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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관록이 KT의 변칙을 누른 플레오프 1차전이었다. 두산은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9회 초 대타 김인태의 적시 안타로 3 : 2 한 점 차 승리를 가져갔다.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연승에 이어 올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7연승으로 가을 두산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두산 선발 투수 플렉센은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탈삼진 11개의 위력투를 선보였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호투에 이어 또다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10월 14일 정규리그 한화전 실점 이후 무실점 경기를 이어오던 플렉센은 7회 초 그가 남긴 주자 2명이 득점하며 무실점 기록이 깨졌지만, 철옹성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포스트시즌 1선발 투수로 기용하는 두산의 선택이 옳았음을 투구로 증명했다. 

하지만 경기에서 더 주목받은 선수는 KT 선발 투수 소형준이었다. 소형준의 1차전 선발 투수 등판은 파격이었다. 올 시즌 프로에 데뷔한 소형준은 2001년생으로 아직 20살도 안된 신인이다. 올 시즌 소형준은 KT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풀타임을 소화했고 13승 6패 방어율 3.86의 호성적으로 신인왕을 사실상 확정했다. 

 

 

 

 



그만큼 능력 있는 투수지만, 신인에게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은 큰 모험이었다. 그의 맞대결 상대가 10월 이후 리그 최고의 투구를 하고 있는 플렉센이라는 점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두산 타선이 집중력과 함께 기동력까지 겸비하고 있고 베테랑 선수들의 다수 포함된 상황에서 신인 선수가 부담을 이겨내고 자신의 투구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다. 

KT는 에이스 데스파이네가 정규리그 두산전에서 부진했고 경험이 풍부한 투수지만, KBO 리그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이라는 점, 외국인 원투펀치 중 한 명인 쿠에바스도 기복이 심한 투구를 하는 단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였다. KT는 선발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고 상대 전적에서 강점이 있는 소형준을 택했다. 이런 변칙적인 시도로 두산의 페이스를 흔들려는 의도도 있었다. 

KT는 라인업 구성에서도 정규리그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았던 황재균, 강백호 테이블 세터에 로하스, 유한준, 장성우로 이어지는 클린업을 구성했다. 장타력을 겸비한 황재균, 강백호 테이블 세터진 자체의 능력과 함께 출루 능력까지 겸비한 이들이 올 시즌 최고 타자 로하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강타자들을 하나로 묶어 타선의 집중력을 극대화했고 노련한 유한준이 해결 능력을 믿었다. 이렇게 KT는 변칙적인 선수구성으로 두산에 맞섰고 그 중심은 소형준이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등판에서 소형준은 기대 이상의 호투로 두산 타선을 묶었다. 두산 선발 투수 플렉센은 그 위력이 여전했고 KT 타자들은 그의 위력투에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기세에 눌릴 만도 했지만, 소형준은 무서울 만큼 냉정했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투구했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두산 타자들이었지만, 소형준의 투구에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 플렉센이 150킬로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각도 큰 변화구까지 더한 힘으로 타자들을 제압했다면 소형준은 공끝의 변화가 심한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공의 변화로 맞섰다. 

두 투수는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고 안정된 제구와 주자가 출루한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소형준은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뒤집는 호투를 했다. 플렉센의 예상된 호투에 소형준의 예상치 못한 호투가 더해지며 플레이오프 1차전은 근래 보기 드문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로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0 : 0으로 중반을 넘어 후반까지 이어졌다. 

선발 투수들이 이끌던 경기 흐름은 그들이 마운드를 물러난 이후 타자들의 주도하는 흐름을 변했다. 두산은 7회 초 만루 기회를 놓쳤지만, 8회 초 KT 불펜진 공략에 성공하며 2 : 0 리드를 잡았다. KT는 7회 초 2사에서 한계 투구 수를 넘긴 소형준을 내리고 정규리그 홀드왕 주권을 마운드에 올려 실점을 막았지만, 8회 초 선발 투수 쿠에바스의 불펜 기용이 실패하며 실점했다. 

KT는 필승 카드로 쿠에바스를 택했지만, 쿠에바스는 첫 타자를 몸맞는 공으로 출루시키는 등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KT는 마무리 김재윤 카드를 바로 꺼내들었지만, 그 역시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고 쿠에바스가 남긴 주자 2명의 홈 득점을 허용했다. 김재윤은 실점 위기에서 두산 중심 타선의 김재환, 허경민에게 잇따라 적시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KT는 그대로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KT는 8회 말 공격에서 플렉센은 상대로 득점 기회를 잡았고 두산이 실점을 막기 위해 마운드에 올린 마무리 이영하를 상대로 유한준이 2타점 적시 안타를 때려내며 2 : 2 동점에 성공했다. 유한준의 적시 안타로 플렉센의 포스트시즌 무실점 기록도 깨졌다. 유한준의 관록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반 공방으로 양 팀 선발 투수는 모두 호투에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만큼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빛나는 경기였다. 

결국, 접전은 9회 초 두산의 대타 카드가 적중하며 승패가 엇갈렸다. 두산은 선두 타자 김재호의 안타 출루에 이어 대주자 이유찬의 도루 성공과 보내 번트로 잡은 기회에서 대타 김인태를 내세웠고 KT는 좌타자인 그를 겨냥해 좌완 불펜 조현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 대결에서 김인태는 적시 안타를 때려냈고 그렇게 잡은 3 : 2 리드를 마무리 이영하가 지켜내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양 팀은 대타, 대주자 카드를 총동원하며 득점을 위한 의지를 보였고 대타, 대주자 카드다 적중한 두산이 승부를 가져왔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의 대처 능력에서 앞선 두산의 관록이 변칙으로 맞선 KT를 이겨낸 1차전 승부였다. KT는 절대 열세의 시리즈 전망에도 과감한 라인업 운영으로 분위기를 팽팽하게 만드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경기 막바지 고비를 넘지 못했다. 특히, 시리즈 시작 전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진 불안이 패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 두산 선발 투수 플렉센의 압도적 투구로 로하스에게 찬스를 집중하기 위한 타순 전략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KT는 선발 투수 소형준이 에이스 못지않은 호투로 대등한 경기 흐름을 만들었고 경기 후반 타선의 집중력도 보여주었다. 경기 초반 흔들렸던 수비도 경기를 하면서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두산보다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더할 수밖에 없었던 포스트시즌 초보 KT로서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경기였다. KT는 소형준을 1차전 선발 투수로 내세우고 그가 호투하면서 2, 3, 4차전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 밀리는 않는 흐름을 만들었다. 

KT는 1차전 패배가 아쉽긴 했지만, 대등한 시리즈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는 소형준의 호투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소형준의 호투는 외국인 투수들의 절대 의존해야 하는 우리 프로야구 현실에서 국내파 선발 투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소형준이 아직 20살도 안된 젊은 투수라는 점에서 팀과 프로야구를 미래를 밝게 했다. 

만약, 플레이오프가 5차전으로 이어진다면 소형준은 한 번 더 선발 등판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상대는 또다시 플렉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또 한 번의 명품 투수전을 기대하게 한다. 그만큼 소형준의 1차전 선발 호투는 승패와 관계없이 빛났고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여운을 남겼다. 

사진 : KT위즈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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