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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과 왜곡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던 역사 예능 벌거벗은 세계사가 논란을 딛고 3번째 방송을 이어갔다. 세 번째 주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자 중요 전범국인 일본의 전쟁 범죄와 시사점을 주 내용으로 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해 아시와와 동남아 국가를 침략했다. 그 과정에서 침략을 당한 국가는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고 그때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 피해자들 상당수가 생존해 있고 여러 기록에도 일본의 전쟁범죄가 남아있다. 

하지만 일본은 전후 진정 어린 사죄와 피해 배상을 지속하고 있는 독일과 달리 그들의 전쟁범죄를 은폐, 부인하거나 극히 일부만 인정하고 있다. 또한, 사죄와 배상에도 소극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일 관계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급속히 냉각된 한일 관계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시간이 약이라는 식의 대처로 일관하고 있고 일본의 집권층들의 역사 인식 역시 달라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그들의 역사 교육에서도 일본의 전쟁범죄는 제한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젊은 층들 상당수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전쟁범죄들이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점점 멀어져 간다는 점이다. 혹자는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위해 경제적인 이유로 과거의 문제를 일정 덮고 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일제 정신대나 강제징용의 피해를 입은 이들이 생존해 있다. 일본의 전쟁범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프로그램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에서 비롯된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전쟁범죄와 전후 처리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일본과 제2차 세계대전을 논하는 데 있어 빠질 수 없는 존재는 일왕이다. 일본에서는 천황이라고 불리며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일왕은 전쟁 당시 일본 권력의 최정점에 있었다. 그가 상징적인 존재이고 전쟁의 책임자는 당시 일본의 정치권력자들과 군부 인사들에 있다고 하기도 하지만, 메이지유신 후 재정된 일본 헌법에서 일왕은 국가의 최고 수반으로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국가 주요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였다. 

일본의 행위는 모두 일왕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다 할 수 있다. 전쟁 역시 일왕의 명령에 근거하고 있다. 신적 존대로 추앙받는 일왕의 명령에 의한 침략행위는 일본에는 일종의 성전이었다. 이는 침략과 그에 따른 각종 전쟁범죄에 대한 죄의식을 희미하게 했다.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한다는 생각은 전쟁에 임하는 이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범죄에 대한 일정의 면죄부가 됐다. 이 점에서 일왕은 전쟁의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지만, 그는 전후 전범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면제받았다. 실질적인 권력을 빼앗기긴 했지만, 일왕은 여전히 일본에서 천황으로 불리며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일왕의 명령에 근거한 일본의 전쟁은 대동아 공영권 건설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더해 정당화됐다.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가 단결해야 하고 그 중심에는 일본, 그들의 추앙하는 일왕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는 전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명분이었다. 이 명분 속에 일본의 침략은 거침이 없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본격적인 근대화를 이루고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실력자 토요토미가 꿈꾸던 한반도를 발판 삼아 대륙에 진출하고자 하는 야욕을 본격화했다. 그들은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벌인 청일전쟁과 러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조선을 강제병합했다. 이후 한반도는 대륙 침략을 위한 병참기지가 됐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편에 서면서 승전국의 지위까지 얻었다. 이는 그들의 침략 야욕을 더 강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승전국 일본은 남태평양의 섬들을 차지하고 패전국 독일이 중국으로부터 조차하여 지배하던 산둥반도를 손에 넣으며 그 영역을 확대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일본은 오랜 소망인 대륙 침략을 본격화했다. 

일본은 조작된 사건을 빌미로 만주사변을 일으켜 만주에 군대를 파견하여 만주 일대를 점령했다. 일본은 그곳에 청나라를 멸망시킨 중국의 민주혁명 후 황제 자리에서 쫓겨난 마지막 황제 푸이를 만주국 왕으로 추대했다. 만주국은 일본의 대륙 침략을 위해 조직된 괴뢰정부였다. 만주국이 들어서면서 당시 간도 지방을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전대하던 대한민국 독립군의 활동에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본의 침략에 중국은 제1차 세계대전 후 출범한 국가 간 협의체인 국제연맹에 이를 제소했고 국제연맹은 일본의 침략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본은 그들의 침략을 정당화하며 국제연맹에서 탈퇴했다. 이는 노골적인 침략 의사를 드러내는 일이었다. 

계속되는 전쟁의 승리와 함께 일본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일본은 만주를 차지한데 이어 중국 곳곳을 점령했다. 일본군은 당시 중화민국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역대 중국의 많은 왕조들이 수도를 삼았던 난징은 베이징과 함께 중국에서 매우 의미가 큰 도시였다. 일본은 중화민국의 수도인 난징을 점령하면서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고 중일전쟁을 끝내려 했다. 하지만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부는 수도를 중국 내륙인 충칭으로 옮기며 결사항전을 도모했다. 일본의 계획이 어긋나는 일이었다. 넓은 중국 영토를 군대를 동원해 모두 점령하는 건 한계가 있었다. 장기간의 중일 전쟁은 일본에도 부담이었다. 

일본은 중국 국민당 정부의 굴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고 이는 세계 전쟁사에서도 유례없는 1937년 난징 대학살로 이어졌다. 당시 난징을 수비하기 위해 남은 중국군을 격파하고 난징에 입성한 일본군은 중국군으로 의심되는 성인 남성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민간인들을 살육했다. 그 살육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중국의 기록에 난징대학살은 난징 대도살이라 기록될 정도였다. 

6주 동안 난징을 중심으로 중국 측 추산으로 30만 명의 사람들이 살육당했다. 일본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부녀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성폭행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일본군의 만행은 당시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나치 독일조차 비판을 할 정도였다. 

