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이 위기라 했지만, 보란 듯이 이를 극복하고 강팀의 자리를 지켰던 두산 베어스의 6월이 심상치 않다. 6월 28일 현재 두산은 33승 35패로 7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기준점인 5할 승률이 무너졌다는 점이 두산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그 사이 1위와의 승차는 7경기 이상으로 벌어졌고 5위 NC와의 승차로 3경기 차로 단숨에 극복하기 어려운 차이가 됐다.
6월 들어 긍정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8위 롯데가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아직 시즌 중반이고 남은 경기도 많다. 해마다 두산은 시즌 후반기 강력한 뒷심을 발휘한 경험이 있다. 2015 시즌 이후 두산의 저력을 그들을 메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로 이어졌다. 그때마다 두산은 전력 약화와 부상 선수 문제가 있었지만, 두꺼운 내부 선수층으로 이를 극복했다. 두산의 야구를 마르지 않는 화수분 야구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FA 시장에서 과감히 자금을 풀어 내부 FA 선수들을 잔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은 대대적인 리빌딩의 가능성을 점쳤던 예상을 뒤엎은 일이었다. 두산은 모기업의 자금난이라는 외부 변수에도 전력 유지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오프시즌에서 보여줬다.
하지만 6월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두산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연례 행사와 같았던 위기와 차이가 있다. 우선 주력 선수들의 경기력이 예전과 다르다. 체력적인 부담이 눈에 보인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 빈도가 늘었고 회복 속도로 느리다. 두산은 투. 타에서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크다. 타선에서는 중심 타자들이 이탈했다. 4번 타자 김재환이 부상이고 외국인 타자 베르난데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홈런 타자의 면모를 되찾았고 올 시즌도 리그 홈런 부분에서 선두권을 유지 중이었지만,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그와 함께 중심 타선에 자리했던 오재일의 FA 이적으로 장타력이 떨어진 팀 타선에서 김재환의 비중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이상의 홈런 페이스로 기대를 충족하는 중이었다.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는 동기부여 요소가 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김재환은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는 3년 차 시즌에서 안타 머신의 위력을 유지했지만, 부상으로 상승 페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우타 외야수 박건우의 갑작스러운 2군행이 충격을 더했다. 박건우는 올 시즌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 중이었고 성적도 준수했다. 리그에서 부족한 장타력 있는 우타 외야수라는 희소성은 그를 올림픽 대표에 포함토록 했다. 이로 인해 FA 요건도 채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술술 잘 풀려가는 듯한 시즌에 박건우는 2군행을 통보받았다. 부상도 없었지만, 그의 2군행은 기약이 없다. 경기력의 문제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사실상의 징계성 2군행이었다. 중심 타선의 약화 우려에도 실시한 주력 타자의 2군행은 선수단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오히려 팀 성적 하락으로 그 효과가 반감되는 모습이다.
이들 외에도 주전 포수 박세혁이 헤드샷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는 일이 많아졌다. 베테랑 2루수 오재원도 부상자 명단에 자주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산에서 오랜 세월 키스콘 콤비로 활약했던 이들은 최근 들어 세월의 무게가 서서히 느껴지는 경기력이다.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를 고려하면 풀타임 시즌은 완벽한 컨디션으로 치르기는 부담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FA 듀어 허경민과 정수빈도 기대를 완전히 충족한다 할 수 없다. 허경민은 3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3루수로서 최고 수준을 수비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즌 초반의 뜨거웠던 타격감은 아니다. 선수들의 부상이 잦은 상황에서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지만, 최근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그와 함께 외야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정수빈은 올라오지 않는 타격감이 문제다. 중간에 부상도 있었다.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2할을 겨우 넘어서는 타격으로는 테이블 세터로 나서기는 부족함이 크다. 허경민과 정수빈은 모두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이 장기 계약을 맺었던 선수들이다. 사실상 두산 원클럽 맨이 된 이들은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두산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들이지만, 그 정도의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이런 주력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풍부한 백업 선수들로 메워왔다. 올 시즌에도 내야에서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양석환이 중심 타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고 신인 주전 유격수로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FA 보상 선수 박계범과 강승호도 나름 역할을 해내고 있다. 외야에서는 긴 유망주의 시간을 견딘 김인태와 조수행 등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지만,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백업들의 역할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상호 경쟁관계를 형성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고 상호 발전하는 모습이 아니다. 두꺼웠던 백업 선수층도 새로운 얼굴이 등장이 더디면서 두산 화수분도 한계에 다다른 느낌도 있다.
