 서튼 2군 감독의 불편한 관계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패배로 고개 숙이는 일 줄어들까?



서튼 감독은 KBO 리그 선수로 활약했던 이력으로 리그에 대한 이해도가 크다. 메이저리그 구단 운영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깊다. 이는 성민규 단장이 구단 운영에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성민규 단장은 과감한 트레이드로 주목을 받았고 선수단 정리를 주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허문회 감독과는 상호 협조가 아닌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1군은 허문회 감독이 2군을 성민규 단장이 주도권을 잡는 상항이 발생했다. 어느 조직이나 적당한 견제와 이를 통한 힘의 균형 유지라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호 대립과 불통이 된다면 하나의 팀이 될 수 없다. 롯데가 딱 그랬다. 구단은 서튼 감독의 선임은 성민규 단장에게 보다 힘을 실어주는 조치로 보인다. 

성민규 단장이 주도하는 롯데는 2군 선수들의 보다 활발히 콜업되어 출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2군 감독으로 있었던 서튼 감독은 2군 선수들의 장. 단점을 잘 알고 있다. 감독과 단장의 호흡이 잘 이루어질 환경이 만들어졌다. 현재 롯데는 최하위로 쳐진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필승 불펜진이 부상과 부진으로 붕괴된 상황에서 마운드 재편이 필요하다. 베테랑 선수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야수진도 주전들의 체력관리와 함께 미래 선수들을 키워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남은 시즌 롯데는 리빌딩에 대한 비중이 커지겠지만, 아직 성적을 포기할 수 없는 롯데다. 성민규 단장과 서튼 감독의 조합은 선수단의 동요를 막고 최하위로 쳐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부담이 큰 상황이지만, 구단은 이들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었다. 즉, 결과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 

롯데로서는 이번만큼은 감독의 중도 퇴진을 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롯데의 팀 운영에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 교체의 결정을 했다는 건 팀이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의 감독 교체 결정과 함께 허문회 감독의 흔적은 구단 홈페이지 등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더 큰 권한을 가지게 된 이들이 보다 책임감 있게 선수단을 이끌어 나가는 일이다. 이제는 누구의 핑계를 될 수도 없다. 선수들 역시 이런 변화에 동요하기 보다 야구에 집중해야 한다. 프로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잘했다면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롯데의 이런 결정이 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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