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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인류는 수년간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 속에서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는 우주시대를 열어간다고 자부했던 문명의 취약성을 경험해야 했고, 무기력함을 느껴야 했다. 바이러스의 위협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현실에서 큰 공포 속에 살아가야 했다. 

이런 상황은 산업혁명 이후 그리고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 속 국경을 초월한 상호 교류와 소통의 통로마저 닫게 만들었다. 세계화의 흐름은 단절되고 각국은 자국의 생존에 주력했다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반복하고 갈등이 커졌다. 그 속에서 중요한 가치인 인권도 생존의 가치 아래 놓이고 말았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와 이 불행한 상황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함도 마주해야 했다.

이에 인류는 인류 멸망이라는 단어가 결코 영화나 과거 예언가들의 허황된 말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됐다. 이미 인류는 날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자연재난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고 우리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늘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제 인류는 인류는 냉전시대의 큰 위협이었던 핵전쟁 위험에 더해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 질병 등 더 늘어난 멸망의 원인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그에 필요한 준비는 너무나 부족하고 여러 사람들의 경고에도 인류 멸망의 시계는 그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인류 멸망을 다룬 영화 속 아포칼립스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세상이다. 


 

 




꽤 오래전 개봉된 영화지만, 영화 월드 워 Z(2013년 6월 개봉)과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년 4월 개봉)는 인류 멸망을 다룬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월드 워 Z은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좀비를 등장시키고 있고 최고 인기 배우인 브래드 피트 주연에 큰 스케일의 화면 구성과 CG를 더한 대작이고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외계에서 온 정체불명의 생명체에 의해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빠지고 일상의 파괴되는 극한의 공포를 잘 압축해 표현한 영화로 대조를 보인다.

월드 워 Z는 기존 좀비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어느 날, 알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해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비규환의 혼란에 빠지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가족은 그 존재가 좀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가족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도 사람들을 위협하는 존재들의 특성을 면밀히 관찰한다. 주인공은 과거 UN에서 일하며 특수 임무를 수행했다. 주인공은 매우 유능한 요원이었지만, 자신의 신념과 조직의 방향성이 차이를 보이자 자신의 일을 버리고 평범한 삶을 살기로 했다. 하지만 좀비들이 빠르게 세력을 확산하는 상황에서 그가 그리던 평화로운 삶은 파괴되고 말았다. 

그는 좀비들을 퇴치할 수 단서를 찾는 일에 함께 하게 된다. 그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이 일을 거부하지만, 세상 어디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정 안전한 곳인 항공모함에 가족들이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특별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일종의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거래였지만, 그에게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세계 각지를 돌며 좀비들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첫 번째 방문지가 우리 나라 평택 미군 기지라는 점이 매우 이채로웠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좀비들이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닌 꽤 오래전부터 위협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한편으로 좀비들에게 직접 물리지 않는다면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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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새로운 단서를 찾아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좀비의 위협을 감지하고 거대한 장벽을 설치해 그들의 침략에 대비했다. 주인공은 그 책임자를 만나 위험을 이스라엘이 어떻게 그 위험을 사전에 알았는지 밝히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예루살렘이 좀비들에게 위해 장악됐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좀비들의 움직임은 빠르고 조직적이었다. 예루살렘의 붕괴는 그곳이 다양한 종교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인류 멸망의 위험을 그대로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주인공은 그 속에서 좀비들의 취약점을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같은 인간이라 해도 특정한 누군가에게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악했다. 주인공은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맞설 수 있는 백신 개발의 힌트를 얻었다. 주인공은 붕괴되는 예루살렘을 가까스로 벗어나 희망의 장소인 영국으로 향했다. 그곳에 자리한 백신 연구소에서 주인공은 좀비들과 맞설 수 있는 해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가 탄 비행기가 좀비들에 장악되고 이로 인한 비행기 사고로 주인공은 죽임에 위기에 놓이게 된다. 어렵게 위기를 벗어난 주인공은 백신 연구소에서 목숨을 건 도박을 하게 된다. 그는 몸속에 병원균을 스스로 주입했다. 주인공은 좀비들이 약한 인간들에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그의 판단이 사실임을 스스로 증명하려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좀비들은 병원균을 주입한 주인공을 지나쳐갈 뿐이었다. 

이를 통해 인류는 좀비와 맞설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는 좀비들을 피하기 않고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좀비들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거대한 적 앞에 인류는 하나로 뭉쳤고 연대했다. 이는 주인공이 원하는 방향이었다. 인류는 점점 좀비들과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았고 멸망의 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인공 역시 사랑하는 가족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그 위기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월드 워 Z에서는 위기가 광범위하게 보이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보인다. 이 가족들은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1년 넘게 은둔의 삶을 살았다. 영화에서는 그 위협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이 극도로 소리를 내는 걸 억제하고 심지어 의사소통마저 수화를 이용하는 모습에서 외계 생명체들이 소리에 반응해 사람들을 해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가족들은 시골의 외딴 집에서 전시를 방불케 하는 시설을 갖추고 외계 생명체의 침입을 대비하며 살았다. 가족들은 식료품들을 구하기 위해 집을 떠나 도시로 향할 때 이동할 때도 동선에 모래를 깔고 신발을 신지 않는 방법 등으로 소리를 억제하며 살았다. 

