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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운이 완연해지는 9월, 프로야구 각 팀은 올해의 마무리를 위해 뛰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근접한 팀들은 더 높은 순위를 위해 이에 멀어진 팀들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삼성, 롯데, SK, 두산으로 이어진 상위권 라인은 내부 순위 싸움이 더 큰 변수가 될 정도로 견고하다. 이를 추격할 후보군인 KIA와 넥센은 점점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두 팀 중 넥센은 올 시즌 화제의 중심에 있던 팀이었다. 한 때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로 넥센의 돌풍은 야구판을 흔드는 중요한 변수였다. 시즌 시작 전 이택근, 김병현의 영입으로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면모를 일신한 넥센은 패배에 익숙해 있던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수 년간 만년 하위팀있던 넥센을 더는 약체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넥센의 상승세에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투타에서 자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마운드는 나이트와 벤헤켄 두 외국인 투수가 원투펀치를 형성하면서 구심점이 되어주었고 좀처럼 연패를 당하지 않는 팀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닝이터의 면모까지 갖추면서 약점으로 지적되던 넥센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타선에서는 LPG 포라고 칭해지는 이택근, 박병호, 강정의 클린업 트리로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택근은 기록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역할로 팀 기여도를 높였다. 젊은 선수들의 주축인 넥센 타선에 경험이 풍부한 이택근의 존재는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이택근의 존재는 박병호, 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화력을 극대화해 주었다.

 

 

 

(한결같은 투구로 에이스의 존재감 과시하고 있는 나이트)

 

 

 

박병호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된 타격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현재 홈런 선두에 자리할 만큼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박병호가 4번 타자에 안착하면서 또 다른 중심타자 강정호의 방망이도 불을 뿜었다. 집중 견제에서 벗어난 강정호는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는 유격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를 미국 메이저리그 최고 공격형 유격수 에이로드와 비교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여기에 넥센은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까지 폭발하면서 타선에 힘과 스피드를 겸비할 수 있었다. 주전 2루수가 자리한 서건창은 오랜 무명선수 생활을 이겨내고 인간승리 드라마를 연출했다. 리그 초반 하위타순에 시작한 서건창의 타순은 어느새 테이블 세터진에 위치하게 되었고 서건창은 넥센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서건창의 꾸준한 활약은 그를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만들어주었다.

 

이 외에도 지난 시즌 부진에서 벗어난 장기영이 외야의 한 축을 맡아 주고 김민성, 오윤 등의 백업 요원들이 타선에 힘을 보태면서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 어쩌면 더 강력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이기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높아졌고 이는 어느 팀도 가지지 못한 젊은 에너지로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여름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넥센은 돌풍은 점점 잦아들었다.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상승세는 하락세로 급히 반전했고 꾸준히 유지하던 5할 승률도 무너지고 말았다. 조금씩 힘이 떨어지던 것이 한 여름 전력 약세로 나타난 것이다. 다승과 방어율에서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에이스 투수가 건재하고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4번 타자를 보유한 넥센임을 고려하면 그 하향세가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한 편으로는 몇 몇 선수에만 의존하는 야구로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음을 느껴야 했던 넥센의 여름이었다.

 

넥센의 돌풍이 잦아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클린업 타순의 공격력 저하를 들 수 있다. 박병호는 꾸준히 홈런포를 양산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아쉬웠다. 이택근은 잦은 부상으로 시즌 내내 100%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여라기 면에서 팀 기여도가 높다고 하지만 중심타자로서 부족함이 있었다. 그나마도 부상으로 결장이 늘어나면서 4번과 5번 타순에 있는 선수에 큰 부담이 되었다.

