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돌부처, 돌직구
오승환에 대한 수식어는
수없이 많다.
그만큼 오승환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고 마무리 투수다.
그가 2005 시즌부터 2024 시즌까지
KBO 리그에서 쌓아온 세이브는
427세이브에 이른다.
일본과 미국 리그에서 쌓은 세이브를
더하면 500세이브를 훌쩍 넘어선다.
KBO 리그 선수로는 드물게 한. 미. 일
리그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이력도 그를 빛나게 한다.
아직 1982년생으로 40살이
넘은 나이에도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자리를 지키는 꾸준함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그의 능력치다.
위기의 시즌 오승환
하지만 2024 시즌 오승환은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이
이전같이 않음을 실감하게
하는 시즌이었다.
올 시즌 오승환은 정규 시즌에서
27세이브를 기록했다.
5월까지 오승환은 전성기 못지
않은 위력을 보였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진 보강에 온 힘을 다했다.
KT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FA 시장에서 영입했고
마무리 투수 경력이 있는 임창민도
영입했다.
이에 삼성은 오승환을 시작으로
트레이드 영입한 김태훈에
김재윤, 임창민까지 전직
마무리 투수들이 불펜진의
주력을 이뤘다.
이런 화려한 불펜진에서도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가 팀에서
가지는 상징성도 컸지만
실력으로 다른 마무리 투수
후보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여름이 찾아오면서
오승환의 페이스를 급격히
떨어졌다. 실점 비율이 높아지고
블론세이브가 늘어갔다.
삼성은 오승환에게 휴식을
주거나 등판 일정을 조정하는 등
배려를 했지만, 좀처럼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구위 저하가 분명했다.
오승환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강력한 속구가 주 무기였다.
오승환의 속구는 강력한
회전력을 바탕으로 알고서도
공략하기 힘든 공이었다.
이 공이 올여름 무디어졌다.
속구 위력이 떨어진 오승환은
더는 두려움이 대상이
아니었다.
상대 팀 타자들은 과거
오승환의 이름값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이었지만, 올 시즌
오승환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털어냈다.
오승환은 구종을 다양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2군행 이후
계속되는 부진
계속되는 부진에 삼성은
오승환의 2군행을 시즌 중
결정했다.
순수하게 부진한 경기력으로
2군으로 내려간 건 오승환에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조정기를 거친 이후에도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로
돌아올 수 없었다.
삼성은 김재윤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넘겼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오승환의
회복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임시 조치였지만, 이는
분명한 마무리 교체로
연결됐다.
오승환은 1군에 다시 올라온 이후
불펜 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삼성은 오승환이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자신의 투구 감각을
되찾길 기대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1이닝을
버티기 버거운 모습을 계속
보였다.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급격한 난조를
보이며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의 올 시즌 1군에서 등판은
9월 22일 키움 전 이후 더는
없었다.
오승환은 2군에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삼성이 정규 시즌
2위를 확정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상황에서 오승환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진입은
문제없어 보였다.
충분한 휴식으로 구위를 끌어올리면
다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고
무엇보다 오승환의 풍부한 경기
경험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냉정한 현실
플레이오프 엔트리 탈락 유력
삼성은 냉정했다. 올 시즌 불펜진에
어려움이 있었고 불펜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도 삼성은 오승환의 플레이오프
엔트리 진입 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전히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활용이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오승환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부상이 없는 상황에도
삼성의 포스트시즌을
경기장 밖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에게는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세월 무상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40살을 훌쩍 넘어선 그의
나이는 풀 타임 시즌을 버티기
어렵게 했고 시즌 중반 이후
빠르게 한계를 노출했다.
그의 의지와 달리 몸이 움직이지
않은 올 시즌이었다. 여기에
이전과 달리 회복도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 시리즈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삼성은 팀 레전드를
배려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은
시즌 초반 등판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 게 아쉬울 수 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부터
6월까지 빡빡한 등판 일정을
소화했다. 연투도 중간에 꽤
있었다. 올 시즌 타고 투저
흐름 속에서 접전의 경기가
많았고 경기 후반 변수가
자주 발생하는 경기도 많았다.
대부분 팀들이 불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이 속에서 오승환은 세이브 부분
1위를 기대할 만큼의 페이스로
세이브를 쌓았지만, 그의 몸은
이런 과부하를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7월이 되면서 빠르게
구위 저하가 찾아왔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지만, 올 시즌
오승환은 분명한 내림세를 보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즌
이는 포스트시즌 엔트리
탈락이라는 결과로 연결됐다.
물론,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오승환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구위를 회복한 오승환이라면
활약도 기대된다.
하지만 오승환의 팀 내 입지와
위상이 더는 과거와 같지
않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 됐다.
삼성의 마무리하면 오승환이라는
공식도 이제는 깨졌다.
우리 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던
1982년 생들이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점에도
꿋꿋이 지켰던 오승환이지만,
이제는 그 역시 세월의 흐름을
더는 거스르지 못함을 실감하고
있다.
이렇게 오승환의 시즌이
마무리 될지 포스트시즌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아직 그의 2024 시즌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사진 : 삼성 라이온즈 / KBO
글 : 지후니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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