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말이네요. 저는 그동안 농어촌을 다니면서 담았던 사진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 아주 조금씩 늘어가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요. 하지만 아직은 누구에게 자랑할 만한 실력이 아니라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하던 사진중에 노을지는 풍경을 하나 올려봅니다. 해뜨기 30분 전 후, 해지기 30분 전 후가 왜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는지 실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멀리 해가 지면서 대지는 고운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사실 전 파란 색상을 좋아하지만 해가 만드는 노을의 색도 정감이 갑니다. 지는 해는 평범한 풀들에게 귀한 빛을 입혀주었습니다. 이 순간 이들은 마법에 의해 멋지게 변신한 신데렐라가 아니었을까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도 황금빛으로 변신했습니다. 이런 빛을 그냥..
경남 통영항 근처에 동피랑이라는 언덕 마을이 있습니다. 지금은 벽화 마을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지난 3월 통영, 거제 출사 때 이 곳을 방문했습니다. 한적한 통영항 저편으로 낮은 언덕이 보입니다. 저 곳에 동피랑 마을이 있습니다. 동피랑 마을로 올라가려면 시장을 통과해야 하는데요. 활기찬 시장 분위기에 삶의 에너지를 느껴봅니다. 동피랑 마을은 오래된 마을 답게 그 골목이 좁고 가파른 길이 이어집니다. 이렇게 골목을 걸어 마을의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담벽을 따라 길을 갑니다. 그 담들은 예쁜 그림들로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이런 그림의 벽은 정상으로 향하는 내내 이어집니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서 걸으니 가파른 길도 덜 힘들었습니다. 회색 시멘트벽 보다는 삭막함이 덜 하더군요. 동피랑 ..
올해 1월부터 농림수산식품부 디지털홍보대사로 전국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농어업인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생산물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식탁에 오는 수 많은 농산물, 수산물이 얼마나 큰 노력의 결과로 얻어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사과의 변신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예기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류의 오랜 역사과 함께 한 과일인 사과, 사과가 익어가는 과정은 정말 극적입니다. 지난 여름 충주의 사과 농가를 방문했을 때 사과 열매는 녹색의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달콤하고 특유의 향이 가득 배어있는 열매라기 보다는 신 맛이 느껴질 뿐입니다. 이 사과도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 빨간색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자연의 섭리라고만 하기엔 ..
경남 하동 쌍계사 가는길에 멋진 다리가 있습니다. 이곳 분들은 무지개 다리라고 하시던데요. 밤이 되고 조명이 들어오니 그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건너편에서 무지개 다리를 담았습니다. 계곡의 물이 많이 말라버렸지만 절묘하게 반영이 만들어졌습니다. 저 조명은 시시각각 빛을 달리합니다. 그 색을 모두 모르면 무지개 빛을 만들 수 있을 듯 합니다. 계곡을 흐르는 물을 장 노출로 담았습니다. 좀 더 담고 싶었지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엄습한 한기와 배고픔으로 한 컷으로 만족했습니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 매운탕집을 찾아 갑니다. 하동하면 시원한 재첩국만을 생각했기에 매운탕 맛이 궁금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참게 매운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예전에는 논에서도 잡힐만큼 흔했다는 참게, 지금은 임진강과 섬진강 ..
경남 하동, 그 중에서도 벚꽃 터널로 유명한 쌍계사 가는길 곳곳에 녹차밭이 많이 있었습니다. 녹차밭 하면 전남 보성을 많이 떠올렸는데 위도상으로 비슷한 위치의 하동에도 녹차가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신록의 녹음은 지고 있지만 하동의 녹차밭은 아직 초록의 빛 그대로입니다. 잘 정돈된 화려한 녹차밭은 아니지만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편안한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산 비탈에도 녹차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동이 녹차밭은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 속의 일부분 같은 느낌입니다. 초록의 녹차밭 아래 계곡은 겨울로 겨울로 그 모습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흐르는 물이 시간의 흐름을 재촉하는 듯 합니다. 시들어 가는 억새들을 따라 걸었습니다. 물살을 따라 멀어져 가는 가을을 좀 더 마음속에 잡아두고 싶었습니다. 쌍개..
순천에 가면 우리의 과거 모습이 잘 보존된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의 근원이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원형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최근에 다시 복원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문화 자원이 되었습니다. 기습 한파가 몰아친 토요일, 남쪽에 자리잡은 마을이지만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찬 바람에 그 잎이 모두 떨어진 저 감나무가 제 마음을 더 황량하게 합니다. 마을의 곳곳을 걸었습니다. 이른 새벽 인적이 없는 마을은 쓸쓸함을 저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이제는 겨울의 풍경이라 해야할까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어 너무 반가웠습니다. 다시 힘을 얻어 마을 길을 걸어봅니다. 흙으로 된 길이 정겹게 느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