그렇게 그들은 수많은 이들이 살육당하는 현실에서 생존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존에는 성공했지만, 그들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아이들은 성장기를 강요된 침묵 속에서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다. 살아있다는 안도감 보다 큰 고립감과 외로움은 그들에게는 큰 고통이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세상과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삶은 아이들이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부모에게 반항심을 가지는 이유가 됐다. 아이들은 아직 외계 생명체의 위협이 크게 와닿지 않았고 불편한 현실이 불만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부주의로 막내가 외계 생명체에 희생되면서 아이들은 현실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된다. 한편으로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은둔의 삶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이는 삶의 의지를 잃게 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가족 간의 보이지 않은 갈등이 커지는 시점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그들의 은신처가 외계 생명체에게 파악되고 그 내부까지 외계 생명체가 나타났다. 그 속에서 아버지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게 된다. 가장의 사라진 상황, 그리고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소리 없이 이겨내고 막내를 낳았다. 가족의 큰 버팀목이 사라진 상황에서 현실의 위험을 전혀 알지 못하는 갓난 아기까지 가족들은 더 깊은 위기 속에 빠져든다. 

하지만, 가족들은 더 강하게 결속했다. 한때 그들은 엄격하고 강하게 교육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했던 아이들은 아버지의 진심을 이해했고 아버지가 지금의 상황은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음도 알게 된다. 직접 외계 생명체와 접하면서 그들이 소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소리가 시각적인 능력이 거의 없고 특정한 소리에 취약함을 알게 된다. 

 

 

 



이는 청각 장애가 있는 딸이 우연히 사용하고 있는 보청기에서 들리는 자신의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외계 생명체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함을 우연한 기회에 파악하면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소리에 민감한 외계 생명체, 하지만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딸이 모습이 큰 대조를 보이고 들리지 않은 장애가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역설을 보여준다. 

결국, 아이들은 강한 주파수 대역의 소리에 고통스러워하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을 확인하고 대응방법을 찾게 된다. 그들의 은신처가 수많은 외계 생명체들의 공격을 받게 되지만, 가족들은 그들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결말을 맺은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이후 그 시리즈가 2편 3편으로 이어지면서 외계 생명체와 맞서 싸우는 가족들, 그들과 연대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변모하게 된다. 

이처럼 두 영화는 인류 멸망의 위기에 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지만, 월드 워 Z는 가족들과 인류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영웅 스토리에 집중한 반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가족들의 연대에 더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통적인 메시지는 상황에 대한 회피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를 파악하고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는 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위험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닥칠 위험의 시간을 늦추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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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년간 겪은 팬데믹 상황 역시 다르지 않았다. 미지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공포 속에 각국은 자국의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로부터 유입을 막는 게 주력했다. 자국에서도 상호 간의 소통을 제한하고 마스크로 바이러스는 차단토록 했다.

그런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생산과 공급, 소비가 전 세계와 연결된 상황에서 완벽한 차단을 불가능했다. 자급자족의 경제체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완벽한 통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도 강력한 외부 유입의 차단을 주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런 조치는 실패했다. 이를 통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조금 덜 수 있었지만, 위기를 피한 건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좀비와 외계 생명체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징하는 듯 보였다. 초기 인류는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점점 상황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지만, 현실에 맞서면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 속에서 위험에 대해 이해하고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는 반격으로 이어지며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됐다. 

팬데믹에 대응한 인류 역시 마찬가지였다. 봉쇄와 차단과 다른 철저한 거리 두기로 감염 가능성을 줄여가면서 팬데믹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에서 이에 대응하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둘렀다. 축적된 과학 기술은 빠른 시간 내에 바이러스에 대응할 무기를 만들게 했다. 그렇게 팬데믹 상황은 정리가 됐고 다시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일상이 회복됐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게 있다면 문제 해결에 있어 서로를 향한 신뢰와 연대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다는 점이다. 팬데믹 기간 인류는 자국 이기주의 자국 내에서도 생존을 위한 이기주의가 중요한 흐름이 됐다. 공동체의 공동 번영이라는 가치는 팬데믹 기간 희미해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 헌신적으로 바이러스 맞선 이들이 있었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그런 노력은 점점 공동체의 공감을 얻었고 이런 긍정과 희망은 연대는 팬데믹 극복의 큰 힘이 됐다. 다만, 이런 위기 상황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이용하는 세력이 있었고 심지어 언론들마저 트래픽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소한의 사실 확인이나 검증을 하지 않는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며 위기를 더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는 위기 극복에 필요한 선한 영향력 형성에 큰 장애물이었다. 

두 영화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가 돋보였다. 월드 워 Z의 주인공이 좀비들에 대응할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헌신적으로 그을 도운 이들이 곳곳에서 있었고 콰이어트 플레이스에서는 아버지의 목숨을 버리는 헌신이 있었다. 팬데믹 기간 우리는 곳곳에서 여러 의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힘을 얻었다. 

이렇게 월드 워 Z와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팬데믹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예상치 못한 위협으로 인해 파괴되는 일상, 멸망의 위기 속 지구를 그려냈다. 이런 소재의 영화는 이들 영화 외에도 그동안 수없이 만들어 졌고 관심을 받았다. 그만큼 인류 멸망이라는 주제가 뻔한 스토리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그 영화를 보는 건 사람들이 그와 관련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재들이 영화의 재미를 위해 너무 쉽게 소비되고 잊힌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 가속과 이로 인한 기후재난을 매년 경험하고 있고 일상을 바꾸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인간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파괴하면서 접하지 말아야 할 바이러스를 접한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와 감염병의 위기의 인간이 자초한 위험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위기의 해법도 인간이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영화 월드 워 Z와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인류 멸망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재난 영화, 상업 영화이지만, 그에 대처할 수 있는 해법도 함께 담고 있다. 킬링 타임용 영화라고 하기에는 묵직한 메세지가 있는 영화들이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재난 영화들을 한 때의 재미로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그 소재들이 공감을 얻지 못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 : 영화 사이트,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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