인간성을 상실한 그들의 만행은 중국의 항복과 전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침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들의 행위는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기록에 남아있는 일본 신문에서는 중국인들을 얼마나 참수했는지에 대해 내기를 하는 일본군 장교들의 기사가 거리낌 없이 실렸다. 전쟁에 대한 일본의 당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전쟁의 광기 속에 일본은 사로잡혀 있었다.  이후 일본은 난징 대학살의 진실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그들의 죄상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런 난징 대학살의 와중에도 중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한 온정의 손길도 있었다. 독일은 욘 라베는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난장 대학살의 참상에 노출된 중국인 25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당시 일본과 독일의 동맹국인 독일인이라는 신분을 적극 활용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집에 피난 온 중국인들을 수용했고 이후에는 자신의 정원에 그다음에는 일정 지역을 안전지대로 설정하고 일본군의 접근을 막았다. 일본군은 욘 라베를 포함한 서양인들에게는 쉽게 위해를 가할 수 없었다. 이런 헌신이 없었다면 난징 대학살의 참상은 더 큰 비극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중국인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일본은 한일 강제병합과 중일전쟁, 이후 태평양 전쟁을 하면서 곳곳에서 각종 만행을 저질렀다. 그 속에는 애국지사들과 독립운동가 외에 수많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도 타국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이들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난징 대학살과 함께 일본의 전쟁범죄의 기억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장소인 하얼빈에도 남아있다. 하얼빈 역에서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일본은 생화학전을 대비한 비밀 연구소를 만들었고 731 부대로 명령된 그곳에서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일본은 차마 말로 말할 수 없는 상상초월의 생체실험을 통해 각종 자료를 축적했다. 전쟁 포로나 항일 운동을 하는 인사들이 중심이 된 피 실험 대상자들은 각종 실험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마루타로 불리던 그들은 인간이 아닌 실험 도구에 불과했다. 그중에는 다수의 우리 독립운동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인간성이 말살된 일본의 전쟁범죄는 전후 당연히 단죄 받아야 했다. 현실은 달랐다. 독일의 전범들이 전후 죄상이 드러나고 처벌을 받았던 것과 달리 일본의 전범 재판이 그 진행이 더뎠다. 이후 진행에서도 상당수 전범들이 기소되지 않았다. 특히, 전쟁의 정점에 있었던 일왕이 전범 재판에서 제외됐다. 당시 일본 헌법에서 일왕은 최고 권력자이다 최종 결정권자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후 일본이 항복 이후 일본을 통치했던 미국과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는 일왕의 일본에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만약, 일왕을 전범으로 단죄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돌발 변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왕은 일본에서 신적인 존재였고 중요한 구심점이었다. 그를 단죄하면 일본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었다. 이는 전후 일본의 지배를 어렵게 할 수 있었다. 

미국과 맥아더는 일왕을 단죄하는 대신 그를 일본을 통치하는데 활용하고자 했다. 마침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진영의 중심인 소련과 미국의 대결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아시아에서 공산세력의 확장을 저지하고자 했던 미국은 일본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했다. 미국의 필요에 의해 일본의 전범 범죄에 대한 단죄는 제한됐다. 최악의 생체 실험을 자행했던 731 부대 책임자와 부역자들도 연구 자료를 미국에 넘겨주는 대가로 처벌을 면하고 학계에서 노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사이 일왕도 단죄를 피할 수 있었다. 미국은 일왕은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으로 격화시키기는 했지만, 고귀한 존재로서의 존재는 유지토록 했다. 물론, 몇몇 전범들이 재판을 통해 처벌을 받았지만, 상당수 전범들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중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으로 분류되었지만, 중형을 면했고 이후 정치 거물로 변신해 장기간 일본의 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자민당을 창당하고 수상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켰던 아베 수상의 외조부이기도 했다. 이렇게 전후 일본을 지배했던 자민당 정권은 그 뿌리가 전범 세력에 있었다. 이들에게 전쟁범죄 사죄와 지속적인 전후 배상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일본 주류세력의 이러한 자세는 주변국들과의 끊임없는 역사문제와 관련한 갈등을 불러왔고 지금도 그 갈등은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와도 과거 한일수교 협정을 근거로 전후 배상 문제가 모두 마무리되었음을 주장하면서 사죄와 반성,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이다. 심지어 일본은 그들의 전쟁범죄 사실마저 왜곡하고 있다. 이는 전후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 철저한 역사교육, 배상을 통해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고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한 독일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전후 처리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범죄에 대한 처리를 미온적으로 한 미국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준 수호자이기도 했고 인천 상륙 작전을 이끈 맥아더 역시 우리에게는 영웅이었지만, 그들은 일본의 전범 세력들에게도 은인이었다. 미국에 우리와 일본의 역사적 사실은 국인의 관점에서만 고려될 뿐이었다. 지금 한일의 역사인식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도 미국은 그들의 국익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 일본의 중요한 피해자인 우리는 피해자로의 권리도 강하게 하기 어렵다. 피해자로서의 권리 역시 나라의 힘이 그 바탕에 있어야 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쟁의 역사를 계속 알려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올바른 역사는 미래 세대에게도 전해져야 한다. 일본의 양심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서도 언급했듯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나라의 힘을 키워야 한다. 우리 아픈 근현대사는 나라의 힘이 없어 당한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직 일본은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고 용서받지 못한 전범국이다. 이런 일본을 향해 우리는 도덕적 정당성에 근거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정당한 방법으로 일본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사진 : 프로그램 홈페이지,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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