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으로 끝난 롯데의 지키는 야구. 6월 13일 롯데 vs 두산

롯데와 두산의 주 중 두 번째 경기는 화요일 경기와 같이 초반 투수전 중반 이후 변화가 일어난 경기였습니다. 양 팀 모두 타선은 여전히 부진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이 살아난 두산은 롯데 수비진의의 거듭된 실책과 어설픈 수비로 인한 행운의 득점까지 더하면서 7 : 1로 경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두산은 전날 연장패배의 아픔을 덜어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롯데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자멸하는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무너졌습니다. 롯데는 중반 이후 어제 투입했던 불펜진을 또다시 투입하는 강수로 초반 1 : 0 리드를 지키는 야구를 시도했지만, 수비에 문제를 드러내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부정투구 논란을 딛고 5.2이닝 무실점 호투를 한 이용훈의 활약도 묻히고 말았습니다.

 

경기 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롯데의 선발 이용훈이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입으로 공의 실밥을 물어뜯는 동작이 TV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이용훈은 부정투구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긴 부상과 부진을 이겨내고 팀의 주축 선발로 자리한 그의 노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분위속에 선발로 나선 이용훈의 부담감을 상당했을 것입니다.

 

이용훈은 침착했고 실력으로 논란을 정면 돌파했습니다. 불필요한 동작은 없었고 빠른 템포의 투구로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습니다. 직구에는 힘이 있었고 변화구 제구력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용훈이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허용한 안타는 2개 뿐이었고 볼넷도 1개만 내줬습니다. 지난 선발 등판의 부진과 부정투구에 대한 시선을 거둬들이는 투구였습니다.

 

 

 

 

(이용훈, 의혹을 떨쳐낸 역투 그러나....)

 

 

 

이용훈의 역투와는 반대로 롯데 타선은 무기력했습니다. 전날 연장전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화요일 보다 더 무기력했습니다. 롯데로서는 두산의 선발 니퍼트의 제구가 흔들린 초반 기회를 살려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초반 1, 2회 고비를 넘긴 두산의 선발 니퍼트는 이후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고 롯데의 득점 기회는 더 멀어졌습니다.

 

롯데 타선은 부진했지만, 선취점은 롯데가 먼저 얻어냈습니다. 최근 타격 부진에 빠져있던 전준우의 솔로 홈런이 수요일 경기에서 롯데가 얻어낸 처음이자 마지막 득점이었습니다. 3회 말 전준우는 니퍼트의 바깥쪽 다소 높은 직구를 정확하게 밀어쳤고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전준우 개인으로는 떨어진 타격감을 찾을 수 있는 한방이었고 팀 타선도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한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롯데 타선은 이후 더는 득점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팀이 기록한 안타는 5개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산발로 처리되었습니다. 타선의 흐름은 추가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1 : 0의 리드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롯데의 불안한 리드가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데가 도망가지 못하는 사이 두산은 추격의 점수가 나와야 했습니다. 문제는 두산의 타선 역시 부진에 빠져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두산의 타선은 롯데 선발 이용훈에 고전하면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두목 곰 김동주가 부상을 털고 4번 타순에 복귀했지만 그 효과를 크지 않았습니다. 집단적인 슬럼프 현상은 여전했습니다.

 

6회 초 두산 공격 때 롯데는 1 : 0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잘 던지던 이용훈을 내리고 불펜을 조기 가동한 것입니다. 전날 경기에서 호투했던 불펜에 또 한 번 팀 승리를 맡긴 것입니다. 추가 득점을 하기에는 타선의 흐름이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지키는 야구로 방향을 바꾼 것입니다. 롯데는 부상에서 막 돌아온 최대성까지 등판시키면서 리드를 지키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일찍 사용했습니다.

 

이용훈의 투구수가 72개에 불과했고 공에 힘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불펜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진 벤치는 서서히 중심에 공이 맞아 나가는 이용훈이 불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6회 초 두산 공격이 중심타선에 걸리면서 장타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불펜의 소모가 많았던 롯데는 이용훈을 좀 더 끌고 가면서 불펜의 과부하를 막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6회 초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대성은 그 이닝을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1점 차 박빙의 승부에서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롯데는 최대성이 7회까지 마무리해 주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두산의 타선이 부진한 상항에서 최대성의 빠른 공이 통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대성의 제구가 불안했습니다. 최대성은 7회 초 두산 오장훈의 주루 실수로 수비의 실책이 주루사로 이어지는 행운을 얻었지만 이어나온 이종욱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흔들렸습니다. 자신의 견제실수로 주자를 2루로 진루시킨 이후 실점에 대한 부담을 너무 많이 가졌습니다. 부상 전 보여주던 시원시원한 투구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자신의 공에 확신이 없다 보니 어려운 승부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최대성은 양의지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마운드를 물러났습니다. 롯데의 불펜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롯데는 2사 1, 2루에서 좌타자 정수빈을 상대로 이명우를 올렸지만 전날 많은 투구를 한 이명우는 정수빈과 쉽게 승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구위도 좋지 못했고 제구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정수빈마저 볼넷으로 출루 하면서 두산은 힘 안 들이고 만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불펜의 믿을맨 김성배에게 위기 탈출을 기대해야 했습니다. 두산은 대타를 곧바로 2명 활용하는 강수를 던지면서 이성열과 김성배의 대결을 성사시켰습니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전날 만루 상황에서 대결했었고 김성배가 이성열을 삼진으로 잡아낸 기억이 있었습니다. 

