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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 내우외환에서 시달리고 있는 프로야구 LG가 또 한번 뉴스 메이커가 되었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외국인 투수 리즈를 낙점한 것입니다. 지난 시즌 11승을 거두면서 비교적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던 리즈였습니다. 여기에 가뜩이나 약한 선발진에 박현준과 김성현마저 빠진 상황에서 선택한 마무리 투수 리즈는 예상을 깨는 선택입니다.

당초 올 시즌 LG의 마무리 투수 자리는 경찰청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인 우규민이 자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2군 리그지만 지난 시즌 우규민은 무적의 투수 그 자체였습니다. 떨어졌던 자신감도 되찼았고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던 그였습니다. 군 입대전 마무리 투수로 수 년간 LG의 뒷문을 지킨 경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부상이라는 변수가 아니라면 우규민의 마무리 투수 기용은 기정사실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LG 김기태 감독은 우규민 카드를 버리고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우규민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군 입대전 마무리 투수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전력, 체력 테스트 미통과로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리즈의 구위는 마무리 투수로 손색이 없습니다. 160킬로에 이르는 강속구는 경기 후반 1~2 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입니다. 여기에 큰 키에서 나오는 역동적인 투구는 상대 팀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단조로운 구질 역시 짧게 던지는 마무리 투수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선발투수진의 약화를 무릅쓰고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돌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해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뒷심 부족으로 내주면서 좋은 흐름을 스스로 끊었던 기억을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시즌 LG는 새로운 에이스 박현준과 리즈, 주키치 두 외국인 투수로 구성된 막강 선발 3각 편대를 앞세워 초반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임찬규라는 신인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불펜 역시 힘을 내면서 선발진을 뒷 받침했습니다. 투수진이 안정되면서 타선 역시 힘을 냈습니다. 공격력과 투수력이 조화를 이룬 LG는 좋은 분위기 속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숙원을 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문제였던 불펜이 무너지면서 팀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마무리 역할을 했던 임찬규는 신인 투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요한 고비에서 블론 세이브를 연속 하고 말았습니다. 다 잡은 경기를 수 차례 놓치면서 팀 분위기도 점점 가라앉았습니다. 여기게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 발생하면서 팀 조직력도 점점 와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선발 3인방의 돌려막기로 불안한 마무리에 대한 임시처방을 하기도 했지만 이는 선발진의 체력저하라는 또 다른 악재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LG는 노련한 송신영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불펜 강화에 승부를 걸었지만 한번 붕괴된 불펜진은 그 힘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LG는 후반기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또 한번 포스트시즌 진출실패라는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뒷심 부족현상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는 전임 박종훈 감독의 교체까지 이어졌고 팀은 또 한번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야 했습니다.

지난 시즌 LG에서 코치로 있으면서 팀의 몰락을 지켜본 김기태 감독으로서는 뒷심 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뼈져리게 느꼈을 것입니다. 뒷문 강화에 대한 생각도 더 확고해졌을 것입니다. 마무리 투수를 정하기로 한 이상, 가장 확실한 선수를 내세우자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위면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리즈가 그 자리에 들어가 것은 복잡한 계산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빠른공과 훌륭한 하드웨어 리그에 대한 적응력, 팀과의 원할한 융하력을 지닌 리즈라면 믿을만한 마무리가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그가 확실하게 뒷문을 지킨다면 지난해와 같은 어의없는 역전패의 악몽이 이어지는 일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분명 LG의 팀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 요소를 해결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우선 리즈가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거기에 투구때 마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점입니다. 한 타자, 한 타자 마다 집중해야 하고 1점의 리드를 지켜내야 하는 마무리 투수로서는 불안한 부분입니다. 지난 시즌 리즈는 타선의 지원 부족과 불펜 난조가 있었지만 승보다 패를 더 많이 기록했습니다. 투구에 기복이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볼넷 허용은 적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구가 가운데 몰리면서 통타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후반기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린탓에 상대의 심리전에 고전하는 경향도 보였습니다. 큰 투구폼은 기동력이 좋은 팀에서 큰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박빙의 승부를 지켜야 하는 마무리 투수로서는 그의 단점이 만만치 않습니다. 만약 시즌 초반 마무리 실패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면 부진에 빠질 위험성이 높습니다. 만약 리즈가 마무리 투수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LG는 투수진의 대폭적인 보직 개편이 필요합니다. 시즌 중 팀의 구성의 틀을 바꾸는 일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만틈 리즈의 마무리 기용은 그 명암이 크게 엇갈릴 수 있습니다. 바둑으로 치면 최상의 묘수와 최악의 자충수가 교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직 시범경기가 남아있고 리즈의 마무리 기용이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선발투수 자리를 채워줄 대체 자원들의 기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리즈의 마무리 기용은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부상 재활을 마치고 새롭게 팀에 합류한 봉중근의 컨디션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봉중근이 성공적으로 부활한다면 마무리 투수로 올 시즌 활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즈의 마무리 기용은 봉중근의 적응기 동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선택일수도 있습니다. 리즈의 풀타임 마무리투수 기용은 아직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과 부정 요소가 교차하는 리즈의 마무리 투수 기용입니다. 그것이 한시적이든 시범경기 동안의 실험이든 선발투수진의 약화를 감수한 시도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LG 김기태 감독이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리즈의 마무리 투수 기용을 성공적인 한 수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이를 지렛대로 LG의 침체된 분위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 시즌 초반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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