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를 시도했던 2020 시즌 롯데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마무리 투수였다. 롯데는 2019 시즌까지 손승락이 부동의 마무리 투수였다. FA 계약으로 지금의 키움에서 롯데로 팀을 옮긴 손승락은 롯데에서 4시즌 동안 94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였다. 손승락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하면서 그전까지 해마다 마무리 투수가 바뀌었던 롯데 불펜진도 안정감을 찾았다.
하지만 2019 시즌 손승락은 급격한 노쇠화를 보였다. 세이브 수는 9개로 급감했다. 직구와 컷패스트볼 위주의 투구 패턴은 직구 구위가 중요했지만, 구위 저하가 뚜렷했다. 급기야 손승락은 시즌 중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시즌 막바지 회복세를 보였지만, 롯데와의 FA 계약 4년 차의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롯데는 마무리 투수의 다른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손승락과의 계약에도 영향을 주었다. 롯데는 더는 손승락을 마무리 투수로 고려하지 않았다. 40살을 바라보는 그의 나이도 부담이었다. 롯데는 불펜 투수로서 손승락의 활용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지만, 마무리 투수가 아닌 손승락에 대한 계약 조건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타 팀의 관심도 없었다. 롯데와의 계약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손승락은 은퇴를 선언했다. 통산 271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투수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손승락의 은퇴와 함께 롯데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 찾기를 공식화했고 선발 투수였던 김원중을 그 대안으로 택했다. 김원중은 2015 시즌 롯데 1라운드 지명 선수로 선발 투수로 육성되었고 충분한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선발 투수로 정착하지 못했다. 구위는 충분히 인정을 받았지만, 기복이 심한 투구 내용이 문제였다. 2019 시즌 역시 김원중은 선발 투수로 시작했지만, 부진이 이어졌다. 롯데는 그를 불펜 투수로 전환해 가능성을 찾으려 했고 김원중은 불펜에서 한층 안정된 투구를 했다.
2020 시즌 롯데는 김원중의 불펜 전환과 함께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큰 모험이었다. 김원중이 이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항상 멘탈적인 면에서 약점을 보였던 그가 타이트한 상황이 많은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상당했다. 롯데는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원중을 마무리 투수로 준비시켰고 시즌 개막부터 그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다.
롯데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김원중은 힘의 배분을 할 필요가 없는 마무리 투수 자리가 적성에 맞는 모습이었다. 140킬로 후반의 직구는 위력적이었고 포크볼 등 변화구 조합도 훌륭했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보였다. 공에 대한 자신감은 투구 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투구 간격을 적절히 조절해 주는 롯데 코치진의 배려도 그의 마무리 투수 연착륙을 도왔다. 김원중은 어느새 롯데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했다.
김원중은 5월과 6월까지 1점 대 방어율을 유지했다. 이 시간 김원중은 실점한 경기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선발 투수에서 마무리 투수 전환이 성공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내용이었다. 7월 한 달 잠시 주춤했지만, 8월 0점대 방어율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김원중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불펜진의 안정도 함께 찾아왔다. 롯데가 8월 상승세로 한때 5위 경쟁에 뛰어들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강해진 불펜진이었다.
하지만 순위 경쟁의 마지막 승부처에서 김원중은 한계를 노출했다. 누적된 투구이닝은 풀 타임 첫 마무리 투수로 나서는 김원중에게 부담이었다. 롯데는 시즌 초반과 중반과 달리 9월부터 승부처에서 김원중을 적극 활용했고 연투도 늘었고 등판 간격도 줄었다. 체력적인 부담은 구위 저하와 함께 공략당하는 경기 수를 늘어나게 했다. 세이브 투수에게 치명적인 블론세이브도 함께 늘었다. 마무리 투수의 실패는 곧 팀에 큰 부담이 됐다. 9월부터 페이스가 떨어진 김원중은 10월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롯데의 불펜도 함께 불안해졌다. 이는 롯데의 마지막 순위 경쟁을 어렵게 했다. 결국, 롯데는 시즌 7위로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기와 다른 후반기를 보낸 김원중 역시 전반기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020 시즌 김원중은 58경기 마운드에 올라 5승 4패 25세이브 방어율 3.94를 기록했다. 풀타임 첫 마무리 투수 도전이었음을 고려하면 나름 성공적인 결과였다. 5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 23개로 제구도 안정감이 있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과 후반의 투구 내용에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었다. 25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안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는 점도 큰 오점이었다.
특히, 시즌 초반과 달리 빠른 직구를 위주로 하는 투구 패턴에 상대 타자들이 적응하면서 공략당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점은 분명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투구는 긍정적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조절이 필요했다. 이는 롯데 포수진의 경험 부족과도 연결되는 일이었다. 김원중의 올 시즌은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원중은 올 시즌 값진 경험을 했다. 부상 없이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완주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도 가지게 했다. 그의 직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주무기 포크볼 외에 변화가 구사능력도 보여주었다. 볼 배합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보완이 있다면 더 나아질 수 있는 올 시즌이었다.
2021 시즌 롯데는 김원중을 마무리 투수로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시즌 충분히 경험을 쌓았고 능력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올 시즌 부족함을 더 채울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아직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김원중은 롯데의 마무리 투수 1순위라 할 수 있지만, 더 발전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대안이 등장 여지도 있다.
올 시즌 롯데에는 최준용이라는 불펜의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시즌 중 1군에 콜업된 최준용을 올 시즌 입단한 신인이지만, 150킬로에 이르는 직구가 매우 위력적이었고 탈삼진 능력도 보여주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입단 이후 불펜 투수로 육성된 최준용은 마무리 투수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 김원중이 부진할 때 최준용이 역할 비중이 늘어나기도 했다. 시즌 준비과정에서 김원중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김원중으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팀 내 상황이다.
김원중은 분명 매력적인 투수다. 빼어난 외모도 인상적이다. 올 시즌 그는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시크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김원중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 군 복무를 마쳤고 20대 후반의 나이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다. 롯데는 김원중이 마무리 투수로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올 시즌 절반의 성공을 거둔 김원중이 나머지 반을 채우며 내년 시즌 리그 상위권의 마무리 투수로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이는 롯데의 내년 시즌 시즌 운영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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