 

이런 이택근의 계속된 부상과 함께 강정호의 이유없는 부진도 넥센의 공격력 약화에 큰 원인이었다. 강정호는 시즌 중반 부상으로 잠시 결장을 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졌다. 거의 두 달 가까이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자신도 팀도 답답한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홈런 부재에 강정호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슬럼프가 길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중심 타선의 부진이 길어지자 넥센의 타선은 자연스럽게 약화되었다. 시즌 중반 좌타 거포 이성열을 영입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성공한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이성열이 팀 적응에 실패하면서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이와 함께 첫 풀 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가 다수 포함된 라인업은 점점 체력적인 부담까지 안게되면서 부진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타선의 약화와 동시에 마운드 역시 불펜의 약점이 여전했고 원투펀치를 뒷받침할 카드를 찾지 못하면서 힘이 떨어지고 말았다. 넥센은 강윤구, 김영민 등 젊은 영건들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이들은 신인 투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넥센의 두 외국인 투수는 좋은 모습을 유지했지만 치열한 순위싸움 와중에 이들에 이어나올 선발 카드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졌다.

 

리그 후반 히든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던 김병현은 들쑥날쑥한 투구에 제구력 난조까지 겹치면서 선발 투수로서의 가치를 잃고 말았다. 만약 김병현이 선발투수로 안착했다면 넥센의 후반기 행보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김병현은 최근 불펜투수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넥센의 초반 구상과는 다른 모습이다.

 

선발 마운드 운영의 어려움과 더불어 불펜 역시 어려움은 여전했다. 마무리 손승락까지 이어줄 카드가 부족했다. 한현희라는 좋은 불펜 요원을 발굴했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경기를 감당할 순 없는 일이었다. 넥센은 다양한 선수들로 그 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유난히도 접전의 경기가 많았던 올 시즌 불펜의 불안은 넥센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이렇게 넥센은 장기 리그를 치르면서 파생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서서히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넥센의 선전으로 프로야구판이 더 재미있어지기를 기대했던 야구팬들로서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넥센 역시 시즌 중반까지 이어진 상승세가 꺾이면서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넥센은 1위 삼성과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뒷심 부족으로 이틀 연속 역전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삼성은 덕분에 1위를 더욱더 확고하게 할 수 있었지만 4위 추격을 노리는 넥센은 큰 치명상을 입었다. 5할 승률에서 -4, 잔여 경기를 치르는 일정임을 고려하면 5할 승률 이상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다.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넥센으로서는 이번 주 3일간의 휴식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친 선수들의 휴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게 된것이다. 여기에 팀의 중심 선수들의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반갑다. 홈런 가뭄에 시달리던 강정호가 지난 주 홈런포를 가동한데 이어 타격감을 되찾고 있다. 여기에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던 유한준도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망주에서 확실한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박병호)

 

 

 

마운드에서도 강윤구와 김영민이 다시 제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나이트, 벤 헤켄 두 외국인 투수들은 여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띄엄띄엄 일정은 이들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선발 요원 중 1~2명은 불펜으로 돌릴 여지도 있다. 살아나고 있는 타선만 그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반격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올 시즌 넥센은 지금의 성적만으로도 큰 발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젊은 선수들의 소중한 경험을 얻었고 투타에서 팀이 강해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여기에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물만 남길 수 있다면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 주 넥센은 3일 휴식 후 두산, SK와 각각 2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난 주 내내 세계 청소년야구 선수권 관계로 원정경기를 치러야 했던 넥센으로서는 같은 원정이지만 서울, 인천에서 벌어지는 4경기가 이동의 부담을 덜고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4강을 노리기 위해서도 이 두 팀과의 대결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넥센의 상황이다. 휴식일 동안 얼마나 팀 전력을 끌어올렸을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고 하지만 아직 순위가 결정된 팀은 아무도 없다. 넥센 역시 지금의 순위가 올 시즌 최종 순위라 할 수 없다. 아직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약체팀의 이미지를 벗고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의 돌풍을 몰고 왔던 넥센이었다. 시즌 막판 또 다른 돌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 돌풍의 주역들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넥센 돌풍이 한때의 바람에 그칠지 다시 가을 야구까지 몰아칠지는 결국, 넥센 자신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직 넥센 선수들의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럴 시점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넥센의 남은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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