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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3위 키움 히어로즈가 정규리그 2위 LG와의 플레이오프전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키움은 10월 28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 : 1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시리즈를 승리했다. 키움은 11월 1일부터 정규리그 1위 SSG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됐다. 

절대 열세라는 평가를 뒤집은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의 반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의 정규리그 성적은 LG에 9경기나 뒤진 3위였다. 팀 타율이나 방어율과 수비, 주루 등 팀 전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도 LG가 키움에 앞서 있었다. 상대 전적도 키움은 LG에 6승 10패의 큰 열세였다. 객관적 전력에서 LG는 키움을 압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에 키움은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의 접전을 하면서 상당한 체력 소모를 했다. 특히, 마운드의 소모가 극심했다. 키움에서 주어진 휴식 일은 하루뿐이었다. LG는 플레이오프를 충실히 준비하고 있었고 부상자 없이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 플레이오프였다. LG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흔들림 없이 상위권을 유지했고 수년간 문제가 됐던 시즌 후반 뒷심 부족 현상도 없었다. 시즌 막바지 상승세를 유지하며 1위 SSG를 위협하기도 했다. 1위 SSG와 2위 LG의 정규리그 승차는 2경기에 불과했다.

모든 면에서 우세가 예상됐던 LG는 에이스 켈리가 나서는 1차전에서 가볍게 승리하며 시리즈를 빠르게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2차전부터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키움은 2차전에서 경기 초반 LG 선발 원투 펀치 중 한 명인 플럿코 공략에 성공하며 앞서나갔고 그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7 : 6으로 승리했다. 

그 경기에서 키움은 초반 리드에도 경기 중반 선발 투수 요키시가 흔들리고 불펜 운영을 다소 흔들리면서 1점 차로 쫓기기도 했지만, 최원태가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하고 마무리 김재웅이 LG의 마지막 추격을 막아내며 신승했다. 그 경기에서 키움은 무서운 타선의 집중력을 보였다. 이는 고척돔에서 열린 3, 4차전에서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2차전을 승리한 키움의 기세는 매우 거셌다. 3차전에서 키움은 초반 밀리는 경기를 했지만, 6회 말과 7회 말 각각 3득점 한 타선의 힘을 앞세워 6 : 4의 재 역전승으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의 우위를 점했다. 그 경기에서 키움은 6회 말 3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7회 초 2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LG의 강력한 불펜진을 넘기 어려워 보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7회 말 키움은 대타 임지열이 깜짝 2점 홈런을 때려내며 3 : 4를 5 : 4 리드로 바꿔냈고 이어진 이정후의 연속 타자 홈런으로 6 : 4 리드를 잡았다. 이 장면은 이번 플레이오프의 결과를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키움은 우타자 임지열은 LG 좌완 불펜 김대유를 상대로 기용했고 LG는 이에 맞서 우완 강속구 투구 이정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키움은 벤치에 있는 좌타자를 다시 대타로 기용할 수도 있었지만, 임지열을 그대로 기용했고 임지열은 2점 홈런으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키움 쪽으로 돌려놨다. 

임지열은 2014 시즌 키움에 입단한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무명의 선수였다.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프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나섰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임지열은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한 대타 요원으로 주로 기용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임지열이 우완 투수를 상대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 방을 날렸고 이는 팀 분위기를 크게 고무시켰다. 이어 나온 이정후의 홈런은 키움 선수단과 팬들을 모두 들썩이게 했다

이후 키움은 LG의 거센 추격을 마무리 김재웅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김재웅은 8회 초 무사 1, 2루의 위기에 마운드에 올랐고 상대 보내기 번트 타구를 엄청난 호수비와 함께 병살로 연결하며 LG 추격의 흐름을 끊었다. LG는 2차전에서 이어 3차전에서도 역전의 기회에서 타선이 역할을 하지 못했다. 

키움의 3차전 극적인 승리 분위기는 4차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내일이 없는 4차전에서 나선 LG는 에이스 켈리의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을 강행했다. 켈리는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에이스 다운 투구를 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LG는 키움 선발 투수 애플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애플러는 1차전 3이닝 투구 후 마운드를 물러났다.  그 경기에서 애플러는 패전투수가 됐다. 1차전 분위기라면 LG가 충분히 애플러를 공략할 수 있었지만, 벼랑 끝에 몰린 LG 타자들은 매우 경직된 모습이었다. 특히, 득점권에서 왠지 모르게 주저하는 타격이었다. 애플러는 위기에서 병살 유도로 위기를 극복하고 6회까지 마운드를 1점으로 지켰다.

예상치 못한 호투였다. 1차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애플러의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잇따른 수비 실책이 실점과 연결되는 불운도 있었다. 키움은 과감히 그를 빠르게 내리고 4차전 이후의 등판을 대비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1차전 투구 수가 많지 않았던 애플러는 4차전에서 1차전 보다 나은 구위를 선보였고 이닝을 거듭할수록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애플러가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타선이 응답했다. 키움은 1회 초 선취 득점을 허용했지만, 1회 말 김혜성의 적시 안타로 1 : 1 동점을 만들었다. 3회 말에는 포스트시즌 들어 메이저리그 강타자였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푸이그가 켈리에게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2 : 1 리드를 잡았다. 키움은 이 리드를 애플러에 이어 최원태, 김동혁 두 불펜 투수가 무실점 투구를 하며 지켜냈다. LG는 점점 더 초조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키움은 3차전 위기 상황에서 2차전 호투했던 최원태를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다소 의외의 불펜 운영이었지만, 키움은 최원태 없어 위기를 벗어났고 최원태는 더 힘을 비축하고 4차전 승부처에서 호투할 수 있었다. 키움은 플레이오프에서 좌타자가 다수를 점하는 LG 타선임에도 땅볼 유도가 가능한 싱커가 장점인 양현과 김동혁 두 언더핸드 투수를 중용했고 그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양현은 준플레이오프 잦은 등판으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김동혁이 승부처에서 거듭 호투하면서 불펜 운영에 여유를 가지도록 했다. 

