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시대의 롯데 마무리

올 시즌 전년도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롯데는 전통적으로 마무리 투수 부재에 시달렸습니다. 고 박동희 선수이후로 팀을 대표할 이렇다할 마무리투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외국인 투수로 마무리 자리를 메우기도 했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도 마무리 자리에 가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지난 3년간 롯데는 가을야구의 숙원을 이루고 공격의 팀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지만 불펜의 약세와 함께 마무리 투수의 부재는 항상 롯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포스트 시즌에서 번번히 첫 관문을 넘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전임 로이스터 감독은 선발진의 힘을 극대화 하고 다양한 선수들을 상황에 맞게 투입하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이를 보완했지만 더 상위권 팀의 불펜과 비교해서 그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3년 연속 팀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킨 감독을 경질한 롯데입니다. 신임 양승호 감독 체제하에 예년과 다른 강도높은 훈련과 팀내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팀 체질 개선의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의 오랜 고민인 마무리 투수에 대한 해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계훈련의 성과와 시범경기를 지켜봐야하지만 이렇다할 마무리 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 기용에 대해 양승호 감독은 집단 마무리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즉, 아직 만족할만한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했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현재 롯데는 불펜투수 누구에게가 마무리 투수가 될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불펜의 기량이 고르고 저마다의 장점을 지닌 투수들이 많다는 것도 되지만 타팀에게 위협이 되는 무게감 있는 불펜투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좋게마라면 군웅할거의 시대, 나쁘게 말하면 도토리 기재기의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 KBO 홈페이지)


많은 불펜 투수들중 마무리로 가장 먼저 언급될 수 있는 선수는 임경완 선수를 들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많은 경기경험이 있고 팀내 고참으로 다른 투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좋은 구위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따라다니는 임작가라는 별명이 말해주 듯 해마다 반복되는 마무리 울렁증은 그를 마무리로 기용하기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중간 계투로서 보여준 투구만 할 수 있다면 수준급 마무리 투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임경완 선수지만 마무리 투수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다면 마무리 투수로서 중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생애 처음 FA의 기회를 잡은 그에게 어느 때 보다 큰 동기부여 요인이 있고 이는 그의 투구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은 긍정적 변수일 것입니다.

작년 시즌 무너져가던 롯데의 불펜을 지켜준 김사율 선수 또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될 수 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초특급 고졸선수에서 평균 이하의 불펜투수로 어렵게 선수생활을 이어가던 김사율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시즌 긴 기다림 끝에 큰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항상 문제가 되었던 투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는 투수로 변신할 수 있었습니다. 투구에 대한 자신감은 제구력의 안정과 함께 장기인 다양하 변화구를 살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작년 시즌 김사율 선수는 롯데 불펜이 어려울때 마다 팀을 구하는 영양가 만점의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가끔 기복있는 피칭을 하긴 했지만 안정감 면에서 어느 불펜 투수들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풀 타임 마무리를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마무리 투수 기용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상대 타자를 앞도할 구위가 아니라는 점도 걸림돌이 될것입니다.

기존 불펜 외에 트레이드로 영입한 고원준, 언더핸드 선발투수의 가능성을 연 이재곤, 오랜 외국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최향남, 좌완 불펜의 핵심 강영식 선수도 후보군이 될 수 있습니다. 고원준 선수는 트레이드 당시 선발요원으로 분류되는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롯데 선발진이 외국인 선수 2명의 가세로 강화되면서 선발로테이션 진입에 어려움이 생겼고 현재는 불펜의 핵심 요원으로 분류되는 분위기 입니다.

고원준 선수가 불펜에 자리를 잡게된다면 구위에 있어 타 선수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배짱과 경기운영 능력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마무리로서 갖추어야 힘과 강한 정신이 그에게 있습니다. 아직 어린 선수로 경험이 부족하고 그동안 선발투수로 특화된 그에게 불펜, 그리고 마무리라는 자리는 적응의 시간과 함께 부담감을 줄 수 있기에 그의 마무리 기용 역시 미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언더핸드 이재곤 선수는 좋은 제구력과 위력적인 싱커가 장점입니다. 작년 시즌 선발로 활약하긴 했지만 언더핸드 선발이 성공하기 힘든 최근 경향과 경기 때마다 많은 공을 던지는데 따른 부상의 위험 등으로 불펜 전환의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싱커를 활용한 땅볼유도 능력은 위기를 넘겨줄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리그의 대표하는 언더핸드 마무리 정대현 선수의 존재는 이재곤 선수의 마무리 기용 성공가능성을 높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아직 이재곤 선수가 선발투수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선발투수로 적응한 상태에서 아직 팀내 선발투수 경쟁이 끝나야 그의 불펜투수 가능서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은 그  전환을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재곤 선수가 선발의 꿈을 접고 불펜투수로 적응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마무리 카드에 되기에 충분합니다.

                                                                         (사진 : 롯데자이언츠 홈페이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접은 노장 최향남 선수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미와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은 마무리 투수로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40을 넘긴 나이에 따른 체력부담 경기 감각 저하 문제 등은 부정적 요인입니다. 만약 최향남 선수가 롯데에서 보여주었던 과거의 피칭 내용을 재현한다면 마무리 투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 좌완 강영식 선수도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좌완이라는 태생적 장점외에 큰 키를 이용한 타점높은 직구와 각도 큰 변화구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오랜 기간 롯데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해왔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구위가 떨어졌고 기복이 심한 피칭 내용은 마무리 투수로 활용하기 힘든 부정적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선수들이 마무리 투수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누구 하나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선발투수 경쟁의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선수들이 롯데의 마무리를 책임질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저마다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러한 장점을 묻어버리는 단점들도 함께 하는 투수들이기에 그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집단 마무리 체제가 팀 성적을 더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3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느꼈을 것입니다. 최선이 아니라면 이에 가장 근접한 차상이 선택이 있어여 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선택된 선수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뢰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과연 이 후보들 중 어느 선수가 궁웅할거의 영웅으로 롯데 불펜의 구심점이 될지 토로리 키재기 속, 비극작가의 멍에를 쓰게 될지 고민되는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그 선택에 따라 롯데 불펜과 팀 성적의 향방도 크게 요동칠 것입니다.

과연 롯데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숙원을 풀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마무리 부재에 시달리며 경기 후반 마음 졸이는 경기를 이어갈지 지 그 결과가 궁금한 2011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