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24명의 엔트리는 투수 10명과 야수 14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구가 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다시 정식종목에서 탈락하는 만큼 올림픽에서 야구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으로 야구 종목에서 유일한 금메달 국가인 만큼 이 대회에 대한 기대와 크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 선수 선발은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해외파 선수의 선발은 애초 불가능했다. 메이저리그는 올림픽에 선수 차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최지만 등은 애초 선발이 불가능했다. 특히,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은 오랜 세월 야구 대표팀의 마운드 중심에 있었던 투수들이었다. 이들은 그동안 국제 대회에서 마운드의 중심이었다. 물론,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이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대신할만한 투수가 리그에 없다.
그동안 KBO 리그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대부분 구단들은 선발 두 자리를 외국인 투수로 채우고 있다.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었다. 국내 투수들의 기량 발전도 더디기만 했다. 최근 수년간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 흐름이 대세였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줄이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서 완화됐지만, 여전히 타자들이 보다 우위에 있다. 볼넷이 난무하는 경기를 올 시즌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떨어지는 투수들의 기량은 대표팀 마운드 구성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었다. 여기에 국가대표 선발이 유력했던 후보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고민을 더 깊게 했다.
대표팀은 10명의 투수를 선발하면서 불펜진의 비중을 높였다. 확실한 선발 투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선발 투수진은 삼성의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원태인과 롯데 마운드의 중심 박세웅 두 우완 영건이 눈에 띈다. 원태인은 기량이 급성장했고 삼성에서 뷰캐넌과 함께 원투 펀치를 구성하고 있다. 11경기 8승 3패 방어율 2.51로 성적도 준수하다. 초반 6연승 이후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지만, 페이스를 되찾았다.
박세웅은 부상으로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시즌 구위를 완전히 되찾았다. 12경기 3승 4패 방어율 4.17로 압도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최근 경기 투구 내용이 크게 좋아졌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6월 4일 KT전 완봉승이 선택에 있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원태인과 박세웅은 모두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구위와 확실한 변화구 결정구가 있다. 제구도 안정적이고 이닝 소화능력도 있다. 이들의 선발되면서 지난 시즌 신인왕이자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던 KT 소형준은 선택받지 못해다. 소형준은 올 시즌 2년 차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진했다. 최근 회복세를 보였지만, 선택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들과 함께 한화의 마운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20대 우완 투수 김민우도 선택을 받았다. 김민우는 올 시즌 꾸준함이 장점이다. 하위권에 있는 한화의 전력에도 13경기 7승 4패 방어율 4.04로 선전하고 있다. 다만, 김민우는 원태인 박세웅보다 퀄리티스타트 등 이닝을 끌어가는 면에서는 다소 밀린다. 선발보다 불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20대 우완 트리오에 대표팀은 좌완 투수 2명을 추가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KIA 이의리와 LG의 베테랑 좌완 차우찬이 그들이다. 이의리는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고 빠른 직구와 날카로운 변화구 구사능력에 신인다운 패기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외국인 투수 2명의 부진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와중에서 로테이션을 지키며 분전하고 있다. 호평을 받았던 4월에 비해 5월 부진했지만, 6월 반전에 성공했다. 힘 있는 좌완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에서 이의리는 불펜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 선수 명단]
구분 | 선수명 | 인원 | |
우 | 좌 | ||
투수 | 최원준(두), 고영표(KT), 고우석(L), 조상우(키), 한현희(키), 박세웅(롯), 원태인(삼), 김민우(한) |
차우찬(L), 이의리(K) | 10 |
포수 | 양의지(N), 강민호(삼) | - | 2 |
1루수 | - | 강백호(KT), 오재일(삼) | 2 |
2루수 | - | 박민우(N), 최주환(S) | 2 |
3루수 | 허경민(두), 황재균(KT) | - | 2 |
유격수 | - | 오지환(L), 김혜성(키) | 2 |
외야수 | 박건우(두) | 김현수(L), 이정후(키), 박해민(삼) |
4 |
합 계 | 총 24명 |
베테랑 차우찬은 다소 의외의 선발이었다. 그동안 차우찬은 대표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고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차우찬은 긴 시간 부상으로 고생했다. 올 시즌 전망도 불투명했지만, 강한 의지로 극복하고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투구 내용도 긴 부상 재활을 한 투수로 보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 경험 많은 좌완 투수가 부족한 현실에서 차우찬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부상 이후 관리를 받고 있는 차우찬의 이닝 소화 능력에 의문이 있고 불펜에서 잦은 등판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자리한 LG 고우석, 키움 조상우의 선발은 예상된 일이었다. 이들은 모두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할 능력이 있고 경험도 축적했다. 이들은 대표팀 불펜진의 원투 펀치로 기대된다. 하지만 베테랑 오승환은 대표팀 명단에서 이름이 빠졌다. 오승환은 올 시즌 세이브 부분에서 선두를 달리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우리 나이로 40살이 된 나이와 전성기보다 떨어진 구위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다. 세대교체의 의미도 있었다.