키움은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과 함께 7회 말 추가 2득점으로 한국시리즈로 행을 사실상 확정했다. LG는 필승 불펜 정우영과 마무리 고우석까지 7회 말 마운드에 올리는 총력전으로 맞섰지만, 키움은 푸이그와 김태진의 적시 안타로 LG의 총력전을 무색하게 했다. 결국, 키움은 추가 2득점과 함께 잡은 4 : 1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포스트시즌 두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LG는 절대 우세라는 전망에도 다소 허무하게 그들의 포스트시즌을 끝내고 말았다. 강점이라 여겼던 마운드가 흔들렸고 타선의 집중력에서 키움에 밀렸다. 선발 투수는 켈리와 3차전 선발 투수 김윤식이 호투했지만,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 플럿코가 부진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이 꼬였다.

불펜진 역시 모두가 필승조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불펜 에이스 정우영이 4경기를 모두 등판하면서 3차전과 4차전에서 구위가 떨어지고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4차전에서 마무리 고우석이 7회 말 마운드에 오르는 장면은 LG의 마운드 운영이 그들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선발 투수 이민호는 1경기도 마우드에 오르지 못했고 또 다른 선발 투수 임찬규 역시 1이닝 투구만 했다. 그만큼 LG 마운드 운영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키움은 지친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부담을 나눠지게 했고 마무리 김재웅이 3경기 세이브를 모두 성공하며 뒷문을 확실히 책임졌다. 준플레이오프 부진했던 최원태가 플레이오프에서 호투하면서 필승 불펜진에 힘을 실어준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마운드 운영 외에 키움의 가장 결정적 승인인 타선의 힘이었다. 키움은 정규리그 팀 타율 0.252의 최하위 한화에 이어 밑에서 두 번째였다. 그동안 주력 타자들이 하나 둘 FA와 해외 진출로 팀을 떠났다. 영원한 히어로즈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박병호마저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FA 계약을 하며 하며 팀을 떠났다. 이정후 외에 상대에 위압감을 주는 타자가 거의 없었다. 키움이 큰 기대를 하고 영입한 외국인 타자 푸이그 역시 화제성에 비해 실력에서는 부족함이 컸다. 정규 시즌 키움을 지탱하는 힘은 마운드였다. 

포스트시즌에도 키움은 마운드에 비해 타선이 약하는 평가가 많았다. 이정후와 후반기 기량을 회복한 푸이그만 견제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키움 타선으로 보였다. 하지만 키움 타선에는 이정후와 푸이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상. 하위 타선 모두 다 고른 활약을 했다.

1번 타자로 고정된 김준완 외에 이용규, 김태진, 박준태 등 좌타자들은 상대 투수와 매우 까다로운 승부를 하고 많은 투구를 하게 하는 타자들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이들과의 승부에서 진을 뺀 상대 팀 투수들은 그다음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김준완, 이용규의 테이블 세터진의 끈질김은 이정후, 김혜성, 푸이그의 중심 타선 위력을 더 배가했다.

 

 

 



실제 키움의 중심 타선은 플레이오프에서 높은 생산력을 보였다. 특히, 이정후와 푸이그를 3, 4번 타순에 배치해 붙이지 않고 4번 타자 김혜성을 기용한 게 오히려 두 타자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김혜성을 만만치 않은 타격 능력에 도루왕 출신다운 스피드가 있는 테이블 세터를 겸한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이정후를 피하면 김혜성이 결정하거나 찬스를 더 키우고 김태진부터 시작하는 하위 타선이 득점타를 때려내면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외국인 타자 푸이그는 일발 장타력과 함께 타석에서 인내심까지 발휘하며 끈질긴 승부도 하고 있다. 주루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외국인 타자의 분전은 팀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런 타선의 고른 활약은 지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주고 팀 사기를 높였다. 키움의 플레이오프 승리에서 타선의 활약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타선의 상승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SSG가 크게 경계해야 할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팬딩 챔피언 KT도 넘었고 정규리그 승률 6할을 넘긴 LG도 넘었다. 가난한 구단의 대명사이고 해마다 핵심 전력이 재정적 문제 등으로 인해 팀을 떠나는 언더독 키움의 포스트시즌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2019 시즌 이후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그때는 두산에 0승 4패로 밀려 한국시리즈 조연에 머물렀지만, 지금 키움의 기세는 과거 두산이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업셋 우승을 했던 2015 시즌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때 두산을 사람들은 미라클 두산이라 했다. 지금 키움이 그런 기적을 재현할 조짐이다.

언더독 키움의 기세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플레이오프에서 리그 최강 LG 마운드를 넘어선 타선의 상승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SSG 역시 고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국시리즈에 나서는 키움이 어떤 경기를 할지 궁금해진다. 


사진 : 키움 히어로즈, 글 : jihuni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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