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태풍이 지나가고 뜻하지 않은 휴식을 취한 롯데와 LG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는 투수들이 빛난 경기였다. 선발로 나선 롯데 송승준과 LG의 리즈의 완벽투 대결은 9회 부터 시작된 불펜 투수들의 대결까지 연결되었다. 양 팀의 투수들은 빈틈을 주지 않았다. 타선이 상대 마운드에 대한 공략 해법을 찾지 못한 경기는 연장 12회까지 이어졌지만 0 : 0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절반의 승리였다.
치열한 2위 싸움을 하는 롯데와 4강권에서 멀어진 LG의 대결은 경기에 임하는 입장이 크게 다를 수 있었다. 롯데는 1승이 아쉬운 상황이었고 LG는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위 LG 역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이는 경기를 더욱더 팽팽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투수들이 유리한 조건의 경기였다. 이미 태풍으로 경기가 수차례 순연된 상황에서 투수들은 충분한 휴식이 있었다. 여름을 보내면서 선발과 불펜 모두 지친 상황에서 몇 일간의 휴식은 구위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반대로 타자들은 타격감을 제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대체로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 여기에 양 팀 선발투수들은 준비가 잘 된 상태로 마운드에 올랐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은 힘 있는 직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 타자들의 무딘 스윙은 이를 대처하기에 역부족이었다. LG 리즈는 150킬로 후반에 이르는 강속구를 송승준은 140킬로 중반이었지만 공 끝에 힘을 가진 직구로 타자들을 쉽게 제압했다. 빠른 공에 부담을 느낀 타자들은 선발 투수들이 드문드문 던지는 변화구에도 쉽게 대응할 수 없었다.
득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에도 양 팀 선발투수들은 침착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야수들의 잇따른 호수비는 위기 탈출을 도왔다. 양 팀 모두에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단단한 방패를 롯데와 LG는 함께 구축했만 이를 뚫어낼 창이 마땅치 않았다. 점점 경기는 1점의 의미가 커질 수밖에 없없다. 여기에 선발 투수들 간 자존심 대결까지 더해지면서 무득점의 긴장된 승부는 계속 이어졌다.
(8월 0점대 방어율, 송승준)
무득점의 경기였지만 LG가 경기 초반 공격적인 면에서 좀 더 앞서 가는 경기였다. 주자 출루나 기회에서 롯데보다 LG가 더 많았지만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공격이 원할지 않았다. LG는 1번 부터 3번 타자를 모두 좌타자로 배치하고 가용 가능한 좌타자를 모두 라인업에 포함했지만 득점력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8월 들어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송승준의 구위가 그만큼 좋았다.
LG는 2회 초 이병규의 안타 출루 이후 김용의의 우익 선상 빠지는 타구를 손아섭의 다이빙 캐치로 걷어낸 장면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후 LG는 상대적으로 많은 출루가 있었지만, 득점을 하기에는 송승준의 위기관리 능력과 구위가 너무 좋았다. 이런 LG와 마찬가지로 롯데의 공격도 원할하지 않았다. LG 선발 리즈역시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사라지면서 위력투를 뽐냈기 때문이었다.
리즈는 제구가 되는 150킬로 후반의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지난 SK전에서 살아난 듯 보였던 롯데 타선은 리즈의 강속구에 상.하위 타선 모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롯데 역시 경기 초반이었던 2회 말 조성환의 2루타와 보내기 번트로 잡은 1사 3루 기회에서 후속타 불발로 득점하지 못한 장면과 8회 말 투구 수가 많아진 리즈가 연속 볼넷과 몸 맞는 내주면서 얻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초반 실점 위기를 넘긴 송승준과 리즈는 위력적인 투구로 8회까지 무실점 행진이 이어갔다. 투구 수 100개가 넘은 상황에서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고 제구도 흔들리지 않았다. 송승준은 8이닝 5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리즈는 8이닝 2피안타 11탈삼진 2사사구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팽팽한 선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런 역투에도 두 투수 모두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상황, 이들에게 계속 마운드를 맡기기는 무리였다. 9회부터 양 팀은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선발 투수들 못지 않게 불펜 투수들의 구위도 좋았지만, 선발 투수들의 강한 투구를 경험한 타자들에게 부담이 덜한 공이었다. 조용하던 공격이 경기 후반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경기는 1점을 얻기 위한 공격과 이를 막기 위한 수비가 부딪치는 공방전이 계속 되었다.
9회 초 LG는 결승점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1사 후 박용택이 2루타로 출루하면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LG의 좌타선을 고려 투입된 강영식은 1사 후 박용택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실점 위기를 맞이했지만 재치있는 주자 견제로 박용택을 잡아내면서 위기를 스스로 탈출했다. 박용택의 지나친 의욕이 롯데에게 행운이 되었다. 타격감이 좋은 이진영 타석이었음을 고려했다면 박용택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9회 초 위기를 넘긴 롯데는 9회 말 1사 후 손아섭이 안타로 출루하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강민호, 홍성흔 두 중심 타자들이 역할을 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LG의 불펜 이동현의 힘있는 공에 강민호, 홍성흔이 맥없이 물러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양 팀 타자들 모두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했고 타선의 침묵은 연장까지 지속되었다.
롯데는 연장전에 정대현, 최대성, 이명우를 차례로 올리면서 실점을 막았다. 이들 세 명은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로 LG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비가 가져다준 휴식이 분명 큰 도움이 된 모습이었다. 이에 맞선 LG 역시 이동현에 이어 우규민 이상열, 봉중근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밀리지 않는 불펜진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런 투수들의 빛나는 역투가 있었지만, 이것만으론 리를 가져올 수 없었다. 승리에 필요한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득점에 대한 갈증을 LG는 연장 12회까지 풀지 못했다. 이런 LG와 달리 롯데는 12회 말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았다.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롯데는 12회 말 홍성흔은 무사 후 안타 출루와 박종윤의 희생 번트가 야수선택이 되면서 무사 1,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11K 괴력 리즈, 빛나지 못한 호투)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에 의한 것이었기에 득점이 더더욱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롯데는 조성환 타석 과감한 번트앤 슬래시를 시도했지만 이것이 실패하면서 상황이 꼬이고 말았다. 최소 1사 2, 3루를 만들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1, 2루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만 늘어나고 말았다. 하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타격감이 좋은 조성환에 기대를 건 작전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하지만 1사 1, 2루의 득점 기회는 계속 이어졌다. 안타 하나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여기서 봉중근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봉중근은 황재균을 삼진으로 잡아냈고 후속 타자를 잘 막아내면서 끝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롯데는 손용석이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얻어내며 2사 만루까지 득점 기회를 이어갔지만 전준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 해야했다.
롯데는 최근 경기에서 상대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공격을 돌파구를 열었었다. 하지만 봉중근의 노련미와 이를 뒷받침한 LG 내야진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승리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롯데로서는 3위 SK와의 승차를 유지하고 1위 삼성과 4위권 진입을 노리는 잠재적 경쟁자 KIA가 패했다는 것을 윈안으로 삼아야 하는 경기였다. 선발 송승준의 8월 상승세를 지속했고 불펜들이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유지했다는 것도 앞으로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것으로 보인다.
LG 역시 들쑥날쑥한 투구를 하던 리즈가 위력투를 선보였고 불펜진 역시 리그 최강 불펜을 구성하고 있는 롯데에 밀리지 않았지만, 공격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승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롯데와 LG 모두 타자들의 떨어진 타격감으로 투수들의 역투가 빛바랜 경기였다. 남은 주말 경기에서 공격에 대한 해법을 찾는 팀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경기였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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