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NC의 두 번째 PK 더비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그리고 승자는 롯데였다. 롯데는 경기 후반 점수를 주고받는 혼전을 정리하고 3 : 2로 승리했다. 롯데는 시즌 개막 이후 유일한 무패팀으로 남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4연승으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마무리 정대현이 또다시 불안감을 노출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는 점은 연승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없게 했다.
패배한 NC는 개막전의 부담을 덜고 보다 더 활발한 플레이를 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수비불안과 세밀한 플레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연패를 당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외국인 투수 찰리는 타점 높은 곳에서 던지는 변화 심한 구질로 합격점을 받았다. 시즌 첫 등판의 어려움 속에서도 찰리는 7이닝 4피안타 5탈삼진 1실점의 빛나는 역투로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그는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찰리와 맞선 롯데 선발 고원준 역시 호투했다. 고원준은 지난해 지적받았던 변화구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고 직구의 비중을 높이는 투구를 했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힘이 실린 직구는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냈다. 직구을 우선하는 투구는 특기인 다양한 변화구를 살려주었고 투구 수 조절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고원준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7이닝 6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선발투수로서 신뢰감을 심어주었다. 특히 무사사구 경기를 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탈삼진은 1개에 불과했지만, 위기의 순간 범타를 유도하는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였다. 시범경기 동안 보여주었던 안정감 있는 투구를 재현하면서 올 시즌 활약을 예고하는 투구를 보여주었다.
(승리를 가져온 천금의 홈 송구, 김문호)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어제와 같이 투수전으로 전개되었다. 양 팀 타선의 부진도 이에 영향을 주었다. 롯데는 4번 타자 강민호가 부상으로 선발 제외되었고 NC는 어제 경기에서 2안타를 때려내며 타선을 이끌었던 모창민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채 경기에 나섰다. 중심 타자의 부재는 양 팀 공격력을 더 약화시켰다. 롯데는 황재균은 1번에 전준우를 4번에 기용하는 시범경기 때 라인업을 다시 꺼내들었고 NC는 모창민 대신 조영훈을 3번 타순에 배치했다.
양 팀 모두 득점 기회는 있었다. 롯데는 2회 초 1사 1, 2루, 4회 초 2사 1, 2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NC 역시 2회 말 1사 1, 2루의 기회를 날리며 선취득점에 실패했다. 그 중간 롯데는 실점을 막는 손아섭의 멋진 다이빙 캐치가 있었고 NC 역시 박으뜸의 멋진 외야 호수비가 있었다. 타선에서 답답함을 유지하던 경기는 5회 말 NC의 선취득점으로 균형이 깨졌다. NC는 5회 말 하위 타선의 활약으로 팀 창단 첫 득점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 이현곤의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튼 NC는 노진혁의 희생번트와 8번 김태군의 적시타로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선발 찰리의 호투가 계속되면서 NC의 리드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추가점이 필요했다. 롯데는 실점 이후 선발 고원준이 안정감 있는 투수를 하면서 추격의 여지를 계속 남겼다.
NC가 도망가지 못하는 사이 롯데는 7회 초 동점에 성공했다. 롯데의 대타 작전 성공이 그 결과를 만들었다. 롯데는 7회 초 2사 2루에서 김대우를 대타로 기용했다. 김대우는 시범경기 동안 4번 타자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 등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대타 요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수준급 투구를 하는 NC 선발 찰리를 상대로 힘겨운 승부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김대우는 주어진 기회를 멋지게 살렸다. 김대우는 찰리의 낮은 공을 자신 있는 스윙으로 중전 안타로 만들었다. 끌려가던 롯데가 1 : 1로 균형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찰리의 승리도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롯데의 과감한 대타 기용 성공은 NC쪽으로 흐르던 경기 흐름을 롯데쪽으로 돌려놓았다. 동점이 된 이후 경기는 더 뜨겁게 전개되었다.
8회에서 양 팀은 승부를 결정지을 기회를 서로 잡았지만 불펜의 호투로 위기를 벗어났다. 롯데는 8회 초 NC의 두 번째 투수 고창성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하면서 볼넷 2개로 2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NC는 고창성을 내리고 이성민을 전날 경기에 이어 또 다시 승부처에서 등판시켰다. 롯데 타자가 어제 경기에서 이성민을 상대로 2점 홈런을 기록한 박종윤이었음에도 NC는 이성민에게 설욕의 기회를 주는 대범한 선수 투수 기용을 했다.
이성민은 박종윤을 범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NC는 8회 말 천금의 기회를 잡았다. 무사에서 나온 선두 타자 김태군의 2루타는 창단 첫 승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았다. 롯데는 고원준을 내리고 강영식을 등판시켜 급한 불을 끄려 했다. NC가 롯데의 강력한 불펜을 상대로 득점 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 가는 장면이었다.
