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기대하는 신인 타자 나승엽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그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승엽은 6월 23일 NC와의 홈경기에서 3안타 4타점의 활약으로 팀의 13 : 7 대승의 주역이 됐다. 나승엽의 3안타와 함께 롯데는 에이스루친스키가 선발 투수로 나선 NC 마운드를 16안타로 공략하며 대량 득점했다. 이 승리로 롯데는 전날 패배를 설욕했고 순위를 8위로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경기전 예상은 롯데의 열세였다. 롯데는 실질적인 에이스라 할 수 있는 박세웅이 선발 등판하고도 2 : 5로 패했다. 그 패배의 기억을 뒤로하고 만난 상대 선발 투수는 리그 정상급 투수 루친스키였다. 반대로 롯데 선발 투수는 올 시즌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베테랑 노경은이었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1회 초 롯데 선발 투수 노경은이 선두 타자 정진기에 솔로 홈런으로 1실점, 양의지에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 1실점하면서 크게 기운 경기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 시킨건 나승엽의 홈런이었다. 나승엽은 2회 말 2사 후 김민수의 볼넷 출루 후 들어선 타석에서 루친스키를 상대로 2점 홈런을 때려냈다.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정확한 타이밍의 타격이었다. 그의 타격 재능이 그대로 드러난 한 방이었다. 올 시즌 나승엽이 롯데에 입단한 이후 첫 홈런이 결정적인 순간 나왔다. 그것도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한 홈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홈런으로 2 : 2 동점을 이룬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중반까지 이어졌다.
루친스키는 150킬로에 이르는 직구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 조합으로 롯데 타선을 막았고 노경은은 직구 구속은 140킬로가 채 안 됐지만, 강약을 조절하는 투구와 안정된 제구로 NC 타선을 막아냈다. 투수전의 희비는 5회부터 엇갈렸다. 5회 초 NC는 1사 3루의 득점 기회를 놓쳤고 롯데는 5회 말 1사 2루의 기회를 손아섭의 1타점 적시 안타로 득점과 연결했다.
6회 초 NC는 2사 1, 3루 기회에서 박석민의 큰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롯데는 6회 말 정훈의 솔로 홈런 이후 타선이 폭발하며 4득점했다. 롯데는 6회 초 2사 상황에서 불펜을 가동하며 실점을 막았고 NC는 에이스 루친스키를 믿었지만, 그가 추가 실점하면서 경기가 크게 롯데 쪽으로 기울었다. 이 과정에서 나승엽은 또다시 루친스키를 상대로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대량 득점에 물꼬를 텄다.
이렇게 엇갈린 양 팀의 희비는 롯데가 7회 말 NC 불펜진을 상대로 추가 6득점하며 경기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NC는 8회 초 4득점, 9회 초 1득점으로 추격했지만, 큰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롯데 선발 노경은 5.2이닝 4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의 호투로 4월 20일 승리 이후 두 달여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6월 들어 3연승을 달리던 NC 선발 투수 루친스키는 5.2이닝 10피안타 7실점의 부진으로 패전을 기록했다. 롯데 타선은 루친스키에게 7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끈질긴 승부로 그의 투구 수를 늘리며 때를 기다렸고 루친스키의 투구 수 80개가 넘어가는 시점에 그를 공략하며 승기를 잡았다. 그 시점까지 마운드를 지켜낸 노경은 투구도 돋보였다.
하지만 나승엽의 동점 2점 홈런이 없었다면 경기 흐름을 중반까지 대등하게 이끌 수 없었다. 나승엽은 데뷔 첫 홈런과 함께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롯데가 그를 영입하면서 기대했던 타격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나승엽과 함께 하위 타선에 자리한 김민수는 끈질긴 승부로 2번의 볼넷을 얻어내며 루친스키에 부담을 안겼다. 6번 타순에 자리한 추재현도 루친스키에 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활약했다. 이 젊은 선수 3인은 단단하던 루친스키의 성벽을 무너뜨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롯데 야수진을 풍성하게 하고 기존에 없었던 경쟁 체제를 구축하게 만들었다. 이 중 추재현은 롯데 외야진의 주전으로 도약하며 신인왕 후보로도 떠올랐다. 추재현은 뛰어난 타격에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롯데 라인업에서 빠질 수 없는 선수다.
김민수는 2루와 3루를 오가며 안정된 수비 능력과 함께 타격에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삼진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 선구안이 향상되며 출루율을 높이고 있다. 간간이 보이는 장타 능력도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6월 23일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낸 나승엽도 경쟁 구도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나승엽은 올 시즌 롯데가 큰 공을 들이며 영입한 신인이다. 그의 타격 재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뛰어났다. 롯데가 신인 2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 김진욱보다 더 많은 5억원의 계약금을 안겨준 건 그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승엽은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의 주 포지션 3루와 1루에는 한동희, 정훈이라는 강력한 주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외야 전향도 고려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나승엽은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군에서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그보다는 김민수, 배성근이 먼저 콜업되어 기회를 잡았다. 나승엽은 서튼 감독 체제가 들어선 이후 1군 콜업의 기회를 잡았다.
나승엽은 1군 콜업 초기 타격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단기간의 1군 경험 기간을 늘리기도 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결국, 나승엽은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이런 나승엽에게 주전 3루수 한동희의 부상은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다시 1군에 콜업된 나승엽은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부상 중인 한동희, 안치홍 등 주전 선수들이 복귀하는 시점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컸다. 이 시점에 나승엽이 타격에서 능력을 보여줬다.
나승엽의 활약은 롯데에게 행복한 고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주전 2루수 안치홍과 3루수 한동희는 2군에서 순조롭게 재활 중이고 복귀가 임박했다. 이들은 그동안의 커리어 등을 고려하면 주전으로 나서야 하지만, 그들을 대신한 선수들의 활약이 뛰어났다. 특히, 김민수는 공. 수에서 경쟁력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백업 내야수 배성근도 출전 기회에 비례해 기량 발전이 눈에 보인다. 여기에 나승엽이 가세했다. 주전들의 복귀와 함께 누군가는 2군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그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주전 라인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안치홍, 한동희가 부진하다면 그 대안이 풍부하다. 특히, 올 시즌 부진한 한동희는 나승엽, 김민수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민수는 만만치 않은 장타력이 있고 나승엽은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라는 장점이 있다. 한동희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롯데는 주전 의존도가 큰 팀이었다. 그 주전들 중 상당수는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다. 이들의 뒤를 이를 선수가 시급한 롯데였지만, 선수 육성 시스템과 운영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올 시즌 롯데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마운드 불안의 문제는 계속 롯데는 괴롭히고 있지만, 야수진에서 만큼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나승엽이 빠르게 그의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면 야수진의 경쟁력을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그 점에서 나승엽의 데뷔 첫 홈런은 큰 가치가 있다 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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