대신 대표팀은 키움 한현희, KT 고영표, 두산 최원준까지 3명의 언더핸드 사이드암 투수를 선발했다. 애초 SSG 선발 마운드의 핵심이었던 박종훈이 선발이 유력했지만, 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방향이 달라졌다. 이들 3명은 모두 선발과 불펜 모두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리그에서 투구 내용도 경쟁력을 보였고 좌타자 상대로도 안정감을 보였다.
올림픽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상대할 나라들은 미국과 중남미 팀이다. 유럽의 이스라엘도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이다. 이들 나라에서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는 매우 생소한 유형이다. 과거 대표팀에 단골로 선발됐던 정대현은 극단적인 언더핸드 투수로 빠르지 않은 공에도 큰 위력을 보였다. 대표팀은 이들 세명은 적극적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올 시즌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최고 불펜 투수로 떠오른 한화 사이드암 투수 강재민의 대표팀 탈락은 논란이 되고 있다. 강재민은 사이드암 투수로 위력적인 직구와 슬라이더가 장점이다. 26경기 자책점은 2점에 불과하고 승계주자 실점률도 매우 낮다. 좌타자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투구를 하고 있다. 2이닝 투구도 문제가 없었다. 대표팀에 딱 맞는 유형이었지만, 그는 선택받지 못했다.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보다 안정적인 투구를 할 투수를 선발했다. 강재민은 프로 2년 차로 경험에서 경쟁자들에 밀린다. 하지만 리그 최고 불펜 투수의 대표팀 탈락은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다.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조합한 마운드 구성과 함께 포수는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와 강민호의 선발이 당연했다. 베테랑 포수와 젊은 포수 조합이 그동안의 대세였지만, 이번에는 안정을 택했다. 젊은 투수들이 다수 선발된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나머지 야수진 선발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대표팀은 외야 자원을 4명만 선발하고 내야수를 8명 선발하는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NC의 중심 타자 나성범과 두산의 중심 타자 김재환이 탈락했다. 이들은 모두 리그 홈런왕 경쟁에서 상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기존 대표님의 주축인 LG 김현수와 키움 이정후에 더해 두산 외야수 박건우와 삼성 박해민을 선발했다. 박건우는 부족한 우타자 자원 확충의 의미가 크고 박해민은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 능력과 뛰어난 도루 능력이 큰 이유로 보인다. 이런 외야 구성에 선발이 기대됐던 추신수의 자리는 없었다. 추신수는 6월 들어 타격감을 회복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강점이 있지만, 수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 오승환과 함께 레전드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를 기대했던 야구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내야진은 각 포지션별로 2명을 선발했다. 3루수는 두산 허경민과 KT 황재균, 유격수는 LG 오지환과 키움 김혜성, 2루수는 NC 박민우와 SSG 최주환, 1수로 KT 강백호와 삼성 오재일이 선발됐다.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한 엔트리 운영을 고려했다. 김혜성은 수비 불안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올 시즌 도루 1위의 기동력이 있다. 대주자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유격수와 2루수 수비가 가능하고 외야수도 가능하다는 점이 선발에 큰 가점이 됐다.
최주환은 뛰어난 타격 능력, 오재일은 수비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처음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1루 수비가 가능하다. 이는 수비에 다소 약점이 있는 4할 타자 강백호를 지명타자로 활용해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황재균은 우타 대타로 쓰임새가 있다. 허경민과 박민우의 선발은 예상된 일이었다.
주전 유격수로 유력한 오지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지환은 과거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특혜 시비로 구설수가 오르기도 했다. 올 시즌 타격에서 부진하다. 대표님은 그의 수비 능력을 봤다고 했지만, 논란이 있었던 선수의 선발에 이견이 나오고 있다. 유격수로서는 지난 시즌부터 공수에서 기량을 만개시킨 노진혁이라는 대안이 있었다. 올 시즌 4할이 넘는 뛰어난 출루율과 타격 능력, 수비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는 한화 2루수 정은원의 탈락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강재민과 함께 정은원까지 두 한화 선수들의 대표팀 탈락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국가대표 선발에서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어떤 선택을 하던 논란은 따른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우승을 이끈 베테랑이다. 자신만의 야구 철학도 확고하다. 그는 논란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문 감독은 감독으로서 자신이 구상하는 팀을 만들었다. 자신의 야구를 확실히 구현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을 했다.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과로 증명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사태로 개최에 대한 불투명성이 여전하지만, 올림픽에서 야구가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다음 올림픽에서 다시 사라지게 되면서 올림픽에서 야구를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많은 야구팬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기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은 당시 침체하던 프로야구를 되살리는 기폭제가 됐다. 최근 인기 하락 현상이 분명한 프로야구로서는 이번 올림픽이 중요하다. 선발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야구 대표팀이 하나의 팀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 : KBO, 한화이글스,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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