마운드 역시 불안하다. 두산은 올 시즌 약해진 타선을 마운드로 대신하며 시즌 초반 순항했지만, 부상으로 균열일 발생했다. 우선 에이스 역할을 하던 외국인 투수 로켓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로켓은 이미 부상으로 공백기가 있었지만, 돌아온 이후 다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랐다. 자칫 부상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로켓의 부상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6월 들어 이닝이터로서 원투펀치 역할까지 충실히 하고 있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미란다와 무패의 선발 투수인 최원준의 호투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두산은 로켓까지 리그 최강의 원 투쓰리 펀치를 구성했고 팀의 큰 강점이었지만, 그 한 축이 사라졌다. 이는 불투명한 4, 5선발 투수의 문제를 더 크게 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은 여러 선수들이 4, 5선발 투수로 나섰다.
그만큼 5인 로테이션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2019 시즌 17승 투수 이영하는 아직 그때의 모습과 큰 거리가 있고 5선발 투수로 기대했던 김민규도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베테랑 투수 유희관은 통산 100승을 앞둔 시점에 2군에 머물러 있다. 2군에서 투구 내용도 부진하다. 두산이 기대했던 신에 곽빈도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그나마 선발 투수진의 불확실성을 지워주던 불펜진도 최근 흔들리고 있다. 마무리 김강률이 부상 공백이 크다. 김강률을 긴 부상 터널을 벗아나 강력한 마무리 투수로 돌아왔지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 공벡을 메우던 이승진, 홍건희 두 파이어볼러도 등판이 늘어나면서 힘이 떨어졌다. 이승진은 2군에서 조정기를 보내고 있다. 홍건희는 늘어가는 이닝과 함께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장원준, 이현승 두 베테랑도 승부처에서 나서기에는 구위가 떨어진다. 시즌 초반 리그 최강이라고 했던 두산 불펜진은 6월 들어 승리를 확실히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6월 두산은 각종 악재들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력 분석원이 코로나 확진을 받으며 구단 업무에 제동이 걸렸다. 선수들의 이동도 제한되고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리그 일정까지 꼬일 수 있는 두산에는 부담되는 일이 더 늘어난 셈이다. 엎친 데 덮친다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다.
2021 시즌 두산의 위기는 이전과 달리 묵직하게 다가온다. 두산을 지탱하는 주력 선수들은 이제 30살을 훌쩍 넘어섰다. 그들은 강팀 두산을 함께 만들고 지켜왔지만, 그 어느 팀 선수보다 많은 경기를 치렀다. 국가대표로 국제경기에 나선 선수들도 다수 있다. 지난 시즌은 리그 개막이 늦었고 그만큼 휴식기간이 짧았다.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고 국내에서 스프링 캠프를 차리면서 이전과 다른 훈련 환경 속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모두 같은 조건이라 할 수 있지만, 오랜 세월 쌓은 누적된 피로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두산은 길었던 영광의 순간만큼 그들의 몸도 많이 지치고 소모됐다. 하지만 두산의 저력을 그들의 반전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 어렵게 한다. 지난 시즌에도 두산은 마운드 붕괴의 위기를 과감한 트레이드로 극복하며 후반기 승률을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연전연승하며 한국시리즈에서 NC와 접전을 펼쳤다.
강팀의 DNA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부상 중인 선수들의 복귀한다면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올림픽 브레이크라는 중요한 변수도 존재한다. 그때까지 얼마나 버텨낼지가 두산의 올 시즌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이 늘 그랬듯 그들에 대한 걱정이 쓸데없음을 입증할 수 있을지 이제는 달라진 위상을 확인하게 될지 두산의 반전 여부는 상위권 순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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