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문 프로젝트가 정치적 문제로 좌절된 이후 은둔의 삶을 살았던 장영실이 다시 돌아왔다. 당연히 그를 시기하고 제거하려 했던 대신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편경 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한 그의 관직 재 등용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리학을 숭상하는 조선에 있어 아악은 성리학적 이념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문제는 아악을 구성하는데 있어 음의 표준이 되는 편경이 음 구현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악의 근본을 흔드는 것으로 조선왕실에는 큰 근심이었다. 각 분야에서 나라의 표준을 만드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었던 세종에도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세종은 아악의 책임자 박연으로 하여금 정확한 음을 구현하는 편경 제작을 하도록 했..
세종의 명에 의해 비밀리에 시작된 천문 연구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천문 연구소가 만들어졌고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간이 등 관측 기구도 만들어졌다. 또한, 이 연구를 이끌던 장영실은 세종에 의해 면천되어 노비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었다. 세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에게 관직을 내려 힘을 실어주었다. 노비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던 장영실은 이를 뛰어넘어 양반이 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하지만 그의 직책은 천문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천문 연구에 부정적인 이들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장영실과 서운관의 연구자들은 각자의 직책을 수행하며 비밀 연구를 지속했고 명나라 천문 서적에서 예측하지 못한 일식을 예측하는 등 조선만의 역법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이들의 ..
조선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천문석각의 진짜 비밀은 태종의 정치적 책략이었다. 태종은 일찍이 석각의 별자리 중 왕을 뜻하는 자리가 고려 왕조의 부활을 의미하도록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새겨진 것을 알고 있었다. 태종은 자신이 왕이 되어서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는 고려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조정에도 상당수가 있음을 인지하고 은밀에 이들 조직을 무너뜨릴 계획을 진행 중이었다. 태종은 이들 세력들이 천문석각의 비밀을 빌미로 자연재해와 기근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부추겨 고려왕조 부활을 위하 거사를 실행에 옮길것을 예상했다. 그 세력들 틈에 있었던 장희제는 태종의 명을 받아 그들의 기밀 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태종에게 알렸다. 대대적 정치적 숙청의 시작이었다. 태종은 고려 부활 ..
장영실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물건을 만드는 손재주가 뛰어났다. 여기에 천문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는 그의 부친의 영향이 컸다. 장영실은 부친 장성휘는 고려 때부터 기술직 관리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천문과 관련한 일을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그는 천문 과학자였다. 왕조가 바뀌었어도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장성휘는 고려가 이후 등장한 조선왕조에 협력하고 않았고 방랑자의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기생있었던 장영실의 모친을 만났고 장영실을 낳았다. 분명 장영실은 양반의 자손이었지만, 부모 중 한명이라도 천민이면 그 자녀 역시 천민이 되는 제도에 얽매여 관청의 노비로 살아야 했다. 당시 노비는 인간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유물이나 재산으로 취급됐다. 그런 노비에게 일 외에 다른 분야에 대..
푸르미 사측의 방해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준법 투쟁으로 맞섰던 푸르미 일동점 노조원들은 노력의 성과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점점 지쳐갔다. 이는 노조를 이끌고 있는 이수인을 비롯한 집행부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사측이 노조활동시간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며 노조원들의 급여를 대폭 삭감하고 노조원들을 겨냥한 징계와 고소, 고발을 남발하자 상황은 점점 어려워져갔다. 당장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노조원들이 흔들리는 건 당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조원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노조 집행부와 그들을 따르는 이들이 싸울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노조에 가입하고 탈퇴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노조원들의감정은 더 상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으로 대표되는 소위 말하는 을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린 드라마 미생과 비교되는 드라마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 24일부터 시작된 토.일 드라마 송곳은 미생과 같이 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회사라는 공간에 국한된 미생과 달리 주 무대인 푸르미 마트를 벗어나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송곳의 이야기 중심을 이루는 인물은 두 명이다. 푸르미 마트의 과장인 이수인과 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구고신이 이들이다. 두 인물은 그들의 삶 속에서 공통분모를 가지지 않고 있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겪는 사건 속에서 만남의 시간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이수인과 구고신이 만나면서 이야기 전개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인물의 특징은 강한 정의감과 올곳음으로 우리가 몸담고 있..