NC는 1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NC의 젊은 선수들은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보내기 번트 작전은 실패했고 연속 삼진으로 스스로 흐름을 끊고 말았다. NC는 대타 카드를 쓰며 득점 의지를 보였지만, 롯데는 강영식, 김성배를 이어 던지게 하면서 무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큰 위기를 넘긴 롯데는 9회 초 NC 내야진의 실책에 편승, 2 : 1 역전에 성공했다. 김문호의 볼넷과 용덕한의 보내기 번트, 문규현의 볼넷으로 롯데는 1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NC는 마무리 김진성을 마운드에 올리며 실점을 막으려 했다. 황재균의 타구가 유격수 땅볼이 될때까지 NC의 의도가 통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1루수 조영훈의 포구 실책은 병살타 대신 1점을 상대에 헌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책에 의한 실점은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지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에 이어 또다시 후반 뒷심 부족이 발목을 잡는 듯 보였다. 이런 NC를 패배위기에서 구한건 경험 많은 중심 타선의 활약이었다. 9회 초 실점의 빌미가 되는 실책을 범했던 조영훈은 9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를 때렸고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허술한 수비 때 과감히 2루 베이스를 파고들었다.
(7이닝 1실점, 선발로테이션 안착 성공한 고원준)
무사 2루, 이어 나온 4번 타자 이호준은 롯데 마무리 정대현을 상대로 우익 선상을 흐르는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경기는 다시 2 : 2 동점이 되었다. 롯데는 한화와의 2차전에 이어 또 다시 마무리 정대현이 무너지면서 힘든 승부를 해야 했다. WBC 참가 이후 컨디션 회복이 더뎠던 정대현은 여전히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공은 대체로 높았고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밋밋한 공은 롯데의 수호신을 평범한 투수로 만들었다.
롯데는 정대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좌타자를 상대로 이명우를 먼저 등판시켰지만, 이명우가 안타를 허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정대현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말았다. 동점을 허용하고 다시 맞이한 무사 2루 위기는 끝내기 패배의 위기감을 높였다. NC는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3루 기회에서 노련한 이현곤에 끝내기 타구를 기대했다.
이현곤이 정대현을 상대로 좌익수 플라이를 날리는 순간 NC의 창단 첫 승이 눈앞에 보였다. 이미 발 빠른 대주자를 기용한 NC였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상항이 벌어졌다. 롯데 좌익수 김문호의 멋진 홈송구와 포수 용덕한의 블로킹이 함께 하면서 언더베이스 하던 주자를 아웃 시킨 것이다. 승리를 예상하던 NC는 망연자실했고 롯데는 기사회생했다. 주자의 발이 빨라보였지만, 블로킹에 걸린 대주자 박현욱의 발은 홈을 밟지 못했다. NC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경기는 2 : 2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연장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롯데는 10회 초 NC 마무리 김진성 공략에 성공하며 3 : 2 리드를 다시 잡았다. 패배의 위기를 호수비로 벗어난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은 높아져 있었다. 김진성의 공은 대체로 높게 형성되었다. 안타를 허용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롯데는 손아섭, 전준우 두 중심 타자의 연속 2루타로 승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NC는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흐름을 놓친 다음이었다.
다시 리드를 잡은 롯데는 최근 가장 구위가 좋은 김승회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하며 접전의 경기를 자신들 것으로 만들었다. 김승회는 세타자를 가볍게 삼자범퇴 시키며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부담이 큰 등판이었지만, 김승회는 자신감 있는 투구로 팀의 연승을 지켜냈다. 전천후 투수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준 투구였다.
(떨치지 못한 불안감 정대현)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연승을 이어간 롯데지만, 정대현의 부진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정대현이 계속 부진하다면 롯데가 자랑하는 불펜진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칫 불펜 운영 전반에 변화를 가져와야 할지도 모른다. 연승하면서도 걱정이 더 쌓이는 롯데다. 하지만 끈질긴 야구로 패배 가능성이 높은 경기를 뒤집은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더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NC는 다 잡은 경기를 놓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나아지긴 했지만, 수비불안은 여전했고 실책 3개는 경기를 더 어렵게 했다. 타선 역시 집중력에 문제가 있었다. 불펜이 볼넷 5개를 내주며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도 불만족스로운 부분이었다. 개막전 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으로 위안 삼기에는 경기 내용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아직은 선수들의 경험이 더 필요해 보였다.
2연승 한 롯데는 송승준을 내세워 내친김에 시리즈 스윕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NC는 외국인 투수의 마지막 보루 에릭이 이에 맞선다. 이전 경기에서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모두 호투한 점을 고려하면 NC가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선발 매치업이다. 송승준이 개막전에서 부진했다는 점도 선발 투수대결 예측을 어렵게 한다.
롯데는 주말 KIA와의 3연전 부담을 덜기 위해 주중 3연전에서 승리가 더 필요하다. NC는 원정을 떠나기전 홈팬들 앞에서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 팀 모두 승리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다. 롯데가 팀의 불안 요소를 지워내고 형님의 힘으로 연승을 이어갈지 경기를 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NC가 반전을 이룰지 PK 더비 3차전 결과가 궁금해진다.
Gimpoman/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http://www.facebook.com/gimpoman)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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