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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새 시즌을 위한 스프링 캠프가 한창이고 시즌 정 WBC 대회 준비도 함께 진행중이다. WBC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빠르게 몸을 만들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한다. 3월에 열리는 WBC는 사실상 2023 시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즌 시작의 시계는 빨라졌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2022 시즌 후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 중 아직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한 4인이 그들이다. 키움의 선발 투수였던 정찬헌, NC의 외야수 권희동과 이명기, 롯데 투수 강리호가 애매한 상황에 놓여있다. FA 시장의 문이 닫힌 상황에서 이들은 자칫 미계약 상태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자칫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거나 은퇴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FA 시장은 매우 뜨거웠다. 지난해에 이어 대형 계약 소식이 곳곳에 들려왔다. 복수 구단의 경쟁이 붙은 선수의 계약 규모는 쉽게 100억원을 넘어섰다. 그 중간에 비 FA 선수들의 장기 계약도 함께 이루어졌다. 하지만 영입 리스트에 없는 선수들의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FA 시장의 중요한 흐름은 부익부 빈익빈이 더 강해졌다. 구단들은 필요한 선수에 대해서는 보상 선수를 내주고 100억원이 넘는 돈도 투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에 대해서는 냉정하리만큼 무관심했다. 그리고 그 무관심 속에 4명의 FA 미계약 선수들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 중 정찬헌은 최근 롯데와 계약한 한현희와 함께 계약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1990년생 30대 초반으로 아직 충분히 마운드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나이다. 그동안 실적도 있었다. 선발과 불펜은 오가며 준수한 성적도 기록했었다. 하지만 등판 일정 조절이 필요한 몸 상태와 지난 시즌 확연한 내림세를 보였다는 점이 가치 평가에 있어 큰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이에 원 소속팀 키움은 FA를 선언한 한현희와 함께 그와의 계약에 미온적이었다. 키움은 안우진이라는 강력한 국내 선발 에이스가 있고 최원태라는 선발 투수가 있다. 키움은 한현희와 정찬헌 두 베테랑에게 5선발 투수 자리를 내주기보다는 팀 내 유망주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려 했다. 키움은 FA 시장에서 불펜 보강을 위해 베테랑 불펜 투수 원종현을 영입하면서도 이들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선발 투수진의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고려할 만한 정찬헌과 한현희였다. 다행히 한현희는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는 시점에 롯데와 계약하며 뒤늦게 미 계약 FA 선수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한현희는 A 등급으로 보상 선수 규정이 더 까다로웠지만, 정찬헌보다 3살 어린 나이와 국가대표 경력 등 그동 누적된 성적,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사이드암 투수라는 희소성이 더해 극적으로 FA 계약에 성공했다. 물론, 이를 위해 옵션 비율이 높은 계약을 해야 했지만, 계약 협상조차 할 수 없이 마음 졸이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였다. 

정찬헌은 B 등급 FA로 보상금 외에 25인 보호 선수 외 보상 선수를 그를 영입하는 타구단이 키움에 내줘야 한다. 이 보상 선수 규정이 정찬헌의 발목을 잡았다. 2022 시즌 5승 6패에 방어율 5점대를 기록한 정찬헌에게 보상 선수까지 내주며 영입할 구단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키움은 보상 선수를 받지 않고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정찬헌의 계약 가능성일 높여줬다. 그럼에도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특정 구단 계약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다. 최근 키움이 트레이드 조건을 더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정찬헌은 풍부한 경험의 선발 투수로 아직은 활용 가치가 있다. 남은 다른 선수들보다는 계약 가능성이 크다. 대신 그가 FA 시장에서 나오면서 기대했던 계약 조건과는 실제 계약이 상당한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정찬헌은 이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NC의 외야수 권희동과 이명기는 지난 시즌 부진에 더해 과거 코로나 방역지침 위반과 심야 술판 파동 등에 연루되는 등의 이미지 하락의 여파가 여전히 크다. 두 선수는 장기간 출전 금지 징계를 소화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경기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NC가 외야진에 유망주들의 출전 시간을 늘리면서 기회가 줄었다. 이는 부진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권희동은 82경기 출전에 0.227의 타율에 5홈런 22타점에 머물렀고 이명기는 94경기 출전에 0.260의 타율에 홈런 없이 23타점에 그쳤다. 그동안 두 선수는 NC 외야진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권희동은 장타력 있는 우타 외야수로 가치가 있었고 이명기는 3할이 넘는 통산 타율에서 말하듯 정교한 타격과 주루, 수비 능력을 두루 갖춘 좌타자였다. 이런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선수는 시장에서 충분히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서늘했다. 이들의 반등 가능성에 대해 타 구단들은 확신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직전 시즌의 성적이 부진했다.

