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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자격 선수 19명에 이어 계약 체결이 가능한 승인 선수 14명이 공시되면서 FA 시장이 문이 열렸다. 이에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내부 FA 선수 외 2명까지 영입할 수 있게 됐다. 중량감 있는 선수들이 다수 시장에 나온 만큼 치열한 영입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사태 여파로 재정적 어려움이 커진 구단들이지만, 확실한 전력 강화가 가능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피할 수는 없다. 실제 그에 해당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FA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이 이루어 지곤 했다. 이번 FA 시장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상당한 계약 가능성이 크다. 이미 모 구단과 이 선수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런 시장에 모든 선수들이 나서지는 못했다. 두산의 베테랑 좌완 장원준, 삼성의 내야수 오선진, KIA의 외야수 나지완, LG의 내야수 서건창, 롯데 민병헌이 그들이다. 이 중 민병헌은 시즌 중 은퇴를 발표해 이미 FA와 무관했다. 민병헌은 롯데와의 4년 계약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시점이었지만, 뇌동맥류라는 큰 병과 싸우면서 은퇴를 택했다. 만약 그가 건강을 유지했다면 또 한 번의 FA 계약도 기대됐지만,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두산의 좌완 투수 장원준 역시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성적 부진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다.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장원준은 2015 시즌을 앞두고 FA 자격을 얻었고 두산과 깜짝 계약하며 팀을 옮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시 장원준은 롯데의 오퍼보다 낮은 두산의 오퍼에 계약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장원준의 계약과 관련해 별도의 이면 계약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있었다. 

두산의 장원준은 좌완 에이스로 큰 역할을 했다. 넓은 잠실 홈구장과 두산의 단단한 수비와 결합한 장원준은 그 위력이 한층 배가됐다. 그는 2015시즌부터 3년간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도 함께 했다. 외부 FA 영입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두산으로서는 과감한 영입이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서건창

 


선수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장원준은 두 번째 FA도 기대가 됐지만, 계약 4년 차인 2018 시즌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장원준은 장꾸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이닝이터로서 많은 이닝을 책임지면서 부상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2018 시즌 장원준은 어깨 피로 증세를 보였고 급격한 구위 저하가 나타났다. 상당 기간 회복 기간을 거쳤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깊은 부진에 늪에 빠졌다. 이대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위기였다. 장원준은 포기하지 않았고 재기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2019 시즌부터 2021시즌까지 장원준은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불펜 투수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1군에서 머문 기간을 극히 짧았다. 두산의 두꺼운 불펜진 엔트리에 들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1985년 생 장원준보다 2살 많은 또 다른 베테랑 좌완 이현승이 긴 부진에서 벗어나며 두산 불펜에서 큰 활약을 하며 부활했지만, 장원준은 그렇지 못했다. 이에 장원준은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장원준은 선수 생활 연장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두산은 보류선수 명단 확정까지 장원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장원준의 FA 권리 포기는 재기를 위해 그의 의지와 함께 두산에 대한 일종의 읍소라 할 수 있다. 한때 두산의 에이스였던 장원준으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삼성 내야수 오선진은 시즌 중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팀을 옮겼고 백업 내야수로 나름의 역할을 했다. 주전 유격수 이학주의 부진과 그를 대신한 김지찬의 수비 불안으로 주전 유격수로 시즌 후반기를 보내기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주전 유격수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오선진은 백업 선수라는 이미지는 완전히 떨쳐낼 정도의 활약을 하진 못했다. 그동안 누적된 성적 데이터는 FA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FA C등급으로 보상 선수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연봉 규모가 낮긴 하지만, 30대 중반의 나이로 들어서는 백업 내야수에게 시장이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였다. 오선진으로서는 현 소속팀에서 생존이 더 중요했다. 그의 선택은 권리 포기였다.

KIA의 외야수 나지완은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의 중심 타자로 오랜 세월 활약했다. 그에 상응하는 성적도 쌓았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KIA의 우승을 확정하는 9회 말 끝내기 홈런은 때려내며 구단 역사에 남을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나지완은 외야수로서 수비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매 시즌 20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였다. 이에 나지완은 2017 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간 40억원의 FA 계약을 체결하며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8 시즌을 기점으로 나지완은 에이징커브의 조짐을 보였다. 부상이 잦으면서 재활 기간이 늘었고 성적도 하락했다.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 그도 세월의 무게를 벗어날 수 없었다. 2020 시즌 나지완은 다시 부활했다. 그는 17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 돌아왔다. 타선 약화로 고심하는 KIA에서 나지완은 최형우, 외국인 타자 터커와 함께 팀 공격력을 책임졌다.

