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시즌 롯데는 구단은 물론이고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레전드의 은퇴 시즌을 보냈다. 이승엽에 이어 KBO 리그 두 번째 공식 은퇴 투어를 했던 이대호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에도 0.331의 고타율에 23홈런 101타점으로 그전 시즌보다 나은 성적을 보이며 건재를 과시했다.
40살이 나이임에도 이대호는 은퇴 시즌에도 롯데에서 대체 불가의 선수였다. 최근 야구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최강야구에서도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레전드의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런 이대호의 은퇴는 롯데에는 팀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했고 팀 타선 약화라는 점에서도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그를 이어갈 수 20대 우타 거포가 있어 아쉬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2018 시즌 롯데에 입단한 이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거포 3루수 한동희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동희는 입단 당시부터 제2의 이대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구단 안팎에서 컸다. 야수로는 이례적으로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기도 했다. 이대호와 같은 경남고 출신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였다.
한동희는 2시즌까지 적응기를 거쳤고 2020 시즌부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20 시즌 17홈런, 2021 시즌 17홈런, 2022 시즌 14홈런을 기록한 한동희는 2022 시즌에는 3할이 넘는 타율과 함께 정교함을 더했다. 3루 수비에 대한 약점이 있지만,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한동희는 매력적인 선수였다. 또한, 매 시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2023 시즌 한동희는 이대호가 은퇴한 이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로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 시즌 준비도 정해진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더 많은 홈런을 때려내기 위해 타격 폼을 수정해 발사각을 높이도록 했고 보다 날렵한 몸을 만들어 보다 안정된 3루 수비를 하도록 준비했다. 한동희는 이전보다 나은 성적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이라는 목표도 있었다.
병역 의무 이행을 하지 못한 한동희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향후 선수 생활을 보다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포 3루수인 한화 노시환, LG의 중심 타자로 성장 중인 문보경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했다. 한동희를 포함해 젊은 3루수 3인의 대결구도는 국가대표 선발과 더불어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경쟁에서 한동희는 2022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한 발 앞서가고 있었다. 프로에서의 경력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올 시즌에는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였다.
하지만 2023년 8월 현재 한동희의 상황은 시즌 시작 전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타격 부진에 시달린 한동희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두 경쟁자는 한참을 앞서 나갔고 한동희를 재제치고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로 나란히 선발됐다.
노시환은 시즌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면서 한 차원 더 발전했다. 8월 8일 기준으로 노시환은 3할이 너는 타율에 23개의 홈런으로 이 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홈런왕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타점과 장타율 등 타격 지표 곳곳에서 노시환은 상위권이다. 만약, 그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정규 시즌 MVP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의 시즌이다.
문보경의 올 시즌도 성공적이다. 타격 각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의 3루수로 손색이 없다. 노시환과 달리 정규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팀 성적이라는 프리미엄도 있다. 더 돋보일 수 있는 환경이다. 어느 것 노시환과 문보경은 리그 최고 3루수 최정의 뒤를 이어갈 선수가 되고 있다.
이런 노시환과 문보경의 모습을 한동희는 먼발치에서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동희는 부진 탈출을 위해 타격폼을 지난해 좋았을 때 폼으로 되돌리고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치기도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수비도 흔들리고 있다. 계속되는 부진에 심리적 부담이 겹치면서 공. 수에서 플레이가 위축되고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이에 한동희는 최근 경기에서 선발 3루수 자리를 내놓고 대타 요원으로 경기에 나서는 일이 늘었고 최근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거의 매 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롯데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 무한 기회를 제공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동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첫 번째 2군행은 기한이 정해져 있었지만, 이번 2군행은 그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롯데는 한동희가 보다 부담이 덜한 환경에서 경기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길 기대하고 있다.
한동희로서는 프로 입단 이후 가장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절대적이었던 팀 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희의 부진에 롯데는 교체 외국인 선수로 3루 수비가 가능한 구드럼을 선택했다. 구드럼은 후반기 한동희를 대신해 주전 3루수로 나서고 있다. 당장 성적이 급한 롯데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또한, 이전에는 수비에서 실수가 나와도 이를 감싸주던 롯데 팬들의 분위기도 비판 일색이다. 그에 대한 큰 기대가 실망감으로 변했다. 그에 대한 롯데 팬들의 기대와 응원은 윤동희, 김민석 등 떠 다른 젊은 선수들로 향하고 있다. 한동희는 달라진 팬들의 여론을 실감해야 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한동희로서는 두 번째 2군행에서 부진 탈출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만약, 올 시즌을 이대로 흘려보낸다면 평범한 선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올 시즌도 한동희는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상무 지원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 이는 1군에서 일정 기간 선수 커리어 단절을 불가피하게 한다. 이는 그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후에는 롯데가 기대하는 또 다른 내야 유망주 나승엽이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제대할 예정이다. 나승엽은 퓨처스 리그 상무에서 2시즌 동안 기량을 발전시켜왔다. 공교롭게도 나승엽의 주 포지션은 한동희와 같은 3루수다. 롯데는 내년 시즌 한동희의 확실한 대안이 있다. 한동희는 현재와 미래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도 한동희는 리그에서는 귀한 우타 거포형의 내야수로 가치가 큰 선수다. 1999년 생의 나이로 반등의 가능성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 3시즌에서 재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올 시즌 부진만으로 그의 기량이 정체되고 한계점을 보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의 올 시즌 부진은 포스트 이대호라는 그에 대한 기대가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강하다. 기술적으로서는 타격폼 수정 시도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분명 재능이 있는 선수인 만큼 2군에서 충분한 조정기를 거치고 타격 밸런스를 되찾는다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한 한동희다. 이번 2군행은 앞만 보고 달렸던 성공이라는 단어만을 위해 달렸던 한동희에게는 자신의 야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조급함을 덜어내고 자신의 야구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누구의 후계자가 아닌 야구 선수 한동희로 거듭나야 한다. 한동희가 이대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구와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동희가 큰 시련의 시기를 이겨내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가 거포 3루수의 위용을 되찾는다면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롯데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사진 : 롯데 자이언츠,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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