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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이동 광풍이 불었던 2015프로야구 FA 시장, 그 시장인 서서히 문을 닫고 있지만, 선수 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 선수 영입에 따른 보상선수 선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보상선수 제도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FA 선수를 타 팀으로 내준 팀으로서는 전력 공백을 메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FA 선수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은 20이라는 한정된 숫자 속에 최적의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상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큰 활약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FA 시장에서 3명의 선수를 떠나보낸 SK의 보상 선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했다. 


SK는 LG로 팀을 옮긴 포수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우타 거포의 가능성이 있는 최승준을 지명한 데 있어 롯데로 떠난 불펜 투수 윤길현의 보상선수로는 같은 불펜 투수인 김승회를 선택했다. SK로서는 팀의 미래와 더불어 당장 보강이 필요한 부분을 메운 선택이었다.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에 대한 보상 선수 지명이 남아있지만, SK가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K가 선택한 선수 중 김승회는 2013시즌을 앞두고 롯데에서 두산으로 FA 계약으로 이적한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후 또다시 보상선수로 팀을 옮기는 운명에 처했다. 김승회는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경부선을 오가는 상황에 놓였다. 팀에서 보호받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만큼 그가 유용한 자원임을 의미하는 일이기도 하다. 


2003시즌 두산에서 프로데뷔한 김승회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이른바 마당쇠 역할을 충실히 했다. 특출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성실함과 근성 있는 투구로 팀에 꼭 필요한 투수로 자리했다. 유난히 많은 땀을 흘리는 그에게 땀승회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런 김승회에게 2012시즌 선발투수로서의 활약은 큰 전환점이었다. 그 해 김승회는 생에 가장 많은 120.1이닝을 소화하면서 6승 7패 4.04의 기록을 남겼다. 평범해 보이는 기록이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경기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선발 투수로 첫 발을 잘 내디든 시즌이었다. 


하지만 두산에서 선발투수로 자리하고자 했던 그의 희망은 뜻하지 않은 이적으로 무산됐다. 그해 팀의 리더십 강화를 위해 홍성흔을 FA 계약으로 영입한 두산은 20보호 선수에 김승회를 포함하지 않았다. 두산의 넘치는 유망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롯데는 선발, 불펜으로 모두 활용 가능한 김승회를 주저 없이 보상 선수로 선택했다. 


김승회는 정들었던 두산을 떠나 새로운 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었다. 김승회는 롯데에서 전천후 불펜 투수로 2013시즌을 보냈고 2014시즌 마무리 투수 부재에 고심하던 롯데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자리했다. 2014시즌 김승회는 20세이브를 기록하며 개인적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롯데 역시 새로운 마무리 투수의 등장에 웃을 수 있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김승회의 마무리 투수로서의 황금기는 한 시즌으로 끝나고 말았다.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김승회는 초반 거듭된 마무리 실패로 자신감을 잃었고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는 또다시 마무리 투수 부재에 고심해야 했다. 한동안 조정기를 거친 김승회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나름 팀에 기여했다. 


올 시즌 김승회는 어려움 속에도 7승 3패 2세이브 2홀드의 기록을 쌓았다. 방어율이 6점대로 치솟았지만, 선발로 나선 몇 경기 난타 당한 영향이 컸다. 2014시즌 강력한 마무리 투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운드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역할을 했다. 당연히 내년 시즌 전력 구상에도 김승회는 선발투수 경쟁을 하거나 불펜투수 자원으로 포함돼 있었다.


더 나은 시즌을 준비하던 김승회에게 롯데의 FA 불펜 투수 2명 영입은 또한번 변화를 가져오게 헸다. 롯데는 SK에서 윤길현을 넥센에서 손승락을 영입하면서 불펜진을 강화했다. 롯데는 프리미어 12에서 전성기 시절 구위를 되찾은 정대현과 더불어 강력한 셋업맨 마무리 투수 진용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인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했다.


롯데는 투수진에서 유망주 위주로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했다. 20명 안에 팀 필수전력으로 분류되는 선수가 포함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마운드 세대교체 과정에 있는 팀 사정을 고려할 때 30대 중반에 이르는 그의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20인 보호선수로 포함되지 못한 김승회는 다시 한 번 선택의 대상자가 됐다. 제2의 야구인생을 열었던 롯데에 자리를 잡는 시점에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이나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승회는 두 번 버림받은 것이 아닌 두 번 선택받은 선수다. 누구보다 강한 근성의 소유자다. 스타는 아니었지만, 팀에 헌신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동기부여 요소도 있다. 어쩌면 보상선수로 선택된 것이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침 베테랑 불펜 투수가 부족한 SK에서 김승회는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FA 보상선수로 두 번 팀을 옮긴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김승회는 첫 번째 선택을 받았던 롯데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올 시즌 다소 주춤했지만, 두 번째 선택을 받은 SK에서 김승회는 새로운 야구 인생을 열어가려 하고 있다. 김승회가 그를 선택한 두 번째 팀에서도 보상선수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갈지 궁금해진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 (http://gimpo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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