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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각 구단의 전지훈련 일정이 대부분 확정되면서 새 시즌을 위한 준비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이제 각 구단은 연봉협상을 마무리하고 전지훈련 참가자를 확정하고 있다. 이미 전지 훈련지로 개인적으로 떠난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이런 준비를 하는 건 아니다. 

아직 FA 협상을 끝내지 못한 선수들의 공식적으로 소속팀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구단들의 협상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원 소속 구단들 역시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다. 사실상 이들의 백기 투항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한때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지고 했지만, 지금은 이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식으면서 사실상 잊힌선수들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직 FA 계약을 하지 못한 9명의 선택지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분명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이 있다. 한화의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롯데의 노경은, KT의 금민철, 삼성의 윤성환, 김상수, 키움의 김민성, 이보근은 원 소속팀의 주전이었다. 팀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다. 이에 선수들의 자신들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지만, 구단과의 눈높이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상 선수 규정은 이들에 대한 타 팀의 영입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냉각된 시장 상황 속에 이들은 원 소속팀의 선처를 구할 수밖에 없다.





만약 시즌이 시작하기 전 계약을 하지 못한다면 그 선수는 한 시즌을 그대로 쉬어야 한다. 해외 리그로 눈을 돌릴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경우에 따라서는 은퇴를 고려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단들은 선수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압박하고 있고 선수들의 어렵게 찾아온 FA 계약 기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반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간은 선수들의 편이 아니다. 

한화의 FA 3인방은 야수진 구성에 있어 꼭 필요한 자원이다. 이용규는 팀의 테이블 세터로서 타선에 들어가야 하는 선수고 최진행은 정교함이 떨어지지만, 한방 능력이 있다. 송광민은 타격 능력을 갖춘 3루수 자원이다. 한화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을 대신할만한 자원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과 구단의 줄다리기는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내부 FA에 대해 상당한 예우를 했던 한화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크게 다르다. 

롯데의 선발투수 노경은은 팀도 선수도 계약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지만, 쉽게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경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롯데는 장기 계약을 안겨주기 곤란하고 노경은은 보다 더 긴 계약 기간을 원하는 것을 보인다. 롯데는 선발 투수진에 검증된 자원이 부족하고 노경은은 보상 선수를 내주고 그를 영입할 팀이 없다는 점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 한화의 FA 3인방보다는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윤성환, 김상수는 팀 내 입지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 계약 협상의 장기화를 불러오고 있다. 윤성환은 지난 시즌 급격한 노쇠화를 보였다. 냉정히 반전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윤성환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선발 투수고 선발투수 자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고액 연봉에 장기 계약으로 그와 계약하기에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이미 윤성환과 한차례 FA 계약을 했었다. 윤성환은 주어진 2번째 FA 권리를 행사했지만, 분위기는 그에게 절대 불리하다. 20대 FA 선수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 같았던 유격수 김상수는 수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지 못했다. FA를 앞둔 지난 시즌에도 그는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나이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그에 걸맞은 실적이 없었다. 올 시즌에는 해외파 이학주가 대안으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의 입지가 절대적이 않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에서 그에게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타 팀의 영입 움직임도 없는 상황에서 김상수는 삼성의 제안에 그대로 계약을 해야 할 입장이다.

KT 좌완 투수 금민철은 투수가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나름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원하는 계약조건을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KT는 그가 필요하지만, 장기 계약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금민철은 지난 시즌 선발 투수진에서 한 축을 담당했지만,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졌다. 지난 수년간 꾸준함이 부족했다. KT는 지난 4년간 꾸준한 활약을 했던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에게는 2번째 FA 계약을 안겨주었지만, 금민철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금민철은 박경수와 KT의 계약을 부러운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키움의 김민성과 이보근은 팀에 필요하 선수들이지만, 키움의 유망주 성장과 재정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계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민성은 한 방 능력이 있는 내야 자원이고 나름의 실적도 있었다. 이보근은 키움의 헐거운 불펜 사정을 고려하면 잡아야 할 불펜 투수다. 

불펜진이 필요한 팀에서도 노려볼만한 자원이다. 하지만 나이와 보상 선수 문제가 얽히면서 타 팀의 영입 제안을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키움과의 계약이 마지막 선택지지만, 키움은 장기 계약을 안겨줄 재정 상황이 아니다. 특히, 김민성은 송성문, 김혜성 등 대체 자원이 풍부한 탓에 이보근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미계약 FA 선수들은 대내외 여건이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부정적이다. 원 소속팀 역시 그동안의 팀 기여도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원 소속팀과 연봉 협상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몰렸다. 싸인 앤 트레이드 방식의 팀 이적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복잡한 과정과 협상을 거쳐야 한다. 미 계약 FA 선수들의 행선지는 전지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이 되어서야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선수들에게 돌아온 건 냉혹하기만 한 현실이다. 보상 선수 규정 개선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FA 자격 신청에 대한 냉정한 자기 평가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FA 권리를 행사만 하면 권리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에 시장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기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개선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서 올 시즌을 앞둔 미계약 FA 선수들의 기다림은 답답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그 기다림의 결과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선수들은 정해진 선택지에 서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무모한 FA 권리 행사의 결과라 할 수도 있지만, 자유 계약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는 FA 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사진,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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