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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의 kt 행으로 영입 경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였던  프로야구 FA 시장이 여전히 조용하다. 각종 예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계약 소식은 드리지 않는다. 황재균의 4년간 88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이 기준점이 되면서 이른바 대어급 선수들의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가능성은 아직 현실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FA 시장은 롯데 손아섭과 두산 민병현, 메이저리그에서 2년 만에 돌아온 김현수가 대형 계약을 예고하고 있고 롯데 포수 강민호는 포지션의 희소성으로 두 번째 FA 임에도 또 한 번의 대박이 유력하다. 올 시즌 전 1년 FA 계약을 체결했던 KIA 에이스 양현종은 규정 탓에 완벽한 FA 선수는 아니지만, 해외리그가 타 팀 이적이 어렵지 않은 실질적 FA다. 언론의 보도도 이들 소식이 대부분이다. 야구팬들의 시선도 이들을 향하고 있다.  FA 거품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이들 대형 FA 선수들의 계약이 그 대상이다. 

이번 FA 시장에는 이들 외에도 여전히 10명이 넘는 FA 자격을 얻은 또 다른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여타 FA 자격 선수들에게 FA 시장의 움직임은 그저 남의 소식과 다름이 없다. 분명 주전급으로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 많지만, 프로구단들은 대형 선수들의 거취에 우선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유는 있다. 대부분이 많은 나이가 걸림돌이고 시즌 성적이 내림세에 있는 선수들도 있다. 우리 프로야구 FA 선수 영입에 있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상 선수 규정이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FA라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형 FA 선수들 외에 나머지 선수들은 사실상 원 소속팀 외에 FA 계약을 할 통로가 없다. 그나마 원 소속 팀 우선 협상 기간마저 사라지면서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에 안기도 어려운 처지다. 





올 시즌 우승 팀 KIA의 외야수 김주찬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김주찬은 두 번째 FA 자격에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가 문제지만, 최근 2시즌에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고 유리몸의 오명도 어느 정도 벗어났다. 주장으로 올 시즌 팀 내 리더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우승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더해졌다. KIA로서는 그의 공헌도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에이스 양현종과의 협상이 타결되면 재 계약 소식이 들릴 가능성이 크다. 

정규리그, 한국시리즈 2위 두산의 투수 FA 김승회는 올 시즌 은퇴 위기에서 그가 프로에 데뷔했던 두산에서 불펜 투수로 재기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두산 불펜이 어려움을 겪을 때 중심을 잡아주었고 시즌 내내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정재훈의 은퇴와 김성배의 재계약 실패에 따라 베테랑 불펜 투수로서 존재감이 큰 김승회다. 장기 계약은 어렵지만, 적정 선에서 두산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이렇게 상위 두 팀의 베테랑 FA 선수들은 팀의 호성적이라는 요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팀들의 사정은 다르다. 가장 많은 내부 FA를 보유한 롯데는 올 시즌 1회 FA 계약을 한 문규현 외에 최준석, 이우민, 두 베테랑과의 계약을 고민하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최준석은 여전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간판타자 이대호와의 1루수 포지션 중복과 떨어지는 주력, 많은 나이 등으로 대형 계약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그를 대신할 수 있는 군필 1루수 자원인 김상호의 존재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외야수 이우민은 정상급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떨어지는 타격 능력이 감점 요인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백업 외야수로 활용할 수 있는 그에게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우민 역시 차가운 겨울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NC의 베테랑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은 기량은 인정받고 있지만, 팀의 세대교체 정책과 맞물려 그 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다. 손시헌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큰 활약을 했다. 이종욱은 기동력에서 다소 떨어진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공. 수에서 쓰임새가 많다. 지석훈은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세 선수는 만약 타 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면 주전으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보상 선수 문제가 이들의 선택폭을 줄이고 있다. NC로서는 젊은 선수들로 이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베테랑의 존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계약 조건은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줄다리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 외에 SK 외야수 정의윤은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 외야수라는 장점이 있지만, 팀 내 다수의 경쟁자들로 인해 그 입지가 크게 줄었다. 메이저리그의 신분 조회를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큰 활약을 했던 시즌이 2시즌에 불과하는 점은 그와의 계약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사실상 SK 잔류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넥센의 1루수 채태인은 공격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역시 나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 하는 넥센의 정책상 채태인이 원하는 계약 조건을 넥센이 제시하기 어렵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한화의 주전 2루수 정근우는 여전히 리드오프로서의 공격력과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부상이 잦고 기량이 내림세를 보이는 등 세월의 무게감을 느끼게 한 올 시즌을 보냈다. 내야가 약한 팀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선수지만, 내구성에 의문이 생긴 30대 후반의 선수를 영입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정근우가 한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을 고려하면 한화도 정근우와의 협상을 외면하긴 어렵다. 한화와 정근우의 계약은 계약 기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근우 외에 투수 박정진과 안영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으로 원하는 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화가 리빌딩에 주력할 예정임을 고려하면 역시 힘든 겨울이 예상된다.  

kt 외야수 이대형은 꾸준한 활약으로 팀 리드오프 자리를 지켰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올 시즌을 접은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kt는 그를 대신할 외야 자원도 확보한 상황이다. 두 번째 FA 대상자인 이대형이지만, 원하는 계약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 불펜 투수 권오준은 오랜 부상 재활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시장의 평가의 냉정한 평가를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원 소속 팀 삼성은 그와의 계약에 긍정적이지만, 단기 계약으로 합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이번 FA 시장에는 많은 선수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원 소속 팀이 가치를 인정하고 계약서를 내밀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자칫 FA 미아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무리한 도전이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1번의 기회일 수 있는 FA 자격을 행사하는 것을 차갑게만 보기도 어렵다. 이 중에는 충분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결국, 제도의 장벽이 이들의 일생일대의 기회를 의미 없게 하고 있다. 이제는 선택받을 기회마저 잃개하는 FA 제도의 개선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다. 

사진, 글 : 지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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