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구단의 가세로 한층 흥미진진해진 2013프로야구,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신생팀 NC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 확보되야 가능하다. NC가 동네북 신세가 된다면 리그의 흥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NC는 이런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신생팀에 주어진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팀 전력을 구성했다. 신인 드래프트 우선순위를 이용, 유망주를 대거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 등으로 1군 경험을 한 선수들도 보강했다. 여기에 FA 시장에서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면서 내실도 다졌다.
NC는 내심 신생팀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3명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하면서 선발 마운드의 높이를 높였기 때문이다.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진이 얼마나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그 팀의 리그 운영의 방향을 좌우할 요소다. 그 점에서 NC의 외국인 투수 3인방은 NC의 2013시즌 핵심 전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3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10승 이상을 할 수 있다 해도 이들을 뒷받침할 토종 선발 투수들이 힘이 필요하다. 4강권에 들어가기 위해 최소 5할 승부를 해야 한다. 4, 5번 선발 투수들이 어느 정도 승수를 쌓아줘야 함을 의미한다. NC는 번외지명도 2차 드래프트에서 선발진보다 불펜진 강화에 주력했다.
그 결과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가세하면서 어느 정도 경쟁력 있는 불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선발진은 기존 자원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NC로서는 젊은 유망주들의 패기가 내부 경쟁을 통한 기량 향상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NC의 선발 투수진을 구축할 자원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긴 이재학이 그 선수다.
이재학은 두산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유망주 선수들의 다수 존재하는 두산은 이재학을 보호하지 못했고 NC는 2011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이재학을 영입했다. 이재학으로서는 프로 입단 이후 2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이적이었지만, 이재학은 새로운 팀 NC에서 그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퓨처스 리그였지만 이재학은 15승 2패, 방어율 1.55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15승은 퓨쳐스 남부와 북부를 통틀어 최다승이었고 평균 자책점 역시 1위였다. 선발 투수로서 139.2이닝을 소화하면서 기록한 성적이라는 점은 이재학이 퓨쳐스 리그에서 언터쳐블, 즉 리그를 지배하는 선발 투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10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이 39개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재학의 성적은 그 가치가 상당했다. 이재학으로서는 두산에서 잡지 못했던 출전 기회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1군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재학은 입단 당시 140킬로를 훨씬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입단 첫해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재학은 프로 무대에서 뛰기에 설익은 유망주였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여기에 부상에 발목이 잡히면서 이재학은 제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다. 자연히 그의 이름은 점점 1군에서 잊혀 갔다.
이런 이재학은 NC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앞서 언급한 빼어난 퓨처스 리그 성적은 그의 변신의 결과였다. 이재학은 사이드암에서 팔을 높인 쓰리쿼터로 투구폼에 변화를 주었다. 이 변화는 이재학에 신의 한수와 같았다. 팔을 더 높이자 이재학은 구위는 더 좋아지고 변화구의 각도 더 커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투구 폼에 적응하면서 부상에 대한 우려도 씻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이재학은 지난 시즌 2군 리그를 평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NC의 선발 로테이션에 붙박이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노성호, 윤향배 등 신예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지난 시즌 성적을 고려하면 이재학에 가장 먼저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큰 이변이 없다면 외국인 투수들에 이은 4선발로 이재학이 들어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다.
이재학으로서는 이제 자신의 지난해 퓨쳐스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할 일만 남았다. 분명 2군과 1군의 분위기는 다르고 타자들의 수준 역시 큰 차이가 있다. 이재학은 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확실히 검증받아야 한다. 당장은 동계훈련과 시범경기에서 경쟁자들 이상의 비교우위를 보여야 한다. 신생팀에서 그가 기회를 잡았듯 다른 젊은 투수들 역시 그 기회는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재학은 2군에서 최고의 투수였다. 이것이 1군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대체로 타자들보다 투수들이 2군에서의 성적이 1군 성적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더 정교한 제구가 필요하고 직구를 뒷받침할 확실한 변화구가 장착되지 못하면 좌절을 맛볼 수 있다. 2군과 달리 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재학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고 1군 경험 역시 2010시즌 16경기에 23.1이닝이 전부였다. 완성된 투수가 아니다. 더 배워야 하고 이를 통해 발전해야 하는 투수다. 이런 이재학이 붙박이 선발 투수로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과 같다. 이재학은 이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구위는 인정받은 만큼 지난해 퓨처스 리그에서 보여준 안정된 투구밸런스와 꾸준함을 이어가야 가능한 일이다.
이재학이 2013시즌 NC의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할 수 있을지 지난 시즌 보여준 가능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그 결과는 NC의 2013시즌 투수진 운영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재학의 2013시즌이 기대된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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