 

사이드암과 좌타자의 대결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성배의 공을 이성열은 중심에 맞추지 못했습니다. 이성열의 타구는 내야 높이 떴고 이대로 이닝이 종료될 것 같았습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수비강화를 위해 교체 투입된 신본기의 타구판단 실수로 그 타구가 안타가 된 것입니다. 2사 이후 스타트를 끊었던 두산의 주자 3명은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사실상의 실책이었습니다. 그것도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바꾸는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롯데는 유격수에 신본기를 교체 투입하고 황재균을 빼는 등 수비강화를 위한 라입업 변화를 주었지만, 그 효과가 무색하게 된 것입니다. 1 : 0의 박빙 상황에서 신인 선수의 지나친 긴장감이 예기치 못한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불리한 경기를를 역전시키긴 했지만, 두산 역시 3 : 1 리드가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날 홍상삼, 프록터 두 불펜의 믿을맨들을 모두 소진한 두산은 불펜이 불안했습니다. 롯데의 추격점수만큼이나 두산 역시 추가점이 절실했습니다. 두산의 바램은 8회 초 바로 해결되었습니다. 이 역시 롯데 불펜의 난조와 수비불안에 기인한 것이었습니다.

 

롯데는 6번째 투수 강영식에서 무실점 투구를 기대했지만 강영식은 이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8회 초 두산은 첫 타자 허경민의 2루타로 시작된 득점 기회에서 5안타를 몰아치면서 추가 4득점에 성공했습니다. 롯데는 강영식에 이어 김수완까지 등판시켰지만 불타는 두산의 방망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행운이 이어졌고 롯데 내 외야진의 판단 실수로 인한 안타가 또다시 나오면서 손쉽게 승리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이후 경기는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대로 마감되었습니다.

 

7회 초 어이없게 역전을 당한 이후 롯데 선수들의 집중력은 급속히 떨어졌습니다. 이후 공격과 수비 모두 의욕이 상실된 모습이었습니다. 화요일 경기와 같은 끈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추가 실점을 막고 두산의 약점인 불펜을 압박해야 했지만 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중 경기 때마다 되풀이되는 경기력 저하 현상이 너무나 극명하게 나타나면서 경기를 쉽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팀의 유일한 1타점 전준우의 홈런, 타격 부진 탈출할까?)

 

 

 

롯데는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를 통해 리드를 지키려 했지만, 불펜의 과부하만 더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경기 흐름에 따른 임기응변의 조치였지만 평소 롯데의 경기운영과 다른 조급함이 엿보였습니다. 한 템포 빨리 투입된 불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수비강화를 위한 선수기용마저 실패하면서 벤치의 승부수는 패배를 부르는 악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롯데로서는 위닝시리즈를 확정 짓고 주말 3연전의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수요일 경기 패배로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무너지는 경기를 하면서 침체하였던 두산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말았습니다. 타선의 침체로 고심하던 두산은 경기 후반 집중력을 회복했고 집단 슬럼프탈출의 계기도 마련했습니다. 에이스 니퍼트도 편안한 1승을 추가하면서 탐사기를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중 3연전에서 1승을 나눠 가진 롯데와 두산은 롯데 진명호, 두산 김승회의 선발 맞대결로 위닝 시리즈를 가리게 되었습니다. 1승씩 하긴 했지만 양 팀은 타격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패배하는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습니다. 양 팀 모두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습니다. 다만 수요일 경기에서 타선이 살아난 두산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롯데로서는 총력전을 펼치면서도 팀 전체의 난조로 무너진 수요일 경기를 잊어야 할 것이고 타선의 침체 현상도 극복해야 합니다. 두산은 어렵게 잡은 상승 반전의 기회를 살리고 싶을 것입니다. 결국, 젊은 선발투수들의 맞 대결에서 누가 안정감을 보일 것인지가 위닝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youlsim)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