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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쪽에 자리한 섬 제주도는 이국적인 풍경과 색다른 문화적 전통 등이 어우러진 곳으로 육지 사람들에게는 언젠가는 여행을 가고 싶은 곳이다. 이 때문에 제주로의 여행 수요는 꾸준하다. 코로나 상황으로 사실상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상황 속에서 제주는 주목받는 여행지다. 물론, 이로 인해 제주도는 코로나 방역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에게는 동경의 섬, 제주도를 도시 기행 프로그램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134회에서 찾았다. 프로그램에서 방문한 곳은 서귀포시 동쪽에 자리한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남원읍이었다. 이번에는 잘 알려진 제주의 여행지나 명소를 찾기보다는 남원읍의 마을과 그곳에 사는 이들과의 만남으로 여정을 채웠다. 

여정의 시작, 제주하면 먼저 떠올리는 화산지형과 푸른 바다가 어울리는 해안선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에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청년을 만났다.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왔지만, 틈틈이 운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힘찬 발걸음을 뒤로하고 다시 걷다. 햇살에 오징어를 말리는 이색적인 풍경이 보였다. 이 오징어는 근처 가게에서 오징어 구이로 만들어져 여행객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런 여행지의 풍경으로 채워진 해안가 도로를 벗어나 한적한 마을로 접어들었다. 제주에서 많이 자생하는 동백나무가 마을 곳곳에 있었다. 동백꽃은 이른 봄에 피어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이다. 꽃이 피고 그 꽃봉오리가 그 모양을 유지하면서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동백꽃은 두 번 핀다는 말이 있다. 제주를 대표하는 꽃이기도 하다.

 



이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마을로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동백나무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300년 전부터 조성된 동백나무숲은 이 마을을 대표하는 장소라고 했다. 마을 한 편에서 만난 할머니들을 동백기름으로 전을 부치고 요리 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 할머니들의 유쾌한 수다는 마음 한편을 즐겁게 해주었다.

마을을 더 걸어 들어가니 방앗간이 보였다. 그 방앗간은 이 마을의 동백나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을 함께 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각종 가공품과 식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마을은 수백 년 이어진 마을의 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마을의 자원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었다. 

동백마을을 떠나 한적한 어느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예쁘고 아담한 외관의 동네 책방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책방은 여느 책방과 달리 가정집을 연상하게 하는 내부와 잘 정리된 책들이 있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마침 돌아온 주인으로부터 사연을 들었다. 그는 과거 시내에서 서점을 열고 운영했다고 했다. 수년 전 남원읍의 오래된 집을 매입해 책방으로 꾸미고 운영 중이었다. 이 책방은 그에게 그와 부모님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는 남원읍에서 도시에서의 치열하고 복잡한 삶을 벗어나 시간이 되면 바다를 즐기고 자연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욕심을 내려놓고 누구나 꿈꾸는 그런 삶을 사는 중이었다. 

그의 말대로 남원읍과 접하고 있는 바다의 풍경은 그림과 같았다. 마침 맑고 푸른 하늘과 그 하늘에 그려진 구름은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 풍경을 따라 걷다 한 횟집에 다다랐다. 그 횟집에는 방금 잡아온 오징어과의 한치가 수족관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 횟집을 지키는 사장님과 만났다.

육지에 살다 제주로 시집온 사장님은 부모님의 반대에도 사랑을 찾아 이곳에 자리했다. 그는 낯선 땅에서 행복을 꿈꿨지만, 삶은 자신의 뜻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순탄치 않았던 제주에서의 삶이었다. 하지만 그는 제주를 떠나지 않았다. 아픈 기억을 뒤로하고 사장님은 이제 이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 사장님이 자신의 레시피로 만들어낸 물회는 한치 특유의 식감과 해산물, 양념 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의 삶의 여정이 물회에 담겨있는 듯했다. 그 식당 한편에는 사장님이 지은 시 작품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한 사람의 희로애락이 진정성 있게 담긴 작품은 마음 한편에 강한 울림을 주었다. 

바닷가 길을 걸었다. 그 길에 노란색의 외관이 돋보이는 카페가 보였다. 카페의 내부는 여느 카페와 다른 독특함이 있었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내부는 과거 귤 창고를 개조했기 때문이었다. 그 카페의 한 벽면은 지금은 보기 드문 LP 레코드판으로 채워져 있었고 LP 판을 재생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공간으로 누군가에는 독특한 장소였다. 그 모습만 보고 지나쳤다면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멋진 카페 중 하나로만 기억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카페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는 도시에서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버리고 이곳에 정착했다. 누군가처럼 편안한 노후를 보내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을 바탕으로 제주의 삶을 즐기러 이곳에 온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병으로 아팠던 아들의 건강을 위해 청정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남원읍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여행지로 오는 제주와 정착을 위한 제주는 분명 크게 다를 수 있었고 여러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찾아온 제주에서 아들은 건강을 되찾고 멋진 청년으로 자라았다. 가족은 행복을 찾았다. 이 카페는 삶을 영위하는 장소이기도 했지만,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공간이기도 했다. 

도시에서 삶을 접고 제주에 정착한 이들의 집을 또 찾았다. 한적한 마을 한편에 자리한 가정집은 제주 이주 11년 차의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도시에서 요리사와 영양사로 만났고 가정을 이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삶 속에서 남편은 건강을 잃었다. 이 부부는 제주에서 건강도 되찾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다. 1950년대 지어진 오래된 집을 매입해 그들 스스로 보수하고 개조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건축하고 거리가 먼 이들에게는 힘든 일이었지만, 이제는 추억이 됐다.

이곳에서 부부는 메밀국수와 제주 흑돼지 돈가스로만 구성된 메뉴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는 식당을 점심에만 한정해 운영한다고 했다. 보다 수준 높은 요리를 손님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소신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만약,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면 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부부는 적은 손님이지만, 그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했다. 부부의 소신으로 만들어낸 메밀국수와 돈가스는 의미가 큰 한 끼 식사였다. 

 

제주의 바다 풍경



또 다른 마을로 향했다. 마을 곳곳에 잘 가꿔진 텃밭이 인상적이었다. 그 마을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올해 99살이 된 할머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낯선 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할머니는 두 아들 내외와 함께 마을에서 살며 노년을 보내는 중이었다. 이제 100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할머니는 그의 총기를 잃지 않기 위해 틈만 나면 한자를 외우고 산수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 노력으로 할머니는 건강과 맑은 정신을 지켜갈 수 있었다. 

또 한편으로 할머니는 매일매일 자신의 하루 일상과 생각을 일기장에 적어 간직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한편 자신만의 역사 기록을 남기며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할머니의 쉼 없는 노력과 삶에 대한 진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할머니의 삶 속에는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이어진 현대사의 격변기를 모두 담겨있다. 그 안에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도 함께 하고 있다. 그 근. 현대사를 견디며 할머니는 지치지 않았고 또 다른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할머니처럼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의 어려움을 견뎌낸 보통 사람들의 삶이 모이고 쌓여 우리 역사가 만들어지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족함은 한 사람의 영웅이나 위인이 만들지 않았다. 그 시대를 살아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의 땀과 노력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할머니의 모습은 일상에 순간순간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제주는 멋진 여행지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제주의 멋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함께 숨어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어울리는 제주의 풍경은 더 새롭게 다가왔다. 제주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사진 : 프로그램,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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