이런 활약은 두 번째 FA 자격을 앞둔 2021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던 최형우의 모습을 그도 기대했다. 이 바람은 완전히 무너졌다. 나지완은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고 타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군에서 나지완은 고작 31경기 출전에 그쳤고 1할대 빈타에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부상 여파가 있었다고 하지만, 방출 대상자가 되고 할 말이 없는 성적이었다. 당연히 FA 권리행사는 정해진 일이었다. 이제 나지완은 현역 연장이라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항이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냉혹한 생존의 전선에 그를 내몰렸다. 

LG의 내야수 서건창은 여러 가지로 불운했다. 그는 키움 시절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시즌 200안타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절을 보냈다. 그는 넥센 시절부터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과거 LG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1군에서 1경기 출전 후 방출되어 야구를 포기할 상황에 몰렸던 서건창이었다. 이후 어렵게 히어로즈에 입단해 다시 프로에서 기회를 잡았고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다. 시즌 MVP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대로 선수 커리어를 쌓는다면 FA 자격을 얻는 시점에 대형 계약도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경기 중 입은 큰 부상으로 긴 재활 기간을 거쳤고 그 후유증으로 운동능력이 저하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큰 장점이었더 기동력은 저하됐지만, 3할 이상의 언제나 보장되는 중거리 타자로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아쉬운 건 전성기를 한참 유지하던 시기 FA 자격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2020 시즌 서건창은 분명한 기량 저하 현상을 보였다. 그를 상징하는 3할 타율이 무너졌고 공격 각종 지표가 내림세를 보였다. 그 주 포지션인 2루수 수비도 수비폭 등 한계점을 보였다. 이에 서건창은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서는 일이 많았다. 선수로서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다. 2021 시즌 서건창은 큰 결정을 했다. 시즌 후 FA 권리를 얻게 되는 서건창은 풀 타임 2루수로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했고 이를 준비했다. 연봉 협상에서 서건창은 구단 제시액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삭감했다. FA 권리 행사시 그의 FA 등급을 낮춰 FA 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높이는 위한 결정이었다. 이에 서건창은 보상 선수와 보상금 규정이 완화되는 B등급에 자리할 수 있었다. 

매우 전략적으로 나선 2021 시즌이었지만, 서건창의 의도대로 시즌이 풀리지 않았다. 서건창은 타격에서 반등하지 못했다. 2루수 수비도 비교 우위를 말하기 어려웠다. 주전으로 매 경기 나서긴 했지만, 중심 타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서건창에게는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다. 후반기 서건창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나지완

 

선발 투수난에 시달리던 키움은 LG의 선발 투수 정찬헌을 영입하면서 서건창을 그 대상으로 내놓았다.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 서건창은 시즌을 절반 남겨둔 시점에 팀을 떠나야 했다. LG는 공격력을 갖춘 2루수가 절실했고 서건창은 그런 LG의 절실함을 채울 수 있는 선수였다. 귀한 선발투수를 내주고 영입했다는 건 LG의 서건창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반등하지 못하던 서건창으로서는 긍정의 변화를 가져올 계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LG로 소속이 바뀌면서 서건창의 FA 등급이 A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FA  등급제는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데 현 소속팀의 연봉순으로 적용되는 탓에 서건창의 등급이 바뀌는 일이 발생했다. 서건창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서건창으로서는 확실한 반등과 인상적인 활약이 필요했지만, 서건창은 시즌 내매 평범한 성적을 유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존재감이 보이지 않았다. 2할대 중반의 타율을 포함해 평균에 수렴하는 성적으로 FA 시장에 나가는 건 무리였다. 20인 보호선수 규정이 적용되는 A 등급인 그가 FA 시장에 나갔다면 미아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원 소속팀 LG 역시 냉담한 반응이었다. 서건창은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FA 권리를 포기하면서 내년 시즌 기회를 엿보는 선택을 했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이렇게 FA 시장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소중한 FA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권리를 행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르면 원 소속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장에 나섰지만, 상당수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프로야구 전반의 온정주의가 사라지면서 FA 계약에 대한 구단들의 잣대는 매우 엄격해졌다. 확실히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원 소속팀들도 다르지 않았다. 보상 선수 규정도 선수들의 이동에 제한을 불러왔다. 무엇보다 이제는 기량이 시장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해마다 주전급 선수들도 구단의 선수 운영 방침과 맞지 않으면 방출하는 현실에서 FA 시장에서 불필요한 영입을 할 구단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선수들 역시 냉혹한 현실에 따라 자신을 평가하고 FA 시장에 나서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번 FA 시장은 그런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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