원 소속팀 NC는 이들을 사실상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며 시즌 구상에서 제외했다. NC의 외야진은 포화상태다. 이들이 들어올 자리가 마땅치 않다. 1년 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최근 2년간 주력 선수들이 잇따라 FA 시장에서 타 팀으로 떠나면서 NC는 팀 기조를 리빌딩에 더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30살이 넘는 베테랑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팀 미래를 위한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권희동과 이명기는 팀 전력에 흐름을 바꿀 정도의 능력치는 아니다.

NC는 이들을 원하는 팀이 있다면 싸인 앤 트레이드 등의 방법으로 계약에 이르도록 협조할 방침이지만, 타 구단과 이들의 접촉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 두 선수는 개인 훈련을 하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NC가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이들이 FA 계약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권희동과 이명기의 FA 권리 행사는 무모한 도전이 되는 분위기다.

롯데 좌완 투수 강리호의 처지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강리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그의 이름을 강윤구에서 강리호로 개명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FA 권리 행사도 선수로서 의지를 다지는 의미도 있었다. 또한, 오랜 경험을 쌓은 좌완 불펜 투수라는 희소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리호는 C 등급 FA 선수로 보상 선수가 없고 7300만 원의 연봉으로 보상 금액도 그렇게 크지 않다. 강리호로서는 이러한 자신의 상황을 고려해 계약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성적 부진이 문제였다. 강리호는 롯데에 귀한 좌완 불펜 투수로 중용 받았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롯데는 트레이드를 통해 그를 영입할 정도로 기대를 했지만, 강리호는 롯데 좌완 불펜 투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오히려 점점 1군에서 그 역할이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군에서 유일한 풀타임 좌완 불펜 투수였던 김유영이 유강남의 FA 보상 선수로 LG로 떠나면서 좌완 불펜진이 뎁스 확보가 필요했다. 이는 강윤구에게는 희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롯데는 그에게 1년 계약을 제시했다. 이에 강윤구는 1년 계약 후 구단의 보류권 해제는 요청했다.

 

 

 



이에 협상이 결렬됐고 롯데는 강윤구의 대화 창을 닫았다. 롯데가 관심을 끊을 놓고 타 팀 역시 강윤구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강윤구는 2023 시즌 KBO 리그에서 설자리가 사실상 사라졌다. 강윤구는 SNS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만, 팬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지 않다. 이대로라면 그 역시 프로선수 이력을 접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FA 권리 행사가 그의 선수 생명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도 있는 강윤구다. 

FA 권리 행사는 프로 선수로서는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구단을 정하고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프로 선수로 활약하며 성적을 유지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리 행사에 대한 결과 역시 자신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다. 막연히 연차가 차고 그에 따라 권리를 행사하기에 앞서 자신의 수준과 시장의 상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원 소속 구단들이 오갈 데가 없어진 FA 선수들과 계약하며 그들을 구제해 주기도 했지만, 최근 분위기는 팀 전력 구상에 없는 선수들에게는 매우 냉정하다. 

아직 계약에 이르지 못한 미 계약 FA 선수들은 이런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았고 희망의 빛으로 가득해야 할 FA 권리가 행사가 어둠의 터널 속으로 그들을 몰아넣었다. 이들의 모습은 철저히 실력과 성적으로 평가되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야구를 잘하고 필요한 선수들에게 구단들은 돈을 아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금액 부담이 덜하다 해도 구단들을 손을 내밀지 않는다. FA 전략은 구단뿐만 아니라 선수들 역시 필요함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미 계약 FA 4인은 과연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하지만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고 이들은 점점 망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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