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무너진 선발 투수진, 재건 절실한 롯데

2016 프로야구에서 상.하위 성적을 가른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선발 투수진의 활약 여부였다. 대체로 원활한 선발 로테이션이 이루어진 팀들이 상위권을 점했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까지 15승 이상 선발 투수, 일명 판타스틱 4를 보유한 두산이 불펜진의 약점에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단전이 예다. 

2위 NC는 뜻하지 않은 악재가 이어지며 선발 로테이션 유지에 애를 먹었지만, 외국인 원투펀치 해커, 스튜어트가 제 몫을 다하고 대체 선발 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며 로테이션을 유지한 것이 상위권 성적의 큰 힘이 됐다. NC는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한 덕분에 장점인 불펜진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상상 이상의 시즌을 보낸 넥센은 일본 리그에서 돌아온 에이스 밴헤켄을 중심으로 신인왕 신재영이라를 새로운 선발 투수를 찾아내 선발 투수진에 힘을 더했다. 

시즌 전반기 부진을 딛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LG는 시즌 중 교체 외국인 투수로 팀에 합류한 허프를 시작으로 이닝이터 소사까지 두 외국인 투수에 류제국, 우규민 등이 선발진을 구성하며 후반기 반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5위로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KIA 역시 거액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 투수 헥터가 기대대로 큰 활약을 했고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원투 펀치를 구성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실망스러웠던 2016 시즌, 롯데 송승준)

이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선발 투수진에 있어 나름의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하위권 팀들은 선발 투수진에 어려움이 컸다. 시즌 전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한화가 몰락한 이유도 선발 투수진의 붕괴가 큰 원인이었다. 늘어난 경기 수와 타자들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선발 투수들이 버티지 못하면 리그 운영이 어려움에도 부실한 선발진을 불펜운영으로 메우려 했던 한화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시대착오적이었다. 

결국,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각 구단의 중요한 과제는 선발 투수진의 안정화라 할 수 있다. 이점은 수 년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긴 롯데도 예외가 아니다. 올 시즌 롯데는 상당한 투자로 기대를 받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성적이 급전직하하면서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중간중간 주력 선수들의 부상이 전력을 약화시킨 면도 있지만, 부진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선발 투수진의 부진이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 시즌 높은 평가를 받았던 외국인 원투펀치 린드블럼, 레일리와의 재계약에 성공하고 베테랑 송승준을 FA 계약을 통해 팀에 잔류시킨 데 이어 주목받는 영건 박세웅에 군에서 돌아온 선발 투수 고원준으로 나름 경쟁력 있는 선발진을 구축했다. 이 선발진에 FA로 영입한 손승락, 윤길현 두 정상급 불펜 투수가 가세한 불펜진이라면 마운드 운영에 있어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상황은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린드블럼이 지난 시즌 200이닝 이상 투구를 한 후유증 탓인지, 구위 저하현상에 보이며 부진했다. 베테랑 선발 투수 송승준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실패한 FA 계약의 사례를 만들어갔고 군에서 돌아온 과거의 트러블 메이커 고원준은 기대와 달리 구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선발 투수로 믿음을 주지 못했다. 롯데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레일리가 사실상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박세웅이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선발 로테이션 3자리의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20대의 선발 투수자원 고원준을 내주면서 까지 시즌 중 즉시 전력감이 선발 투수 노경은을 두산으로 부터 영입하는 한편, 박진형, 박시영 등 신예 들을 과감히 선발 투수로 발탁하는 응급 처방을 했다. 한때 성공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시즌 전 구상과 다른 선발 투수진으로 상위권 도약을 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후반기 들어 전반기 큰 활약을 했던 레일리, 박세웅마저 부진하면서 롯데 선발진은 힘겹게 로테이션을 이어가야 했다. 엎친 데 덥친격으로 불펜진마저 붕괴 현상을 보이면서 롯데 마운드의 성적지표는 급격히 떨어졌다.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 롯데로서는 마운드의 재건 필요성을 크게 느낀 시즌이었다. 

내년 시즌 반등을 기대하는 롯데에 마운드, 특히 선발 투수진의 재구성은 절대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 FA 영입전에서 손을 뗀 롯데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우선 외국인 투수 구성을 결정해야 한다. 롯데는 2년간 함께했던 린드블럼, 레일리 두 외국인 투수를 일단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했다. 롯데는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긴 그들이지만, KBO리그에 적응했고 이닝이터의 면모가 있는 이들을 쉽게 떠나보낼 수 없었다.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으면서 이들과의 재계약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외국인 투수 문제와 함께 토종 선발 투수진의 확보도 중요하다. 수년간 롯데의 선발 마운드는 그 층이 엷었다. 부상자가 나오면 이를 대체할 자원이 크게 부족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도 롯데는 부상재활 중인 송승준이 본래 기량을 유지한다는 확신이 없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3자리 선발투수 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올 시즌 후반기 부진 탈출으 가능성을 보인 베테랑 노경은과 풀 타임 선발 투수로 시즌을 완주하며 경험치를 쌓은 박세웅이 각각 선발 투수진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올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던 신예 박진형, 박시영도 선발 투수 후보들이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30대 배장호와 만년 유망주 이재곤 두 언더핸드 투수들도 선발진 경쟁에 나설 후보군이다. 이밖에 1차 지명으로 영입한 최고 유망주 윤성빈 카드도 있다.  하지만 고졸 신인을 곧바로 1군 선발 투수로 기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부상 위험도 있다. 오랜 기간 부상 재활중에 있는 조정훈이라는 변수도 있지만, 그의 극적인 합류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결국, 롯데는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거나 신예 투수들의 성장을 촉진시킬 방안을 자체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SK에서 영입한 김원형 투수코치의 역할이 크게 대두될 수밖에 없다. 롯데는 그에게 1군 투수코치와 수석 코치를 겸하게 하면서 힘을 실어주었다. 이는 마운드 강화를 위한 롯데의 선택이었다. 

롯데는 선수는 물론이고 코치로도 줄곳 타 팀에 있었던 김원형 코치가 객관적인 시선을 롯데 투수들을 평가하고 지도하는 것이 투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좋은 평가를 받았던 2군 투수코치 옥스프링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롯데의 절실함이 올 겨울 시즌을 준비하는 스프링캠프에서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외부영입의 변수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체적인 노력이 성과를 내야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내년 시즌 롯데 선발로테이션이 어떻게 구성될지 이는 롯데의 내년 시즌 성적과 직결되는 문제인 건 분명하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글 : 심종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